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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선수급’ 스타트업 키우려면
‘정현 선수급’ 스타트업 키우려면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05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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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 유쾌한 22살 청년 정현이 정초 대한민국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안겼다. 그는 아시아인이 넘기 어려운 벽인 테니스에서 메이저대회 4강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발바닥 부상을 안고 분전한 장면은 외환위기로 시름에 잠겨 있던 사람들을 맨발의 투혼으로 감동시킨 골프 선수 박세리를 연상시켰다.  

호주오픈대회에서 정현의 경기를 보는 즐거움은 세계 수준의 실력과 기록 그 이상이었다. 유창한 영어와 재치 있는 언변, 상대선수를 존중하는 매너는 관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한국 청년의 표본이었다. 정현 외에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아메리칸뮤직어워드 무대를 평정한 방탄소년단에서 우리는 기성세대와 유전자가 다른 젊은 세대를 발견한다. 평창올림픽에선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에 버금가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깨가 축 처진 무수한 젊은 군상을 목격한다. 고시촌을 전전하며 공무원시험에 목을 매는 공시족이 수십만이다. 낙담한 2030세대들이 가상화폐 투기 광풍에 뛰어들고 정부가 규제하자 반발하는 것도 극심한 취업난이 몰고 온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청년세대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가 들어선지 9개월이 되어가는데도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했다. 다급해진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느냐”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문제는 새 정부가 취한 일련의 친노동정책이 되레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인상되자 중소·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가세하면서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감원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할 정도다. 

정부 정책을 찬찬히 재점검할 때다.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더 늘리는 것은 해답이 못 된다. 청년고용을 늘릴 근본 대책은 민간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키우거나 신규 투자를 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것도 긴요하다. 이 경우 ‘기승전치킨집’으로 비유되는 식당, 카페 등 요식업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경제, 사회 부문에 융합함으로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분야로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과감한 규제혁파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가 돈만 풀지 규제는 풀지 않는다. 애써 창업한 스타트업이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면 카셰어링 비즈니스 규제에서 보듯 기존 사업자를 싸고돈다.

이런 현실을 간파한 대통령이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혁명적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규제체계를 ‘선(先) 허용-후(後)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모래 위에서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처럼 특정사업 분야의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서두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은 기업이 신명나게 뛰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불요불급한 규제를 확실히 철폐해 기업 활동을 북돋아야 할 것이다. 정현 선수 같은 스타트업들이 만개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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