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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GM의 숨통 틀어 쥐고 기선을 제압하라
정부가 GM의 숨통 틀어 쥐고 기선을 제압하라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3.30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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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 동원해 갑질 횡포, 세금포탈 혐의 조사 등 다양한 제재 가해야

[인사이트코리아=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국회를 방문, 여야 원내지도부와 포토타임을 가졌다.
<뉴시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감당할 수 없는 누적적자를 이유로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 GM 관련한 이야기가 최근 한국 경제 뉴스 중 가장 핫한 이야기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GM은 먹튀가 아니냐, GM을 제대로 감시하고 관리할 책임이 막중한 산업은행이 방만했던 것이 아니었느냐 하는 논란 등 온갖 이야기들이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번 GM 사태를 보면서 GM은 또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비즈니스협상에 임하는지를 알고 접근하면, 우리 정부가 GM 사태를 푸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무시무시한 협상능력을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미국 GM은 포드자동차 대신 대우자동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교체되어 들어왔다.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한 GM은 미국 정부와 정보당국의 협조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까지 대우자동차를 샅샅이 조사해 결국 4억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대우자동차 인수에 성공했다. 

다른 인수 후보였던 포드자동차가 대우자동차의 자산 가치를 6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액을 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GM의 협상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GM은 대우자동차를 속속들이 파헤쳐 대우자동차 스스로 조차 모르고 있던 부실들까지 밝혀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엄격한 회계 규정에 뜯어 맞춰 대우자동차의 장부가치를 형편없이 가치절하 한 후 온갖 압박과 위협 논리로 무장한 채 파상적인 협상공격을 퍼부어 결국 4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국제비즈니스협상의 원칙인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과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잘 이용한 셈이다. 그 후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고루 갖춘 대우차의 경소형차를 중국에 현지조립생산(CKD) 형태로 수출했고 뷰익과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단숨에 중국 시장점유율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아울러 유럽과 기타 신흥시장에는 소형차를 내세워 수출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했다.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생산·개발기지의 중요한 축으로 발돋움하며 파산지경의 GM본사를 기사회생시켰다. GM은 대우자동차를 4억에 인수했지만 대우자동차의 실제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이었다.

미국 기업의 국제협상 6단계 프로세스
 

비슷한 시기인 1998년에 독일의 다임러벤츠그룹은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360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을 겨냥한 과감한 투자였다. 그러나 당초의 기대는 무너지고, 인수한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인수협상시 드러나지 않았던 온갖 부실로 몸살을 앓다 결국 2007년에 크라이슬러를 10억 달러 남짓에 재매각했다. 인수협상과 실사기간 동안 미국 크라이슬러의 억척같은 실사 방해와 기만 협상에 넘어가 속 빈 강정을 36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값에 사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국제적 M&A협상에서 치밀하고 공격적인 협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정말 협상을 잘 하는구나, 미국의 뛰어난 협상전략전술은 우리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협상에서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고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연 미국의 협상은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미국은 협상에서 약점이 없을까?

미국 기업들은 해외 정부, 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할 때 대체적으로 일정한 시나리오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다. 과연 미국의 기업들은 어떠한 프로세스로 유리한 협상을 가져갈까. 미국의 협상 시나리오 프로세스 6단계를 소개한다.

협상 사안(Agenda)을 유리하도록 판을 짜라 

군산공장 철수를 앞두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GM은 한국에 ‘군산공장 폐쇄+총 1조7000억원 어치의 정부 지원(증자, 신규 대출, 세제혜택 포함)’이라는 카드를 먼저 던졌다. 국내 정치권과 노조, 심지어 정부조차 군산공장을 닫느냐 마느냐, 산업은행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느냐 마느냐, 외투기업 세제혜택을 주느냐 마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상황인데 GM은 미리 짜놓은 협상의 틀을 제시하며 협상 사항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협상 시한을 유리하게 설정, 정상적 협상 진행을 원천 차단하라

