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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초짜의 팥빙수 연출 사진 '대문짝 보도' 대박
홍보초짜의 팥빙수 연출 사진 '대문짝 보도' 대박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3.0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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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여름용품 홍보의 아련한 추억

최근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부하직원 A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10년 전부터 상하이 등 중국 지역본부에서 근무를 해서 한동안 소식이 뜸했는데 오랜 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반갑게 만나서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니 회사는 진즉 1년 전에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후 귀국해 중국 비즈니스 관련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고 이제 직원 다섯 명을 둔 회사의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필자를 “상무님”으로 부른다. 마치 군대 시절의 부하가 제대 후 32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에게 아직도 “병장님”으로 호칭하는 것처럼. 그래야 예전의 추억과 정감이 되살아난다고 하니 원하는대로 하게 했다.

우리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지난 날 같이 근무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A는 필자에게 당시 생소했던 홍보 업무 일을 배우고 또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지만 보람 또한 많아서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문득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이 난다.

입사 3년 차 영업사원에게…

2000년 초, 필자는 종합무역상사인 (주)대우 홍보부장을 끝으로 16년 간의 대우그룹 홍보맨 시절을 마치고, 한 중견 패션유통그룹의 홍보총괄 임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당시 그룹 내에 없었던 홍보 조직을 새롭게 구축해야 해서 부족한 홍보실 직원을 시급히 충원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부에서 추천 받은 A사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는 아동복 브랜드의 영업부서에서 대리점을 관리하던 입사 3년 차 사원이었다. 대학 때 전공도 국문학이고 해서 일단 글을 잘 쓰겠다 싶어 성격 등 사람 됨됨이를 보기 위해 심층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만나보니 어느 정도 홍보 업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성격이 서글서글해 까다로운(?)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홍보맨의 필수 조건인 대인관계도 좋아 보였다. 그래서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동복 계열회사 관계자를 어렵게 설득한 후 서둘러 홍보실로 발령을 내도록 조치했다.

이후 수 개월 동안 보도자료 쓰는 법, 이를 언론사에 배포하는 방법, 언론 기자 상대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홍보기술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에게 언론 기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업무가 발생했다. 마치 옆자리에 운전 교사 없이 자동차 운전대를 처음으로 맡기는 식이었다.

막 여름철을 맞아 그룹 계열 백화점에서 빙수기 등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데 이를 언론에 홍보하는 일이었다. 내용 자체로만 보면 잘 해야 짤막한 쇼핑 단신거리이기 때문에 ‘빙수기를 사용해 만든 팥빙수를 먹는 모습’ 등 행사 사진 연출을 통한 사진 홍보가 필요했다. 당시 홍보실은 다른 중요한 업무가 발생해 그를 지원해 줄 인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A에게 사진 홍보의 요령을 상세히 설명하고 혼자서 그 업무를 수행해 보도록 했다.

‘대문짝 만한’ 백화점 빙수 판매 사진

우선 A에게 전날 미리 각 언론사 사진부에 행사 내용과 연락처를 팩스로 보내게 한 후 예정 시간에 맞춰 백화점에 보냈다.

그리고 “과연 사진기자들이 많이 왔을까? 경험 없는 A가 터프한(?) 사진기자들을 잘 상대할 수 있을까?” 등 마치 어린애를 혼자 물가에 내놓은 부모처럼 이런 저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촬영시간이 한참 지난 후, 드디어 A로 부터 흥분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상무님! 무려 10여 개 언론사에서 사진 촬영을 와서 정신없이 뛰어 다니느라 이제야 보고를 드립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사진 연출을 위해 사용한 얼음 빙수와 캔으로 된 팥을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구입하느라 비용이 몇 만원 초과 지출됐다고 오히려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A가 너무 대견해서, 크게 기뻐하며 “아주 잘 수행했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리고 비용 걱정은 말고 사진 연출 등 행사를 지원해 준 백화점 직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고 천천히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했다.

다음 날이었다. 유력 종합신문을 포함한 10여 개 조·석간 신문의 경제면, 유통면 한 복판에 우리 백화점 빙수 판매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보도되었다. 그것도 예쁜 칼라로.

대부분의 사진은 A가 백화점 여직원에게 스푼으로 팥빙수를 먹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진 밑에 있는 설명은 “성큼 다가온 여름… 000백화점에서 다정한 연인들이 서로 빙수를 정답게 먹여주고 있다”라고 기억된다. 다행히 A는 당시 미혼이었고 사귀는 여자친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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