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치매 보고서] 침묵의 '기억 지우개', 치매 정복 어디까지 왔나
[2018 치매 보고서] 침묵의 '기억 지우개', 치매 정복 어디까지 왔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2.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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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 치료제 개발 포기...종근당·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 신약 개발 힘써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매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종근당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매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종근당>

‘바이오시장 판도를 바꿀 블록버스터 신약, 치매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가 2020~2029년까지 치매 관련 연구개발에 1조1054억원을 투입하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화이자, 릴리,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금 부담과 낮은 성공 가능성 등을 이유로 치매치료제 개발을 포기한 가운데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파마, 잇따른 치매 치료제 개발 중단

현재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가 포기한 글로벌 제약회사는 국내외 12곳에 달한다. 지난 2003년 이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 신약은 없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사가 최근 임상 2상에서 실패해 치매약 연구를 중단했다. 미국 화이자도 두 손을 들었다. 화이자는 난치병 개발 예산을 다른 연구로 돌린데 이어 300여명의 연구인력에대해서도 구조조정을 마쳤다. 화이자는 2012년 존슨앤드존슨과 알츠하이머 치료제 ‘바피뉴주맙’을 공동 개발했지만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에서 포기했다.

MSD도 지난 14일 치매치료 억제재 후보약물인 ‘베루베세스태트’로 진행했던 임상 3상을 중단하며 손을 뗀 상태다.

미국계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2016년 치매 연구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릴리는 지난 27년간 치매 신약 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다. 2000여명 경증 치매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3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치매치료제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감은 물론 난이도가 높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근본적인 치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 ‘고령사회글로벌 제약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약의 최종 허가 성공률이 1% 미만이라고 할 정도다.

재생의학·천연물질·줄기세포 등 다양한 치료법 접목 시도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각 사>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JW중외제약·일동제약·동아에스티·메디포스트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후보물질을 찾는데 힘을 쏟으면서 각종 임상 시험과 특허 취득 등 더딘 속도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상용화까진 갈 길이 아직 멀다.

종근당은 치매 치료를 위해 치매 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다른 치매 유발물질을 차단하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연구 개발 중 적용 가능한 것들이 있고 이 중에서 치매 유발 물질을 찾고 있다. 계속 치매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근당 치매 치료제는 치매 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뿐 아니라 다른 타깃도 제어하는 기전으로 개발 중”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차단만 생각해서 실패한 것 같다. 종근당은 다른 타깃까지 제어하는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JW중외제약은 재생 의학 차원에서 치매치료제에 접근하고 있다. JW 관계자는 “작년 Wnt 표적항암제 ‘CWP291’를 개발 중 기전이 치매 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기전을 활성화시켰을 때 탈모 환자들의 모근이 살아나는 효과를 본 후 탈모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향후 표적항암제인 Wnt 신호 전달 체계를 바탕으로 골다골증, 피부재생 등으로 접근하며 치매치료제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2000년 초부터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하고 천연물질이 기반인 치매치료제를 미국 하버드대 치매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지난달 19일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인 ‘DA-9803’을 500만 달러(약 53억원)에 양도하는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DA-9803은 상심자, 복령피 혼합 천연 추출물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후보 물질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뇌 신경전달물질 증가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천연물 성분 신약은 하나의 화합물이 아니라 많은 화합물로 구성돼 여러 표적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고 동아에스티 측은 강조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뉴로스템’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다. 뉴로스템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제대혈에서 추출 및 배양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원료로 국내서 1,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약후보물질 ‘ID1202’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ID1201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이다.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D1201은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해 알파세크레타아제의 활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기존 치매 유발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야기하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막고 신경세포를 보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동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치매동물모델 연구에서 ID1201이 치매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행동시험 결과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ID1201은 최근 종료된 비임상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설치류(실험쥐)와 비설치류(실험견)를 대상으로 실시한 단회 및 반복 투여 독성시험을 비롯해 안전성 약리시험, 유전 독성시험 등에서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게 일동제약 측 설명이다. 실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에 들어갔으며 국내 특허 및 중국, 유럽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일동제약은 향후 ID1201이 보여준 다양한 치매치료 기전을 고려해 치매의 원인을 차단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치매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명문제약은 최근 대구시와 대구연구개발특구(의료 R&D지구) 입주와 관련해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의료R&D지구 내 라파바이오 건물(지하1층, 지상 3층, 연면적 700평)을 인수해 올 상반기 신약연구소를 개설하고 항암제, 치매치료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명문제약은 뇌기능개선제 ‘뉴라렌’ 등 치매 관련 10여 개의 품목을 내세워 국내 치매의약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뉴라렌은 2014년 출시됐으며 지난해 2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박춘식 명문제약 대표는 "치매 치료제 등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연매출 5000억원의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비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복지부, 2025년 치매 환자 100만명 예상

현재까지 치매 치료제 개념의 약물은 없는 상태다.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으나 모두 실패했다. 뇌에 특정 단백질이 쌓여 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외 제약산업 전문 리서치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전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은 2024년 126억1000만 달러(약13조732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수가 60만명을 넘었다. 2025년 100만명, 2043년 200만명, 2050년 치매 인구는 1억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약 개발에 성공할지 아무도 모른다. 상업적인 것을 떠나 제약사들은 치료제를 통해 인류 건강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며 “제약사들 매출이 크지 않다. ‘치매국가책임제’ 처럼 제도적으로 정부가 지원 한다면 연구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있다면 치매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치매치료제가 상용화가 거의 안 된 시장이라 개발에 성공한다면 천문학적인 매출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치매 정복의 종주국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제약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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