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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인 가상화폐 거래소, 정체 드러날까
베일에 쌓인 가상화폐 거래소, 정체 드러날까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1.0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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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산정체계·보안시스템·서버관리 '깜깜이'…최종구 “자작극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경“
빗썸(그림 왼쪽)과 업비트 로고.각사
빗썸(그림 왼쪽)과 업비트 로고.<각사>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암호화폐(가상화폐·Crypto Currency)에 대한 정부의 ‘십자 포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드디어 ‘거래소 폐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의적으로 시세를 조종했거나 자금세탁에 협조한 거래소를 잡아내 문을 아예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고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베일’이 벗겨질지 관심사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 은행권 합동 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는 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등 6개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실태와 실명확인 시스템 운영 현황 등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와 함께 관계기관과 협력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범죄·불법행위를 적발해 폐쇄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가상통화는 자금세탁, 사기, 유사수신 등 불법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해킹 문제나 비이성적 투기과열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암호화폐 취급업소(거래소) 폐쇄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일에 싸인 암호화폐 거래소들

2018년 1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통화 관련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통화 관련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이날 최 위원장은 “과연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현재 그(거래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이른바 위장사고의 가능성·시세조종·유사수신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해킹사고나 전산사고 등으로 인한 거래중단이 계속됐는데도 거래소 내부 사정은 ‘깜깜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최 위원장의 이번 발표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7년 5월 시세 급등락과 거래소 해킹사태 등을 기점으로 언론에서는 그간 암호화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라 소관이 아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규제 부재를 틈타 20여 곳의 거래소가 난립했고, 그 사이 일반인들 사이 암호화폐가 새로운 투기 수단으로 떠오르며 시장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제는 이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서버관리 실태나 보안시스템 구축, 수수료 산정 체계 등 세부 경영 내용이 제대로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들 거래소들은 ‘통신판매업자’로 취급돼 여타 금융회사에 비해 요구되는 보안시스템 장벽이 낮은 편이다.

대형 거래소들은 고객 유지를 위해 서버구축이나 보안에 비용을 들이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이 부분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국민적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은 지난해 4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해킹피해를 입으며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은 채 파산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9월에는 거래소 ‘코인이즈’가 해킹을 당해  2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의 경우 지난 6월 해킹으로 인해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지난해 11월에는 서버 마비와 시세 하락이 겹치며 거래를 하지 못한 회원들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빗썸’ 측이 시세 조종을 위해 일부러 서버를 다운시켰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자금세탁 루트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몇몇 정치인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대기업이 수천억원대 돈을 비자금 용도로 암호화폐에 넣어놨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양도세가 없는 암호화폐 특성상 탈세 용도나 불법 자금 유통 경로로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현재 국제사회에 자금줄이 차단된 북한의 경우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수급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다른 컴퓨터를 감염시켜 암호화폐를 채굴해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전송하는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4차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또한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다.

수수료 산정 체계도 불분명하다. 업계 1, 2위 거래소 ‘업비트’(수수료 0.139%)와 ‘빗썸’(수수료 0.15%)의 일평균 수수료 수익은 각각 35억5000만원, 25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각각 9461억원, 1조2900억원에 달해 국내 대형증권사보다도 돈을 많이 번다. 하지만 거래소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 산정체계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빗썸’의 지난해 순이익이 18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불확실한 정보만 알려졌을 뿐이다.

빗썸 "정부 가상통화 정책에 적극 협조"

암호화폐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기와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국내 인구는 200만명으로 추산되며, 전체 거래소에서 하루에만 10조원 남짓한 돈이 움직이고 있다. 외국에 비해 국내 거래량이 하도 많다보니 같은 암호화폐라도 국내 거래소는 웃돈을 주고 사야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당국의 규제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규제를 거스르는 순간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는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빗썸은 9일 홈페이지에 “정부의 가상통화 정책에 적극 협조해 맑고 투명한 거래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거래 실명화 원칙과 미성년자 및 외국인 거래 제한, 내부 통제 강화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부 발표에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하거나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국 규제에 따라 그간 불투명했던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수익구조나 보안시스템 구축, 서버관리 실태 등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거래소 업계의 보안 규준이나 비합리적 수수료 산정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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