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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목동아파트 주민들의 분노 “강남은 되고 비강남은 차별하나"
[르포]목동아파트 주민들의 분노 “강남은 되고 비강남은 차별하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3.0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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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안전진단 강화로 25000세대 재건축 제동..."정권퇴진운동 불사하겠다" 경고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무조건 재건축 가야 한다.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생활쓰레기 냄새 맡아봤나. 기자님이 한 달 만 여기서 살아보시라. 재건축 말 안 나오나...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지난 3일 주민 궐기대회에 모두 나갔다. 강남은 되고 비강남만 차별한 거지. 주민공청회 한 번 안하고 정책 시행했다. 가만있지 않겠다.”(서울 목동1단지 홍경남 경로당 회장)

금 간 목동 3단지 아파트.<인사이트코리아>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에도 목동 7단지 아파트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이중주차는 기본이다.<인사이트코리아>

정부의 재건축 아파트 안전진단 강화가 시행된 첫날인 5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7단지. 출근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파트 주차장엔 차가 이중·삼중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건물을 보니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인근 6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차체가 큰 SUV 여러대가 인도에까지 올라와 있었다.

목동 7단지 단지 내 마트 앞에서 만난 50대 주민 김 아무개 씨는 “허탈하다. 재건축 될 줄 알고 30년 기다렸다. 안전진단 준비하고 있었는데...예비안전진단동의서 내라고 해서 서둘러 받아서 가는 길이다. 주차난 심한 것 봐라. 재건축 하지 않으면 못산다”고 하소연했다.

목동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지난 2일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에 대한 행정예고가 끝난 직후 5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전자공청회부터 의견서와 성명서를 전달했는데 주민 의견 반영 없이 갑작스레 진행된 점은 헌법이 명시한 ‘사유재산권’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날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강화된 안전진단을 적용받게 된 목동 아파트 단지들의 매수세가 뚝 끊겼다고 했다. 목동 3단지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이번 안전진단 강화 기준으로 보면, 30년 된 대다수 아파트들이 만성 주차난과 소방 인프라가 부족하다. 목동 아파트 단지만 주거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정부가 판단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동 7단지에 있는 중개업소 사장은 “안전진단 시행 첫날이라 매물이나 가격에 큰 변화는 없다. 안전진단 논의가 없다가 갑자기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발표돼 주민들이 일정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3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매도자는 가격을 2000~3000만원 정도 내려서 내놓고, 나머지는 보유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5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올려 재건축을 어렵게 만들었다. 피해가 큰 단지는 1985년과 1986년에 지어진 서울 양천구 목동 1~7단지다. 목동 8~14단지는 1987년과 1988년에 입주가 시작돼 1~7단지보다 1~2년 느리다.

특히 1~7단지는 서울시가 목동택지지구를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다른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차길 기다리다 안전진단기간을 놓쳤다는 것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주민 모임인 양천발전시민연대(양발연)의 설명이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비강남 지역 죽이기’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일부 주민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재식 목동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은 “구조 안전성이 50%라서 주차난을 고려해도 재건축 된다고 보는 사람 없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목동 아파트 단지에 '아마추어 주택정책, 김현미장관은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인사이트코리아>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지난 2일  목동 주민들은 강북지역 재건축 안전진단을 앞둔 강동, 노원 주민들과 함께 국토교통부에 성명서를 직접 제출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헌법소원, 감사청구, 정권퇴진과 낙선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병관 양천발전시민연대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 정책이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에 법무법인 인본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재산권, 생활권 침해하는 이 정부는 각성하라'는 현수막도 붙어있다.<인사이트코리아>

 

양천구청 관계자는 “14개 단지 모두에서 현지조사를 신청했다. 7일 현지조사를 나간 후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 용역비 납부 요청을 할 계획”이라며 “용역비가 납부되면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가고 주민들이 ‘강화된 안전진단을 억대 비용을 들여서까지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진행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방안에 따르면, 주거환경 평가항목 가중치를 40%->15%로 낮추면서 세부 평가항목인 가구당 주차대수를 20%->25%, 소방활동 용이성을 17.5%->25%로 상향 조정했다. 목동아파트 등 재건축에 기대를 걸고 있는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기존보다 주차기준이 완화돼 최하등급 기준인 E등급이 가구당 1.1~1.2대에서 약 0.6대로 낮아졌다. 가구당 0.6대 이상 주차할 수 없을 경우 재건축 요건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주차 공간과 소방차 진입 용이성에서 0점을 받아도 일조량(10점), 도시미관(10점), 사생활 침해(10점), 침수피해 가능성(15점) 등 나머지 항목을 합해 20점만 넘어도 과락인 E등급을 받을 수 없다. 특히 가장 비중이 높은 소방활동 용이성에서 E등급을 받기 위해선 소방차 진입도로가 6m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단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 넘는데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서울지역 아파트는 10만3822가구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단지가 2만4358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뉴시스>

 

준공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서울지역 아파트는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단지가 2만4358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양천구 다음으로 상계동 대단지가 있는 노원구 8761가구, 강동구 8558가구 등이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을 적용받는다.

양천발전시민연대는 서울 마포 성산시영 주민이 주축이 된 서부지역 발전연합회, 강동구 공동대책위원회 등 ‘비강남 국민연대’를 구성했다. 이들과 연대해 정부를 상대로 국민 공청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양발연은 지난 3일 목동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20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하는 주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안전 문제도 있지만 강남 재건축이 통과한 시점에서 안전진단을 강화해 비강남권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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