GM 본사는 산업은행이 한국GM 희망퇴직 비용 중 일부(850억원)를 분담할 것을 요청했다. GM이 경영 실패 결과물인 인력 구조조정 부담까지 한국 측에 요구하면서 한국GM 회생 협상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희망퇴직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달 ‘비용 폭탄’이 터지게 되는데 이는 협상 시한을 유리하게 설정해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GM의 전략이다. 한국GM은 3월 7일 희망퇴직자를 최종 선정해 3월 말까지 퇴사 시키는데, 위로금 지급 시기는 4월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4월에는 한국GM 시재금(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분석되는데 GM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9880억원 만기도 겹쳐 있어 협상 시한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중단 등 전향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국GM 재무상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협상 제안은 부적절, 부당, 불합리, 불법 4부로 거절하라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GM실사에서 전례를 살펴보면 적극 협조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2016년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경영진단 컨설팅 제안을 거절하고 주주감사를 진행했으나 GM은 이것마저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주주감사를 진행한 삼일회계법인은 한국지엠에 총 112개 자료를 요구했으나 제출한 것은 회사·차량 소개 자료 등 회사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는 공개 자료 6건만 제공했다. 나머지 106건은 제출 거부, 자료 없음 등으로 버텼다. 제출 거부 목록에는 ‘향후 인원 계획 및 인건비 추정 금액’ ‘GM과 협상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

 2~3회 협상 결렬을 연출해 상대의 협상력을 무력화 시켜라

GM은 협상을 진행할 때 몇 번의 협상을 결렬시키며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대한민국은 협상결렬 전략에 대단히 취약하다. 협상결렬을 협상과정의 하나로 인식하지 못하고, 협상실패로 인식하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협상결렬에 대한 두려움을 간파하고 있는 GM은 전략적으로 협상결렬을 연출한다. 한국정부와 산업은행이 1차 협상에서 거의 모든 협상카드를 다 소진하는 데 비해 두세번의 협상결렬을 협상초기부터 계획적으로 연출한다. GM은 초기 한두번의 협상결렬을 통해 한국측이 가진 모든 협상카드를 파악하고 최대한의 양보를 다 끄집어 낸 후 약간의 실질적인 협상 타협안을 제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전형적인 협상결렬전략이다.

최종 제안인 척 당초 제안을 약간 수정해 던지며 최종 합의를 유도하라

그리고 협상을 할 시점에 가서는 기존의 제안을 약간만 수정해 최종합의를 유도했다. 미국에는 한국과는 이렇게 협상하라고 가르치는 내용이 있다. 
“한국 사람은 체면이나 위신을 중요시 한다. 그러니 막판까지 완전 밀어붙여 숨통을 조이다가 노름판 개평처럼 뭐 하나 양보해 주면 덥석 받아 물고 좋아한다.”

상대 협상 책임자의 위신과 체면을 세워주는 타협에 응하라

GM이 한국GM을 살릴 유일한 구제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신차 배정이 바로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차 2종을 투입해 연간 생산량 50만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약속했다. 하지만 “GM은 2015년 인도에서 신차 개발·출시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해 5월 인도 철수를 발표했다”며 “GM이 이번에 신차를 배정한다 해도 조건부로 할 것이고, 그 계획 역시 추후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공장이 살아남기 위해 신차 배정이 꼭 필요한 건 맞지만, 그것이 절대적 약속이라고 보는 것은 그동안의 협상테이블을 쥐락펴락했던 전례를 살펴보면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협상을 앞둔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떤 점을 생각하며 대응해야 할까?

먼저 한국GM 사업장은 한국에 있다. 즉, 한국 정부의 행정조치 영역 안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면밀하게 검토하면 한국의 국내법만으로 한국GM의 숨통을 틀어 쥐고 흔들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납품업체 갑질 횡포’, 국세청을 통한 ‘세금포탈’ 혐의 조사 등 다양한 관할 행정기구별·법률별·사안별로 국내법을 적용한 제재를 가하며 국내법으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둘째는 끊임없는 국내외 소송들을 상황별로 진행해 미국 GM 본사로 하여금 한국GM 문제 해결 방향과 내용을 싫더라도 변경토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에서 소송은 판결 전 합의가 98~99%에 달한다. 소송 압박은 효과적인 협상전략인 셈이다. 이 역시 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협상 기법이다. 
이러한 미국기업의 일반적인 국제협상 6단계는 이번 GM문제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국제협상을 해야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상기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및 국제협상연구위원
이코노미조선 협상 전문위원
전 연세대·한국뉴욕주립대 협상학 겸임교수
미국 위스콘신대 MBA 졸업
저서 :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
역서 : <협상의 심리학> <성공하려면 협상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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