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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은행권 취준생의 직격 토로] "나는 '흙수저'라 떨어졌나"
[은행권 취준생의 직격 토로] "나는 '흙수저'라 떨어졌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2.0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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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국민 최종면접서 탈락..."채용비리 희생양 됐나" 의구심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7명의 ‘VIP 리스트’를 관리했고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도 채용 관련 특별 관리 대상 리스트가 발견됐다. 이 명단에는 각각 55명, 20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이들은 예외 없이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필기시험만 붙으면 전원 합격 처리됐다. 국민은행 리스트에는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면접 점수를 조작해 당초 탈락권이던 서울대·연세대·고려대·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자 7명을 합격시켰고, 합격권이던 다른 대학 출신 7명을 떨어뜨렸다.

8일 검찰은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하나은행·부산은행·광주은행을 연이어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금융정의연대,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채용비리 관련 5개 은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채용비리는 ‘금수저 전형’과 ‘학벌 서열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철통같이 믿고 지원한 은행은 우리 청년에게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며, 너희는 ‘흙수저’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공정한 채용 보장과 채용비리 엄벌에 관한 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권 채용비리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인사이트코리아>가 은행권 취업을 준비해온 청년을 직접 만났다. 그는 지난해 우리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 최종면접까지 올라갔으나 결국 모두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은행권 채용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신이 '흙수저'라서 탈락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심경 고백을 가감없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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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왜 나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나? 왜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나? 하루하루 힘이 나질 않는다. 나는 2년 가량 은행권 취직을 준비하며 지난해에는 우리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 최종면접까지 치렀다. 내가 우리은행 1차 면접을 보던 당시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터졌다.

당시 우리은행 1차 면접 직전에 채용비리가 불거져서 정신도 없었거니와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설마설마 하면서 ‘이번 2017년 채용은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찜찜한 상태에서 우리은행 최종면접을 보고 이후에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면접을 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다시 은행권 취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우리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에서도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며칠 전에는 ‘우리은행 채용비리가 2017년까지 이어졌다’는 검찰 수사 상황 기사를 보고 둔기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우리은행 면접에서 면접관들은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채점을 연필로 해 결과를 수정한 정황이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질타를 했는데 나는 실제로 면접관들이 연필을 쓰고 있는 것을 봤다.

우리은행 최종면접에는 임원과 외부 면접관이 함께 들어왔었다. 이미 국감에서 한차례 난리가 났었기에 쇄신 차원에서 외부 면접관을 섭외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자기들과 함께 일할 사람을 외부 사람이 뽑는다는 것이 앞뒤가 맞는 일인가 싶었다. 또 외부 면접관이 그 자리에 앉아있다고 해서 채용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부끄럽지 않은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심증만 있기에 내 억측일 수도 있다. 내가 채용비리에 얽힌 ‘내정자들’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내가 그들 때문에 피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설령 내가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당시 나는 그 면접장에 있었던 사람이고 은행권 취직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던 취업 준비생이며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이 피해를 봤을 수도 있으므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자격이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국민은행 2015년·하나은행 2016년 신입 공채 채용비리가 밝혀졌고, 자세한 사항은 검찰 수사에서 정확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 이전부터 지난 2017년까지 채용비리가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여겨진다.

최근 다른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연달아 보도되는 것을 보는 내 느낌은 이랬다. ‘불법 운전을 하고 싶은데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라서 술을 마셨다’는 것. 저 사람들 매년 불법 운전하려고 술을 마셔왔구나 싶었다. 이미 하고 싶은 게 정해져 있는데 그걸 이룰만한 '꺼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허탈하고 기분 참 더럽다. 부끄럽지 않은지 그들에게 진정 묻고 싶다.

“‘학습된 무기력’, 그게 지금 취준생들의 현실”

최근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기사에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더라. ‘이건 욕먹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개인이 인정을 받는 것이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그것을 택하는 것은 고용주의 몫이다’라고. 물론 개인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기업에서는 ‘인재’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인재를 뽑는다’라고 말하는데, ‘인재’라는 단어의 상위어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렇게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는 사람을 뽑는다’ ‘우리는 사람을 우선시 한다’고 강조하고 홍보하면서, 사람, 사람, 사람 노래를 하면서 결과는 이런 것인가. 사람과 학교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중은행 공채의 경우 서류 지원 시 사진과 학교, 학점을 다 기입하고 면접에서는 블라인드 처리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명목상 블라인드’다. 보려면 볼 수 있는 거니까.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과연 은행권만 이럴까? 투명하고 공정한 이미지의 은행권도 이런데 다른 곳은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말이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얼마 전 뉴스에서 봤다. 실험자가 개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때, 빠져나갈 통로가 있는 개는 그것을 인지한 후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통로가 없는 개는 전기 충격이 반복되면 그 충격에 순응해버린다고 하더라. 희망이 없으니까. 그게 지금 취준생들의 상황이다.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어제 모 은행에 또 서류를 냈다. 지원하면서도 회의가 들었다. 이 은행은 과연 특혜채용이 없을까.

“그래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겠다”

취준생 누구나 그렇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좋은 회사에 가고 싶어 한다. 나는 은행권 취직을 준비하면서 늘 설렜다. 힘들었지만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그렇게 준비해왔다. 지난해에는 결과도 좋았다. 최종면접까지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될 것 같다’는 희망도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은행만 지원해왔다. 남들이 볼 때는 미련하다고 할 정도로. 한 시즌에 20개 이력서를 제출한다면 절반 이상이 은행권이었다. 지난해에는 3군데 은행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져 속상하고 방황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힘을 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만 해도 힘든 순간이 많을 텐데 싫어하는 일을 하면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한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정적으로 할 자신이 있다.

대학시절 학원비를 혼자서 벌고자 모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게 내 꿈의 전환점이 됐다. 은행에 오는 사람들 모두 작게나마 금전적인 고민들을 하나씩 가지고 오는데, 그 고민을 해결해주는 은행원들의 업무를 옆에서 보면서 매력을 느꼈다. 그때부터 조언을 얻어 가며 자격증도 따고 열심히 준비해 왔다.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꼭 가고 싶었던 모 은행 최종면접에 갔을 때는 너무나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렇게 애정이 많은 은행권이었는데 이렇게 채용비리가 있었다니 마음이 아프다.

물론 나에게 ‘네가 더 잘했어야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내 스스로도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이렇게 벌어진 상황들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고 그 조사 결과에 대한 개선이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행’ ‘현실’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기존에 유지돼오던 채용 절차가 한 번에 뒤바뀌어 버리면 취준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채용비리 문제가 터지자 갑자기 '내년 2018년 채용절차에 필기시험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금감원 조사로 이러한 변동 사항이 여러 은행에 적용될 것 같다. 급작스럽게 바뀌다 보면 취준생들은 사교육을 하게 되고 부담도 늘 것인데 걱정이다. 복잡하다. 은행 측에서는 나름 제도를 개선하는 거겠지만 우리도 피해 아닌 피해를 받는 셈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이게 현실이야’다. 그 현실 안에서 합리화 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채용비리에 대해 은행들은 ‘관행이었다’고들 말하는데 그 관행이 옳고 그른지는 본인들이 판단했어야 했다. 그것을 ‘현실’이라는 말로 포장을 해버리면 그 현실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다.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를 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들은 저렇게 살지만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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