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돈 싸움' '표 싸움'
[심층분석]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돈 싸움' '표 싸움'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2.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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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 관련 관리처분인가 시점 두고 구청장들, 정부에 '반기'
재건축 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놓고 정부와 강남3구 구청이 충돌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놓고 정부와 강남3구 구청들이 충돌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지난해 말 서울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위치한 아파트 재건축조합 11곳은 각 구청에 황급히 재건축계획심사(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지난 1월 2일부로 유예기간이 종료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조합들은 쫒기는 일정에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졸속으로 관리처분인가 서류를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는 각 구청에서 전부 받아들여졌다.

국토교통부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강남 3구 구청들에게 정부 관할 기관을 통해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관련 인·허가 권한을 가진 관할 구청장들은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는 것은 사실상 ‘표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계획이다.

관리처분인가 놓고 충돌하는 정부와 강남3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13조.<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도정법 111조는 국토부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사업시행자 등에게 자료 제출이나 보고를 명령할 수 있고 공무원이 직접 조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13조는 재건축 사업이 도정법에 위반될 경우 국토부가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게 처분의 취소나 변경, 공사 중지 등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또 같은 조항에 국토부가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구성해 재건축 사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위법사항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대목도 있다.

이에 근거해 지난달 29일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강남권 구청의 재건축 담당자를 불러 관리처분인가의 절차에 문제가 있을 시 서류를 반려해 부담금을 물리라고 지시했다. 이를 어길 경우 감사·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국토부는 또 이들 구청에게 한국감정원을 통해 관리처분 계획안을 재검증할 것을 권고했다. 구청은 재건축 사업에서 관리처분 인가권자이지만,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타당성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외부 검증하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남3구 구청들은 정부의 압박에도 자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과 5일 강남구와 서초구가 외부 검증을 철회하고 자체 검증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당초 한국감정원에 검증을 신청한 송파구도 지난 9일 제출했던 서류를 모두 회수하고 자체 검증을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구에서 장기간 관리처분계획 인가업무를 해온 만큼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체 검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강남 3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제동을 통해 뛰는 집값을 잡으려는 중앙정부와 지방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주민들 눈치를 보는 강남3구 구청장들의 샅바싸움이 치열해진 것이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당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걸려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지난달 21일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주요 재건축 아파트 20개 단지에 대해 실시한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 조합원 1인당 평균 3억7000만원 가량의 부담금이 예측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4구는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500만원까지 부담금을 물게 될 수 있다.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국토부가 법률에 따라 자체 점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심하게는 강남 3구의 6월 지방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남3구 구청장들, 지방선거 앞두고 ‘눈치보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처음 만들어졌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세금을 물리는 게 골자다. ‘수익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도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른 것이다.

해당 제도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아래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특례 조항을 통해 유예됐다. 2018년을 기점으로 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등장했다.

전국 각지의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조합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해당 기한을 넘길 경우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 속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20여 곳에 이르는 재건축 단지들이 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몇몇은 막판에 날림으로 인가과정을 거쳤거나 구청들이 졸속으로 승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해선 최종적으로 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가 미비됐거나 비현실적인 계획이 있는지 등을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들이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단체로 승인을 독촉하는 민원을 내기도 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구청 홈페이지에 “내년 선거 치르기 싫으신가요? 제발 좀 빨리 (인가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 1·2·4주구 조합원 400여명이 서초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구청에 관리처분인가 검증을 감정원에 의뢰하지 말고 서초구청이 자체 재검증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뉴시스>

구청장들 또한 이들의 민원을 외면하긴 힘들다. 구청장들로서는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 재건축 아파트 조합의 의견을 무시할 경우 득표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강남4구 가운데 한국감정원의 재검토를 받아들인 강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강남3구 구청장(신연희 강남구청장, 박춘희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구청장들 입장에선 자체 인·허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주민들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 헌법소원 도마 오르나

논란이 커지자 초과이익환수제의 헌법소원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14일 법무법인 인본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국민 평등권, 재산권, 행복 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오는 27일 1차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재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반포동 등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시공사 입찰에 실패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된 아파트 조합들이 소송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2008년의 경우 청구인 측은 ‘재건축 부담금이 헌법상 부여된 재산권 침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각하했다.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가 없어 피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각하 근거였다.

2012년 1인당 5544만원에 달하는 부담금 부과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재건축조합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다. 이 건은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초과이익환수제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재건축 아파트의 자산가치만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 조세법에 반하는 지 여부다. 이에 대해 정부는 1994년 헌법재판소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한 판결을 근거로 들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은 추정과세일 뿐 집세가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 재건축 아파트에만 조세를 물리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돈이 없을 수 있는 1인 1가구 고령자의 경우 세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파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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