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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깊은 '수렁'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어디로 가나
[심층분석]깊은 '수렁'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어디로 가나
  • 권호
  • 승인 2018.01.12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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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기 연속 누적 적자 2조5000억...MC사업 철수설도 '솔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뉴시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권호기자]LG전자 MC(스마트폰)사업본부가 11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가 2조5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8’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정해진 기간에 맞추는 방식을 바꿔보려고 한다”며 “누가 신제품을 냈으니까 따라서 내야겠다는 건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그렇다고 해서 신모델을 안 내는 것은 아니지만 출시하더라도 기존 제품을 오래 끌고 가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신제품은 필요성이 느껴질 때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지난해 LG전자는 매출 61조4024억원, 영업이익 2조4685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초로 60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2009년(2조6807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84.5% 증가했다. LG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이 돼야 할 스마트폰 사업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LG전자의 H&A(가전제품)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에 매출 4조9844억원, 영업이익 4249억원, 영업이익률 8.5%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MC(스마트폰)사업본부는 매출 2조8077억원, 영업손실 3753억원을 냈다. 4분기 역시 2000억원대의 적자가 확실시 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적자는 2015년 2분기부터 2017년 말까지 11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누적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선 '스마트폰 수렁'에서 빠져나올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LG 스마트폰은 왜 실패했나?


스마트폰 시장 역사에서 한번 기회를 놓쳐 점유율이 떨어진 회사가 이후 역전한 사례는 없다.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고 있으며, 중저가 스마트폰 역시 후발주자인 중국업체의 공세가 매섭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대비 5%성장한 가운데 삼성이 21%의 점유율로 1위, 2위는 11.7%를 기록한 애플, 3위는 9.8%를 점유한 중국 화웨이가 차지했다. LG전자 시장 점유율은 3.5%로 7위에 머물고 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해외 출시를 확대하고 보급형 스마트폰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전략이지만, 중저가폰 시장에서 화웨이·비보·오포 등 중국 신흥 강자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뉴시스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뉴시스>

 

LG전자 스마트폰 추락의 시작은 2007년 취임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때부터다. 그는 맥킨지 컨설팅의 신봉자로 매년 300억원 규모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며 맥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남 부회장은 맥킨지의 조언을 받아 LG전자의 내부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개발 보다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펼쳤다.    

먼저,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한다는 취지로 LG전자 내에 ‘C레벨(부사장급)’ 임원 8명 중 7명을 외국인으로 채웠다.   

이와 함께 R&D 인력을 마케팅 쪽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매출 대비 R&D 비중을 줄이는 대신 마케팅 비용을 적극 늘리는 정책을 썼다. 매출대비 R&D 비중은 2007년 6.6%에서 2008년 6.3%, 2009년 6.2%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반면, 마케팅 비용은 2006년 1조9789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09년에는 2조5188억원으로 27% 가량 늘었다.   

문제는 애플이 핸드폰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지만, 맥킨지는 스마폰의 인기는 스쳐가는 바람일 것이라며 무시했다. 이를 믿은 LG전자는 스마트폰 개발을 등한시하고 피처폰에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LG전자는 2008년과 2009년에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잔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2010년부터 적자 폭이 급속히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당시 LG전자는 피처폰인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이 1000만대 이상 팔리면서 크게 고무된 상황이었다”며 “이는 남 부회장이 CEO를 맡기 이전에 이미 개발됐던 제품들로 LG전자는 여기에 도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성과를 투자로 연결해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해야 했는데, 기술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한다는 전략 변화로 인해 2009년 이후 고전했다”며 “이것이 LG전자의 치명척인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 매체인 포춘(Fortune)은 2011년 2월 15일 'LG전자는 왜 스마트폰 경쟁에서 실패했나(How LG lost the smartphone race)'라는 제목으로 9페이지에 달하는 영문 분석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포춘지는 LG전자는 변화의 속도를 보지 못했으며, 상급 경영진은 스마트폰에 대해 무지했다는 게 실패의 근본 이유로 분석했다.


MC사업본부장을 부사장급으로 '강등'해 임명한 까닭은?   

휴대폰 사업 부문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는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LG전자 전체 수익구조를 갉아먹는 ‘깨진 항아리’로 전락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부문을 대대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MC(스마트폰)사업부문의 실적이 연이어 악화되자 사업부 인력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LG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H&A(가전)사업본부는 5894명에서 6064명으로 170명 늘어난 반면, MC(스마트폰)사업본부 인력은 262명 감소한 6464명이다. MC사업본부 인력은 ▲2016년 6790명 ▲2015년 7460명으로 2년 새 1000여명이 줄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수장을 사장급에서 부사장급으로 한 단계 내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3년 간 MC사업본부를 맡아왔던 조준호 사장을 LG인화원 원장으로 이동시키고, 황정환 부사장을 신임 MC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LG전자 사장급 임원들이 MC사업본부로 가는 것 자체를 기피해 어쩔 수 없이 부사장급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분기에 퇴임한 임원 6명 가운데 4명이 MC사업본부 소속이었다는 게 이를 뒷받침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사는 스마트폰 사업을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킬 수 없다는 내부 평가에 따른 것으로 MC사업본부 조직 축소는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당장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조직 축소나 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11분기 연속 적자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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