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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대·중소기업 갑을문화 폐단 심각”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대·중소기업 갑을문화 폐단 심각”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8.03.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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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못 내면 도태, 그러나 비정규직은 없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다산네트웍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다산네트웍스는 유선 통신장비 제조업체다. 1993년 남민우 회장이 창업했다. 네트워크 통신장비 개발 및 생산이 주력 사업이다. 프랑스·일본·베트남·인도 등에 진출했고 2016년 나스닥 상장 통신장비 메이커 미국 존테크놀로지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존테크놀로지 인수는 한국의 코스닥 상장 기업이 미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다산네트웍스의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증가한 4618억원, 영업이익은 178억원으로 전망했다.

남 회장은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에 이어 소프트웨어, 자동차 부품, 엔지니어링, 소재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기업간거래(B2B)를 기반으로 다산네트웍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실패했다고 질책하면 누가 도전하나”

 그는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1989년 대우자동차를 떠난 그는 한 중소기업에 몸담았다. 돌이켜보니 대기업 연구원은 온실 속 화초였다. 광야에 선 그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겪었다. 게임의 룰이 반드시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누구도 성공은커녕 생존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그는 “가장 많이 도전하고 실패도 많이 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질책하면 누가 도전을 하겠어요?” 2000년대 벤처 붐을 이끈 대표적인 벤처 1세대인 그는 우리 사회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고 역설했다.

남 회장은 2015년 2월까지 3년 간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냈다. 그는 벤처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진입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도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어요. 외국에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벤처 영웅이 있습니다. 휴맥스의 변대규 회장 같은 기업가죠.”
 
그는 대·중소기업 간 갑을문화의 폐단이 심각하다고 개탄했다. 다산네트웍스가 겪은 사례를 들려 줬다. 납품한 제품들이 고장 났다고 거래처에서 돌려보냈다. 점검해 보니 절반이 멀쩡한 물건이었다. 그렇게 보낸 택배비는 납품업체에 전가된다고 했다. 국제 관행은 그러나 ‘원 웨이 티켓’이라고 해서 보내는 쪽이 부담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인건비, 물류비는 쓸데없는 낭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에 시혜를 베풀라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거래 관행을 따르자는 거예요.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하자는 겁니다.”

그는 기술·인력 탈취 같은 문제로 대기업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니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뛰어난 벤처를 돈 주고 사들이기보다 아이디어를 베끼려 드는 겁니다. 벤처가 대기업과의 특허심판에서 한 번이라도 이긴 적 있나요? 우리나라 시장은 시장원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좌우됩니다. 페이스북이 직원 수 10여 명의 사진공유업체 인스타그램을 12억 달러에 사들였는데, 과연 그 서비스를 못해서 그랬을까요?

미국 사회의 풍토가 엄격해 돈 주고 인수를 한 거예요. 우리도 그런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심판 역할이 중요하고요.” 젊은 대기업이 많이 나와야 하는 건 어느 기업도 영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起業家’는 업(業)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남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할 때 기업가(起業家)는 비즈니스맨-기업가(企業家)가 아니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맨은 파이를 만들기보다 관리하고 키우는 사람이다. 반면 기업가(起業家)는 업(業)을, 말 그대로 일으키는 사람, 파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다산네트웍스를 창업해 25년 만에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CEO, 특히 창업 CEO에게 필요한 자질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 기업가로서 나름의 가치관, 배우려는 자세와 학습능력이다.

“기업가들의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겠죠. 저의 경우 일자리를 지키고 더 늘려 더 많은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려는 게 기업 하는 목적입니다.”
 다산네트웍스엔 비정규직이 없다. 남 회장은 비정규직 구성원이 없다고 해서 자신이 매정하지 않은 경영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성과를 평가해 5% 정도는 도태시킵니다. 이게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강한 비결입니다. 나한테 중요한 건 우리 구성원의 일자리일 뿐 누구나 정규직이 보장되는 직장은 아니에요. 기업은 실적이 좋아야 일자리를 유지하고 나아가 고용을 더 늘릴 수 있어요. 이건 거의 기계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일자리 문제는 CEO뿐 아니라 구성원 자신들에게도 달렸습니다. 평소 이런 가치관을 구성원들과 공유합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원이든 경비원이든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기업이 직접 고용해야 이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습니다.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눕니까?”

그는 그 대신 노동시장을 유연화 해 필요하지 않은 인력을 내보낼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러다임을 이렇게 바꾸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풍토에서는 약자만 죽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그의 경영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때 천명이란 자연의 섭리, 종교적으로는 신의 섭리 같은 거예요. 달도 차면 기울고 바람이나 조류도 때가 되면 방향이 바뀝니다. 일시적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바뀌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살아가기는 참 힘들어요. 저는 바람이 부는 방향과 시대의 조류를 살피면서 인생행로를 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글씨 잘 쓰는 사람에게 부탁해 이 글귀를 휘호한 액자를 만들어 집 거실에 걸어두었다. 자녀들이 방을 나서면 눈에 띄는 자리였다. 딸·아들이 이 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진인사대천명은 삼국지에 나오는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했다. 중국 삼국시대 적벽대전 당시 촉나라 관우는 화용도에서 오·촉 연합군에 포위된 위나라 조조를 죽이지 않고 길을 내준다. 조조를 죽이라는 제갈량의 명령을 어긴 것이다. 그를 참수하려는 제갈량에게 유비가 구명을 간청한다. 이때 제갈량이 한 말이 수인사대천명이다.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닙니다. 그저 일전에 조조에게 입은 은혜를 갚게 하려고 관우를 보냈을 뿐입니다. 제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죠. 하늘의 명을 기다릴 따름입니다.”

남 회장은 본래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고 했다. 학교 때부터 부지런했고 성격도 긍정적이었다. 그렇더라도 묵묵히 하늘의 명을 기다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남민우 회장이 ‘2017 세계 기업가 정신주간’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남민우 회장이 ‘2017 세계 기업가 정신주간’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다산네트웍스>

 

최선 다하면 인생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

“나를 비울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참으로 고귀하고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결과엔 초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인간이죠. 무위의 도를 아는 사람이랄까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것, 스마트하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인생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시차가 있을 순 있겠지만 언젠가는 목표를 성취한다고 역설했다. 하기는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알파원’을 선보였다. B2C 시장 진출이다. 수퍼카 람보르기니의 설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아들 토니노 람보르기니가 설립한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200만원이 넘는 이 회사 제품의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제품들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시장에서 과연 먹힐까? 그는 명품 브랜드, 소재, 디자인 등으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스몰 럭셔리’ 시장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젊은 세대에게 주는 조언을 구했다. “창업을 하세요. 창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망할 뻔했던 네 번의 위기를 딛고 4전5기 했습니다. 창업 경험은 무엇보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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