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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뮬레이션 연구 권위자 박철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에너지 시뮬레이션 연구 권위자 박철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3.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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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에너지 절감하는 ‘알파고’ 개발
박철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박철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연일 한파가 몰아치는 올겨울. 입춘이 지났는데도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기록적인 한파에 에너지 절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난방 수요가 급격하게 몰렸던 지난 1월에는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DR)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들에 세 차례나 전력 사용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전력 분야는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삼성 SD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효율화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4% 성장이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 시장 확대를 위한 한국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확산에도 가속이 붙었다. 한국전력공사는 빌딩·공장·대학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와 ICT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적용된 '기계학습 모델'로 건물 내 에너지 최적 제어"

국가 정책 차원을 넘어 일반인에게 실질적으로 살에 와 닿는 부분은 ‘관리비’다. 냉·난방비를 비롯한 관리비는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계절마다 고민거리다. 높아지는 관리비 부담에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갖춘 건물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절약 시스템 유무에 따라 매달 발생되는 비용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박철수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건물 에너지 최적화 기술’은 건물 에너지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율운전·자율진단·자율최적 제어가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계학습 방법’ 적용이다. 기존의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운영자의 직관과 경험에 기반을 둔 모니터링 수준에 머물렀다. 해당 시스템을 분석하려면 고도의 전문 지식을 소유한 전문가가 필요했고, 1개 건물의 에너지 모델 개발에 3개월여의 기간과 수 천 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박 교수는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태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제어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시뮬레이션 모델이 필요하다”고 기계학습 방법을 고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학계에서 최첨단으로 꼽히는 이 시스템은 소수의 입력 변수와 출력 변수를 통해 구현된다. 기축 건물과 같이 입력 변수를 정확히 수집하거나 세밀한 수준의 물리적 모델을 수립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교수님께서 개발한 기술을 한림원이 100대 기술로 선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건물 에너지 시뮬레이션’입니다. 이번에 선정된 기술은 건물이 지어지기 전 혹은 지어진 후에 컴퓨터를 이용해 건물 내 에너지의 흐름 및 열적 거동을 시뮬레이션 해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10~20년 전에는 물리학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 툴로 분석을 한 후 에너지 해석을 했는데 바둑에 ‘알파고’가 등장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적용된 ‘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게 저의 생각이었어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인공지능으로 훈련시킨 시뮬레이터를 통해 건물 에너지 소모량을 예측하고 절감 방안을 찾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입니다.”

기존에 사용되던 시스템과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 되는 건가요?

“과거에도 건물 설계 단계에서 어떤 유리·보일러·냉동기 등을 설치할 것이라는 특정 자료 및 수치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건물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과 성능을 예측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리학과 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물리학과 수학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노하우 를 가진 전문가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겁니다. 바둑으로 말씀드리면 이창호나 이세돌 정도 레벨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인사이트를 갖춘 사용자여야 했다는 거죠.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당시 대형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분석하려면 두 달 이상이 걸렸고,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니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또 이론을 꿰뚫고 있는 전문 지식인층에 접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기계학습으로 예측을 하면 전문적인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물리학이나 수학을 몰라도 되죠. 결국 이 기술은 건물 에너지 분야의 알파고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라고 하는 것들은 주로 어떤 것을 뜻하는 건가요?

“냉방·난방·조명·환기·급탕 이렇게 5개가 주요 에너지 소비 인자입니다. 이것을 컴퓨터로 해석하는 기술이 지난 30년간 발전해왔는데요. 이러한 기술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으로 발전시키는 연구가 또 지난 5년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돼 왔습니다.”

에너지 효율화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연구도 꾸준히 이어져왔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 연구 자체를 제가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에도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사양이 좋지 않았고, 알고리즘도 덜 개발됐습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것들이 개선되다 보니 이 분야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각광을 받게 된 겁니다.”

최근 연구된 기술들 중에서도 교수님이 개발한 모델이 유망 기술로 꼽히던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과거 많은 연구들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열적 거동을 모사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제가 연구한 기술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냉각탑에서 나오는 냉각수의 온도를 어떻게 조정하면 몇 %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다’는 에너지 절감 요소를 찾아내는 테크닉이 더해진 겁니다. 연구라는 것은 0에서 100이 되는 것이 아니라 80에서 81이 되고 82가 되는 것이니까요.”

기계학습 모델을 이용해 건물 내 냉동기 에너지 효율을 상승시키는 모습.
기계학습 모델을 이용해 건물 내 냉동기 에너지 효율을
상승시키는 모습.

해당 모델에는 어떠한 원리가 적용되는 건가요?

“먼저 건물의 에너지 거동을 설명하는 기계학습 모델을 생성하고 이후 ‘비용 함수(cost function)’라 부르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입력 변수를 찾는 겁니다. 기계학습을 한다는 말의 정확한 뜻은 ‘기계 함수를 만드는 것’인데요. x축의 값에 따라 y축의 값이 유동적으로 변하면 우리는 최솟값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각 지점의 값은 알지만 지점과 지점 사이에 어떠한 값이 존재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x와 f(x)의 관계를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면 즉, 그 관계를 ‘선’으로 연결하면 그땐 우리가 최솟값이 어느 지점인지를 알 수 있죠. f(x)를 에너지 사용량으로 보면 되고요.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x의 값과 그때의 에너지 사용량 역시 우리가 알 수 있겠죠. 이러한 모델을 생성하면 얼마의 수치를 입력해야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사용될 정도로 건물 내 에너지 사용 분석이 복잡한 것이군요.

