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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며 야근해봤자 우울감만 쌓인다
눈치보며 야근해봤자 우울감만 쌓인다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3.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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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퇴근 후 시간관리 중요

[인사이트 코리아=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해마다 명절이 되면 ‘가사 노동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주로 며느리와 딸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가사노동의 후유증 등이다. 극단적인 사례일수도 있지만 남성에게 명절은 휴가이고, 여성에게는 몸과 마음이 피로와 짜증과 스트레스로 멍드는 기간이다. 명절 동안 만들어진 피로와 스트레스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데, 명절이 끝난 후 이혼소송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편안해지기 위해 누군가를 피곤하게 만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명절에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아내를 소가 닭쳐다보듯 대하는 동안 아내는 마음속에서 남편과 시부모 그리고 조상들을 향해 원망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은 ‘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가 편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나와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으면서 살게 해 주겠다”라고 약속한 남편이 나 몰라라 하면 아내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배우자로부터 “정말 고생했어”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는다면 명절 내내 쌓인 피로와 분노가 조금은 풀리겠지만 ‘당연한 일을 했다’고 여기는 남편의 태도는 부인의 마음속에 쌓인 분노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한다.

가사노동은 남성에게는 선택이지만 여성에게는 필수 혹은 의무인 것이 현실이다. 직장여성의 경우 하루 종일 남편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하고 난 다음 집에 오면 가사노동이나 육아라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과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은 주말에도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에 일과 삶의 불균형 상태가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여성은 심리적으로 웰빙(well-being) 수준이 낮고 우울 수준은 높다고 인식하게 된다. 

<인사이트코리아>

습관적 야근의 문제점

명절 동안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이 겪는 고통을 직장인도 경험한다. 과도한 노동시간은 신체 건강이나 정신 건강, 가족 갈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만들고 있다. 과도한 노동시간은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인 46.8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31.8달러로 34개국 중 28위에 해당되는데, 이는 OECD 평균의 68%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국기업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 수준은 글로벌 하위 25%로, 기업문화 측면에서 ‘습관적 야근’의 조직문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한국 직장인들의 야근일수는 주5일 기준으로 평균 2.3일이며, 일반 직장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57%인 반면, 상습적 야근자의 노동생산성은 45%에 불과했다. 주3일 이상 야근자도 43.1%에 달했고,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불과해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되었다.

직장인의 과도한 노동시간은 개인의 심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근무 시간의 증가는 폭식행동을 유발하거나 피로, 우울, 불안과 분노와 같은 부적정서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처럼 장시간 업무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인 건강 수준이 떨어지고,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이나 근골격 질환 등을 일으켜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인의 신체건강과 심리건강은 직장인의 생산성과 소속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직장인의 신체 건강도 업무성과에 영향을 주지만 직장인의 심리건강은 업무 성과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개인의 심리건강을 대표하는 지표인 안녕감(well-being)은 개인의 삶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의 질에 대해 스스로 내리는 자기평가이자 선언이다. 안녕감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중요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안녕감은 생산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안녕감에 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이 일터에서 경험하는 안녕감은 즐거움과 편안함과 같은 정서경험의 빈도를 높여 직장인에게 업무에 몰입하게 하고, 충만감을 경험하게 만들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만든다.

안녕감과 달리 직장인의 우울은 조직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해 우울진단을 받은 직장인들은 업무수행에서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통계청(2016)의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구의 약 54.7%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중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7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우울한 직장인은 건강한 직장인에 비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결근율이 높아 업무 성과와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울 수준 낮추는 충분한 휴식

우울은 업무 수행 능력을 떨어뜨려 업무성과와 생산성을 저하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은 직장인의 결근율과 이직률을 높여 조직의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경미한 수준의 우울조차 직장인의 역할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게 만들어 직장인으로 하여금 업무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만들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도 찾기 어렵게 한다. 우울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기혼의 직장인은 업무 스트레스, 직장과 가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과 일-가정에서의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우울의 정도가 심화될 수 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직장인에게 일의 의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성장을 촉진하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주관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직장인은 자신의 수행업무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에너지 사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인에게 일의 의미와 목적은 일터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무로부터 의미를 탐색하는 직장인은 업무에 전념하고 과업을 마무리하게 만드는 동기와 자극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직장인은 희망과 기대가 높아져 업무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터에서 의미에 대한 탐색은 관심 주제가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직장인 505명을 대상으로 한 저자(최환규, 2018)의 연구에 따르면 일의 의미가 직장인의 심리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 직장인과 여성 직장인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처럼 일의 의미는 직장인의 안녕감 수준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우울 수준을 낮추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내 업무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안녕감 수준은 높아지지만 우울 수준을 낮추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인이 우울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절 내내 가사노동에 지친 며느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다. 시어머니나 배우자로부터 “수고해준 덕분에 가족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가족에게 도움이 되었구나’라고 자신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생각도 가사노동으로 인해 쌓인 피로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며느리가 휴식을 통해 명절 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추스를 필요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 우울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에게도 회복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직장인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업무로 인해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이 퇴근 후 보내는 시간 또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중요하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과 에너지의 적절한 분배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된 이슈는 교육 수준, 성별, 수입, 직업이나 가족 구조 등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일과 삶의 갈등은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리더에게 일과 삶의 균형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시간의 동등한 균형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방법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개인의 삶에서 의미와 만족을 발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 직장인 모두의 심리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삶의 균형은 직장인의 웰빙 수준을 높이고 우울 수준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 직장인의 웰빙과 우울에 미치는 영향은 일의 의미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직장인이 업무나 경력개발에 과도한 시간을 소요하게 되면, 가정이나 삶에 관여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일-가정 갈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업무에서의 생산성과 성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일과 일 이외의 영역에서 스트레스에 적게 노출된 직장인은 업무에 더 많이 전념하고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결과처럼 직장인이 일의 영역과 일 이외의 삶의 영역으로부터 받는 영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원의 심리건강은 조직의 생산성이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인 고민이 있는 조직원은 업무에 전념하기가 어렵고, 업무성과와 직결된다. 또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조직원은 그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옮기게 되고, 가족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만들어진 갈등은 업무성과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 개개인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시간과 에너지의 적절한 분배를 통해 신체와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며, 삶의 각 영역에 대한 압력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원의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와 직장인은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조직원의 업무 영역 뿐만 아니라 업무 이외의 영역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인에게 퇴근 이후의 삶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회복이다. 직장인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업무로 인해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이 퇴근 후 보내는 시간 또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중요하다.  리더는 직장인의 휴식을 위해 직장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고, 직장인 스스로도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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