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H
    5℃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8℃
    미세먼지
  • 대전
    B
    8℃
    미세먼지
  • 대구
    H
    11℃
    미세먼지
  • 울산
    H
    13℃
    미세먼지
  • 부산
    H
    13℃
    미세먼지
  • 강원
    R
    5℃
    미세먼지
  • 충북
    B
    9℃
    미세먼지
  • 충남
    B
    8℃
    미세먼지
  • 전북
    B
    7℃
    미세먼지
  • 전남
    B
    9℃
    미세먼지
  • 경북
    Y
    11℃
    미세먼지
  • 경남
    H
    13℃
    미세먼지
  • 제주
    Y
    11℃
    미세먼지
  • 세종
    B
    8℃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3-19 18:5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1987' 기자 저항정신, 요즘 언론 왜 이리 씁쓸한가
'1987' 기자 저항정신, 요즘 언론 왜 이리 씁쓸한가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2.05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 변화 따라 언론-기업 관계도 급물살

영화가 끝나면 극장 안에 불이 켜진다. 이어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화면에 올라오기 시작하면 남녀노소 관객들 대부분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본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한동안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옆 자리의 아내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고 있다. 필자도 눈을 계속 깜박거리며 나오는 눈물을 애써 막고 있었다. 바로 ‘1987’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모 정치인은 “1987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과대학 대학원생이었다”고 동문서답해 한동안 세인들의 가십에 오르기도 했다. 필자는 1987년에 대우그룹 홍보실 대리였다. 당시 사무실은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 25층. 4면이 유리창인 전망 좋은 위치 덕에 6월 민주항쟁의 거리 상황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백지 광고’에 ‘조각 광고’로

“독재타도 호헌철폐”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과 서울역 등 인근 거리를 꽉 메운 군중. 속칭 ‘지랄탄’이라 불리는 다탄두 최루탄 발사기를 마구 쏘아대며 시위대를 한 쪽으로 몰아가는 경찰. 이어 무지막지하게 곤봉을 휘두르며 골목골목 시민과 학생들을 쫓는 하얀 헬멧의 백골단들.  30년 만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며 당시 기억이 떠올라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와중에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 당시 오롯이 살아 있었던 정통 언론과 기자 정신을 보았던 점이다. 서슬 퍼런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했던 신문사와 기자들이 없었더라면 그때 그 사건들은 조용히 덮어지고 아직도 우린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신문의 ‘불의에 대한 저항 정신’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고 계승된 것이라고 본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6년에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말살했다. 그리고 13년 전인 1974년, 그 신문은 이른바 ‘백지 광고’로 독재에 저항했다. 신문사가 정부의 기사 통제를 따르지 않자 무식한 군부 정권이 광고주인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광고를 못 싣게 했다.  

이에 저항해 광고 면을 아예 백지로 제작해 신문을 만든 것이다. 이에 탄압받는 신문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들이 일제히 나섰다. 조각 광고로 광고 지면을 채운 것이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필자의 반에서도 용돈을 아껴 2만원 남짓의 성금을 모아 아주 조그마한 광고를 낸 기억이 난다. 이후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성장했던 바로 그 신문이 1987년에도 과연 큰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럼, 2018년 지금의 언론 현실은 어떠한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사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쯤은 보다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언론사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동안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변화했다. 특히 1997년 IMF 위기 이후,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 언론사의 관계는 이전과는 다르게 변모해 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가 직접 들은 에피소드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고로 홍보맨이란…”

#. 전통을 자랑하는 한 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고참 언론인 얘기다. 5~6년 전 그가 규모가 크지 않은 한 인터넷신문사의 편집국장을 잠시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모 그룹의 한 계열사와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가 나간 그 다음날 오전의 일이었다고 한다. 해당 기업의 홍보부장이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 신문사를 찾아 왔다고 한다. 당연히 취재 기사에 대한 상세설명과 반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찾아온 성의를 보아 어느 정도 그 기업의 입장을 후속 기사에 충분히 반영해 주리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완전히 기대가 무너졌다고 한다. 대기업 홍보부장은 기사에 대한 해명이나 반론 주장은 한 마디도 없이 다짜고짜 “얼마면 됩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문제가 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를 원하는데 대신 얼마짜리 광고를 요구하느냐?’ 하는 의미다. 25년 언론사 경력 중 그런 모욕적인 일을 처음 겪었다고 한 편집국장은 불 같이 화를 내고 그 대기업 홍보부장을 당장 사무실에서 쫓아냈다고 한다. 물론 문제의 그 기사는 전혀 손대지 않고 말이다. 

#. 1년 전 쯤의 일이다.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고교 10년 후배를 만났다. 명함을 보니 대기업 계열사의 홍보임원이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다. 언제부터 홍보업무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입사 후 줄곧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다가 홍보실장에 임명된 지 채 6개월도 안 된다는 대답이었다. ‘자고로 홍보맨이란 직업은 전문 분야에 속하며 홍보실장이 되려면 최소한 10여년 이상 같은 일을 해 와야 한다’고 했던 필자의 평소 주장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더욱 힘이 빠지는 답변이 지체없이 돌아왔다. “선배님, 요즘 홍보실장은 광고예산만 풍족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요즘 홍보맨들에게는 선배님 시절처럼 언론에 기업의 좋은 기사가 크게 보도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낼 필요도 없고, 언론사 기자들과의 오랜 기간 동안의 교류를 통한 인맥 관리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치 홍보실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광고예산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고 들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씁쓸한 답변이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