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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을 향해 전진한다
날마다 앞을 향해 전진한다
  • 권호
  • 승인 2018.02.01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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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창업 50년, 경영 50년’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일진그룹>

[인사이트코리아=권호 기자] 허진규 회장은 일진그룹 창업자다. 일진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는 허진규 회장의 경영 50주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진그룹은 결코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아니지만, 도전과 창조의 정신으로 발전해온 독특한 기업이다.” 허진규 회장이 자신이 만든 일진그룹을 평가한 말이다.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벤처기업과 같은 도전과 창조의 DNA를 갖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가 선정한 ‘닮고 싶은 공대인’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선정되고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경영자이자 엔지니어다. <인사이트코리아>가 허진규 회장의 ‘창업 50년, 경영 50년’을 들여다봤다.

허진규 회장은 1940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여유 있는 지주 집안의 7형제 중 막내였다. 당시만 해도 부안은 깡촌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학교까지 10리 길을 걸어 다녔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비가 온 다음날에는 땅이 질퍽거려서 고무신이 벗겨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학군단(ROTC) 장교 복무 중 방산업계에서 작은 부품 하나조차 전부 수입해야 하는 조국의 제조업 현실을 마주했다. 복무를 마친 직후인 1965년 3월, 경기도 부천에 있던 단조 제조업체인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 입사했다. 당시 금 속공학과 출신이 선호하는 기업은 인천제철, 한국기계 등 대기업이었으나 허 회장은 고심 끝에 대기업이 아닌 한국차량기계제작소를 선택한다.

하지만 첫 직장의 경험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사 1년 8개월 만에 회사가 부도가 나버려 다른 직장을 찾아야만 했다. 퇴사 직전이던 허 회장에게 일본 공장장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소 자네를 눈여겨봤는데, 자네는 다른 회사로 옮겨갈 것이 아니라 직접 창업을 하는 게 훨씬 나을 걸세. 한국에서는 비철금속을 비롯한 주물 사업이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그만큼 장래도 밝아. 내가 확신하건대, 자네라면 기술도 좋고 성실하니까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 그러니 좀 무리가 되더라도 스스로 창업하는 길을 한 번 찾아보게.”

28살의 허진규 회장이 창업의 길을 처음 생각한 순간이었다. 며칠 간 고민 끝에 그는 창업의 길을 선택했고 공장장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주물 도면을 건네주며 기술 개발에 참조하라고 말해줬다.

1968년 1월 22일 서울 노량진의 집 앞마당에서 자본금 30만원을 갖고 창업했다. 공장이라고 해봐야 허 회장 의 집 앞마당의 10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였다. 여기에 100kg급의 작은 흑연 도가니 하나를 놓았고 목형 등의 기본 주물 설비만 갖추었다. 직원 역시 2명에 불과했다. 사명은 ‘날마다 앞을 향해 전진한다’는 뜻을 담아 ‘일진 (日進)’으로 정했다. 일진그룹의 탄생 배경이다.

50년이 지난 현재 일진은 연 매출 3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일진그룹은 금속, 전기, 소재 등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수소자동차용 고압용기, 커튼월 공법 등이 일진그룹 계열사들에서 나왔다. 일본 공장장과의 운명 같은 만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를 성공시킨 것은 노력이다.

허 회장과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인사들은 그의 ‘뚝심’ 이 지금의 일진을 일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허 회장의 대학 후배인 김도연 포항공과대학교 총장은 “일진이 창업한 날은 바로 전날 북한 무장간첩단이 청와대 뒷산까지 접근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시기”라며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창업은 꿈도 못 꿀 시기에 허 회장은 아마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그런 것을 신경도 안 썼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혁신으로 새로운 100년 맞이할 것” 지난 1월 19일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허진규 회장은 사고의 전환을 통한 혁신으로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기념사를 통해 “일진은 기술보국의 신념으로 창업해 50년간 국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소재 산업에 집중해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성공적인 혁신의 길을 찾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어떤 위기 앞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날마다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2017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부진즉퇴(不進 則退)’를 경영방침으로 삼아 열심히 뛴 결과 부진의 터널을 벗어났다”며 “지난해가 회복계기를 마련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더 큰 도약을 이루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매출과 이익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지난 50년간 우리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일진이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실을 다졌다”며 “단단하게 다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형적인 성장도 함께 추구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또 “숫자를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자”고도 했다. 허 회장은 “일진을 위해 부서는 무엇을 하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수치와 날짜를 이용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업무 진행 결과를 수치화해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막연히 일할 것이 아니라 숫자와 목표를 정하고 일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창립 기념식에서는 허진규 회장의 50년 경영 스토리를 담은 경영 에세이 <창의와 도전, 행복한 50년> 출판기념회가 함께 열렸다.