“실제로 변수가 하나면 2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지만 냉동기 온도·보일러 온도·환기량 등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변수가 n개로 늘어나면 n+1의 공간이 되면서 다차원 곡면이 됩니다. 사람의 두뇌로 3차원 공간까지는 계산이 가능한데 이러한 다차원 공간은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심층신경망이 적용된 기계학습을 통하면 비용을 최소화하는 값을 찾는 테크닉을 활용할 수 있고, 그 변수를 지정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기계학습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변하는 기기들의 상태를 제어할 수 있고 연산 시간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완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건물 관리자나 특정 인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최적 제어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로 최대 얼마 정도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가요?

“이 기술로 냉동기의 경우 최대 24%까지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냉·난방을 동시 제어하는 장치의 경우에는 최대 30.4% 절감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모델이기 때문에 기기 종류의 구분 없이 모든 입력 변수와 출력 변수 사이의 관계가 동시에 표현됩니다. 따라서 아주 높은 큰 빌딩부터 일반 가정집까지 적용 가능하고요.”

에너지 효율화에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데요. 상용화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일이 걸릴까요?

“현재 SK텔레콤·삼성전자와 산학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빨리 됐으면 합니다만, 상용화의 경우 보편적 상용화와 특수적 상용화로 나뉩니다. SKT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올해 안에 현장적용을 시험적으로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편적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3~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IoT(사물인터넷)가 발달하면서 스마트홈 기술도 주목받는데 해당 기술과 연관성이 있을까요?

“스마트홈 기술은 대부분 센서에 기반을 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떠한 센서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가시화해주느냐’는 것, 즉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거든요. 이와 비교해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 있겠느냐’를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제품의 하드웨어가 스마트해지면 가능할 것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이러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들어가야만 절감이 가능한 것이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스마트홈 뒤편에 있는 브레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센서와 하드웨어 뒤편에 있는 스마트 ‘기술’을 만드는 것 말입니다.”

2017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BPSA(International Building Performance Simulation Association)에서 발표 중인 박철수 교수.
2017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BPSA(International Building Performance Simulation Association)에서 발표 중인 박철수 교수.

이 기술을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국에 지도교수님이 계세요. 교수님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석학이십니다. 1년에 한 번씩 미국을 방문해 교수님을 만나 뵙고 연구에 대해 논의도 하고 인사이트도 나누는데요. 2010년 초반 교수님을 뵈었을 때, ‘철수, 우리 학회의 미래는 물리학 기반보다 기계학 기반에 달린 것 같다. 내가 40여 년을 연구했는데 건물이라는 것을 물리학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하며 변수가 다양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복잡한 건물을 물리학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때의 대화를 통해 저도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학자들이 인생을 걸고 물리학 모델로 이것을 설명하려고 애를 썼는데 여전히 해당 모델과 실존 수치에는 갭이 존재했던 겁니다. 너무나 많은 노력에도 이 갭을 설명할 방법도 없었고요. 그래서 이 학문의 미래가 기계학습 혹은 기계학습과 물리학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전적인 연구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결심이 그때 들었습니다.”

연구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했던 방법이나 이론을 따라 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사실 편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당시 그 미팅 이후 귀국해서 학생들을 모아두고 ‘기계학습 모델 개발 연구를 해보자. 불모지에 가깝지만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후 2년 정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제가 참 운이 좋아서 그랬던 걸까요. 알파고가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이슈가 크게 부각됐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삼성, SKT 등 산학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습니다.”

연구하면서의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기존 건축 산업 자체가 틀에 고정되어 있다 보니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 한계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현실에 적용하면 유용하게 쓰일 텐데 기존에 있는 여러 장비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미래에 이 기계학습이 큰 힘을 얻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철학이 궁금합니다.

“연구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를 하는 것인데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늘 얘기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지도교수님께서 ‘반복하는 삶은 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때 그 말이 제 가슴에 딱 꽂혔거든요. 인생을 살 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자로써 지식의 경계를 넓히고 싶은 의욕이 항상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보지 않았던 것, 그러한 지식의 경계를 넓히는 것이 연구자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기계학습이라는, 기존 사람들이 생각은 했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제가 연구하면서 참 보람 있고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취미 생활은?

“그냥 산책하고 걷는 것을 좋아해요. 항상 저녁 먹고 30분에서 1시간 걷고 점심때는 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하고 또 캠퍼스를 걸으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요. 그것이 운동도 되고 취미도 되고 기분을 리프레시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내 삶과 연구를 되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취미치고는 너무 재미없죠(웃음)?”

해당 기술 개발이 막바지인 것 같은데 당분간 편하게 쉬어도 되지 않으세요?

“아닙니다. 아직 이 기술은 태동기에 있는 상태라 하고 싶은 추가 연구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은 빌딩 하나를 대상으로 삼지만 빌딩을 넘어 아파트 단지가 되거나 커뮤니티가 되면 우리가 어떻게 에너지를 제어해야 하는지도 연구 주제가 될 것이고요. 또 설계 단계에서의 기계 학습으로 어떻게 예측해야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지 혹은 각 건물마다 기계학습 모델을 어떻게 통합해야 도시를 설명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등을 추가로 연구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연구 계획이 있나요?

“건물 내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예측하는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마다 세팅하는 난방 온도도 다르고 에너지를 쓰는 패턴이 다른데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정형화해 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것을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을 통해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거동을 풀어내는 연구도 해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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