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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담배회사 B&W의 추악한 내부고발자 '죽이기'
재벌 담배회사 B&W의 추악한 내부고발자 '죽이기'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2.05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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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SIDER'로 본 협상전략
영화 'INSIDER' 포스터.인터넷캡처
영화 'INSIDER' 포스터.<인터넷캡처>

[인사이트코리아=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감독 : 마이클 만, 주연 : 알 파치노(로웰 버그만 역)·러셀 크로(닥터 제프리 위갠드 역)·크리스토퍼 플러머(마이클 월러스 역)·필립 베이커 홀(돈 휴잇 역)·브루스 맥길(론 모틀리 역)·마이클 갬본(토마스 샌드퍼 역)

영화 <인사이더>(Insider)는 브라운 앤드 윌리암슨(B&W)이란 미국 3대 재벌 담배제조회사에서 기술연구소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제프리 위갠드 박사의 실제 내부 고발(whistle blower) 사건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담배의 해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증대와 그로 인한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담배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던 미국 내 거대 담배제조회사들은 암모니아를 이용한 화학적 처리로 인간의 뇌가 급속히 니코틴 중독 상태에 도달하도록 한 담배를 제조, 판매함으로써 항구적인 담배 매출 상승을 꾀했다.

이 영화는 B&W라는 거대기업의 방해, 음해, 협박에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경제적, 사회적 삶까지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 파괴돼 가는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제프리 위갠드 박사의 사회고발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당시 C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책임 프로듀서였던 로웰 버그만. 그는 진정한 언론인으로서의 덕목들 즉,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보다 공익을 수호하며, 선량하고 힘 없는 정보제공자를 끝까지 지켜냄으로써 대자본의 위세 앞에서 언론의 존재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들어라”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란 미심쩍은 이유로 업계 3위 담배회사인 B&W의 부사장에서 해고된 위갠드 박사. 그동안 받았던 고액의 연봉은커녕 약속된 퇴직수당마저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적한 변두리 마을의 평범한 집으로 이사 온 위갠드 박사와 가족. 중증 천식을 앓고 있는 딸아이의 만만찮은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당장 먹고 살 돈이 급한 현실에 부닥친 그는 이전의 부사장 연봉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박봉이지만, 그나마 의료지원이 약속되는 고등학교 화학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CBS <60분>의 책임 프로듀서인 버그만으로부터 담배회사 연구자료 분석 의뢰를 받게 된다. 수고료는 1만 달러. 그러나 버그만이 위갠드 박사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B&W의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샌드퍼는 더욱 더 강화된 기밀준수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만약 서명치 않으면 그 즉시 퇴직연금 지급 및 의료보험 지원을 중단하고 곧바로 위갠드 박사에 대한 법정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협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압박은 오히려 위갠드 박사를 자극, 버그만의 <60분>에 B&W의 불법적인 니코틴 중독강화 처리기술을 고발하기로 하고 인터뷰에 임한다. 이에 샌드퍼는 버그만이 위갠드 박사의 고발 인터뷰를 내보낼 경우, 위갠드 박사와 B&W 간에 체결된 기밀방지 계약을 제3자가 꼬드겨 파기토록 유도한 것이므로,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피해 발생 건으로 법정 고발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언제든 CBS를 송두리째 인수하고 경영권을 장악할 수도 있음을 CBS 최고경영진에 엄중히 경고한다.

마침 CBS를 웨스팅하우스에 매각하는 절차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CBS 최고경영진은 B&W와 소송이 벌어질 경우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버그만에게 제작된 내용에서 위갠드 박사의 내부고발 인터뷰 부분을 삭제하고 방송하도록 지시한다.

버그만은 경영진의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다. 그러나 경영진은 돈의 위세에 눌리고, 사태는 결국 버그만의 정직 인사로 비화된다. 게다가 그들의 추악한 담배중독 기술이 탄로날 것이 두려운 B&W는 이제 위갠드 박사 흠집 내기 작업에 열을 올린다. 뒷조사 전문 언론사를 매수해 위갠드 박사의 전처를 찾아가 그의 과거를 훑고 그가 과학자로서 쌓아온 업적, 위상,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물어서 주워 담는 것이다.

서로 원만하게 합의한 이혼이었다고 전처가 분명히 밝혔음에도 결혼한 지 몇 달도 안 돼 병으로 신음하는 전처와 이혼하면서 그녀와 어린 딸을 매정하게 내버렸으며, 좀도둑 행각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는 등 각종 음해성 기사가 다양한 언론 매체들을 통해 하나 둘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급기야 CBS의 에릭 사장이 직접 그의 고발 인터뷰가 포함된 내용을 방송할 수 없다고 천명하기에 이른다.

결국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고, 호텔방에 기거하는 신세로 전락한 위갠드 박사. 우연히 자신을 음해하는 지역 뉴스 방송을 지켜 본 위갠드 박사는 망연자실한다. 게다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인터뷰한 내용은 모두 다 삭제된 채 뜬 구름 잡는 얘기로 전락한 <60분> 방송을 본 그는 정신마저 혼미해져 간다.

스티브 잡스도 애용한 협상 전술

이 영화에서 버그만은 흠집 내기 전략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다.

“그들의 전략은, 첫째 이 사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란 거대 언론 지면을 통해 그의 명성을 망가뜨리는 거죠. 그렇게 함으로써 담배에 대해 그가 하는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귀 기울여 들을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게 전략이죠(Their strategy: discredit this guy; ruin his reputation in the Wall Street Journal and then nobody will even listen to what he's got to say about tobacco).”

흥미로운 것은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저열한 모방제품이란 의미의 카피캣(copy cat)이라며 맹비난을 퍼 붓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급기야, 불법 기술 및 디자인 도용 혐의를 걸어 법정 제소하는 사태까지 연출했다는 것이다.

해당 소송건의 유·무죄 판정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얼마나 될까도 문제지만, 일단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국민으로선 자국의 기업이 외국 기업의 불법 행위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삼선전자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삼성전자, 더 나아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전자제품 전체에 대한 심리적 반감을 형성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잡스의 ‘삼성전자 갤럭시 흠집 내기 전략’은 실효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흠집 내기’ 전략이다. 혁신적인 기술 하나 제대로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참신한 이미지를 새롭게 정착시키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상대의 도덕성, 전문성, 명성을 급격하게 추락시킬 수 있는 흠집 내기에 대한 유혹은 마약 중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특히 ‘당신은 그동안 철저히 속았던 것입니다’란 말처럼 사람의 주의를 끄는 말도 별로 없다. 속았다는 말처럼 사람의 감정을 격앙시키고, 당장 분풀이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처럼 만드는 말도 드물다. 즉, 대단히 민감하고 즉각적인, 반사신경처럼 신속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명심할 것은 부당하고 근거 없는 ‘흠집 내기’에 의한 피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쌍방 제소 사건에서처럼, 그 흠집 내기에 현혹돼 그릇된 판단을 하는 자신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당장의 감정적 대응이나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하지 않으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허위인지를 꼼꼼히 살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올곧은 사고와 성품을 가다듬어 ‘흠집 내기’에 걸려 넘어가지도 말고 부당한 흠집 내기를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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