이 책은 허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지인과 계열사 대표들이 직접 작성한 글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대표 저자로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장관, 선우중호 전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유장희 전 동반성장위원 회 위원장, 이희범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장 등 17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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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50년 경영활동과 80년 인생이 담긴 책 <창의와 도전, 행복한 50년>이 지난 1월 발간됐다.<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이 전하는 경영 노하우 6가지

허진규 회장은 지금껏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을 잘 운영하는 그만의 신념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50년간 지금의 일진그룹을 만들었던 노하우는 뭘까. 그의 저서(‘창의와 도전, 행복한 50 년)에서 밝힌 대표적인 경영 철학 6가지를 알아보자.

먼저 ‘기술로 승부한다’는 기술경영이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레드오션(Red Ocean)은 나의 시장이 아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낮은 기술은 일진이 추구하는 진정한 기술이 아니다”고 말한다. 또 국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은 개발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한 기술이라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연구하지 않는다. 또 한 번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기술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계열사 대표가 포기하고 내 보낸 기술자를 다시 불러서 끝까지 개발시킨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뚝심 경영이다. 마부작침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은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오랜 세월에 걸쳐 정성을 기울여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산업계에 필요한 기술이라면 반드시 우리 힘으로 개발해서 국산화를 해야 한다고 결심했고, 이런 확신을 갖는 기술이라면 마부작침의 마음으로 작심하고 도전해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셋째는 현장경영이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얘기다.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하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여타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내가 직접 현장 사무실이나 연구소를 찾아가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사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연구진들이 최고의 인재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자주 프로젝트 실무 담당자들을 만나 경과보고를 듣고,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야기를 들을 때 현재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만, 앞으로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그에 발맞춰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들어보고 의견을 나눈다.

넷째는 도전경영이다. 벼랑 끝에서 한 단계 도약해 살아남는 방법은 또 다른 도전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 는 것뿐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한 기자가 빌 게이츠에 게 질문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워하는 장애물이 무엇입니까?” 빌게이츠는 “지금도 내가 모르는 누군 가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을까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빌 게이츠의 답변은 예언이 됐다. 그해 실리콘벨리의 한 차고에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밤을 새워가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현재 IT 업계를 주름잡는 구글이 설립된 해가 1998년이었다. 허 회장은 기존 기업이든 스타트업 기업이든 이 같은 벤처 정신을 갖고 끝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전만이 어떤 위기도 극복하고 더 높은 곳에 이를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근검절약 경영’이다. 허 회장은 티끌모아 태산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한다고 한다. 수천 명의 임직원들이 마음을 모아 몇 원씩 원가를 절감하면 1000만원이 되고 1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단돈 1원이라도 필요 없는 곳에 사용하면 사치가 되고, 1000억원이라도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말한다.

여섯째는 ‘환원경영’이다. 노력하고 성과를 내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것이 허 회장의 가장 중요한 경영 철학 중 하나다. 물질로든 지위로든 반드시 보상해서 성과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실제 매년 창립 기념식 때마다 전년도에 우수한 사업성과를 거둔 직원과 조직을 평가해 대상·금상·은상을 제정해 최고 1억원까지 포상한다. 또 ‘일진 Star Award’상을 추가로 제정해 구매, 영업, 생산, 개발 등 각 분야에서 회사에 기여한 직원의 땀에 보답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수억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일진그룹에 포진하고 있는 성실하고 재능이 출중한 유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허 회장의 <창의와 도전, 행복한 50년>을 집필한 김황식 전 총리는 “창업과 발전 등 일진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사”라며 “능동과 도전도 결국 긍정적인 자신감에서 시작된다는 게 허 회장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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