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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증권, ‘굴러온돌’ 이병철은 ‘박힌돌’ 권성문을 어떻게 빼냈나
KTB증권, ‘굴러온돌’ 이병철은 ‘박힌돌’ 권성문을 어떻게 빼냈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1.0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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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 입지 약화 틈타 경영권 확보…회사측 "대승적 차원 결정" 의혹 일축
1월 3일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사진 왼쪽)이 이병철 부회장에게 보통주 총 1324만4925주(전체 의결권 주식 중 18.76%)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의결권 주식 중 32.76%를 갖게 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뉴시스
3일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사진 왼쪽)이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에게 보통주 총 1324만4925주(전체 의결권 주식 중 18.76%)를 매각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2018년 시작과 함게 증권가에 ‘빅뉴스’가 터졌다. KTB투자증권을 10여년간 이끌어온 권성문 회장의 경영권이 이병철 부회장에게 사실상 넘어간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선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권 회장이 가지고 있던 보통주 총 1324만4925주(전체 의결권 주식 중 18.76%)를 이 부회장이 662억2478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계약과 함께 전체 매수액의 10%에 해당하는 66억원도 계약금으로 선납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의결권 주식 7059만6832주 가운데 32.7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의결권 주식 1714만3226주(24.28%)를 갖고 있던 권 회장은 이번 매도로 지분율이 5.52%로 줄어들었다.

양측은 협상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권 회장 지분을 시세(2일 종가 3705원) 보다 25% 비싼 주당 5000원에 매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계약에는 기존 임직원 400여명에 대한 고용보장 합의와 매수자금 출처 증빙, 매수 불이행 시 위약금 지불, 잔여주식 매각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이르면 3월초 완료될 예정이다.

권 회장은 1999년 벤처투자업체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인수해 2008년 ‘KTB투자증권’으로 증권업 인가를 받았다. 이후 10여년간 회사를 진두지휘하며 KTB를 중견 증권사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본인이 2016년 영입한 이 부회장에게 2년 만에 경영권을 내주게 됐다.

경영권 분쟁 격화... 입지 불안해진 권 회장 지분 넘겨

KTB투자증권은 2014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에 비금융 부문을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한 권성문 회장이 2016년 4월 이병철 부회장을 직접 영입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최초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회사를 설립하고 하나금융그룹과 인수합병에 성공한 ‘부동산 신화’ 주역이다. 권 회장이 이 부회장을 영입하면 국내·외 부동산 투자와 임대, 관리 등에서 회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권 회장은 이와 함께 금융권 내 ‘실력자’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함께 모셔온다는 복안도 갖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하나다올신탁 대표직에 있을 당시 ‘김승유 라인’으로 꼽혔다.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MB정권’ 당시 금융권 실세로 군림했다. 이 부회장 영입 당시 김 전 회장도 조만간 KTB증권에 합류한다는 설이 업계에 파다했다. 권 회장은 김 전 회장 영입, 간판으로 내세워 증권업계에 태풍을 일으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에 합류하기로 했던 김승유 전 회장이 이를 번복했다. 2016년 10월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KTB와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직접 밝힌 것이다. 또한 이 부회장이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의결권 주식을 기존 5.00%에서 14.00%까지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됐다. 그 와중에 권 회장의 배임, 횡령 의혹과 관련된 검찰조사와 ‘갑질논란’ 등 구설수가 연신 터지면서 권 회장 입지가 불안해졌다.

주변 상황이 권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주주간 계약상 이 부회장 지분 확대가 권 회장의 목을 조이는 꼴이 됐다.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금융관계법령 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임원직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금고 1년 이상의 형을 받으면 주주권 행사가 불가함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자연스럽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온갖 구설수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권 회장도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영권 다툼이 가시화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임주재 사외이사 요청으로 4일 긴급 이사회가 소집됐고, 일주일 뒤엔 권 회장이 6차례에 걸쳐 100억원 어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지분 매입은 지난 6년간 동일 지분을 유지하던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이라 업계의 화제가 됐다.

권 회장은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를 통한 매각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주간 계약을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이 지분 매수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경영권 방어 가능성은 낮아졌다. 시세보다 25%나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고 매수자금 출처 증빙을 요구한 것도 경영권 포기에 대한 일종의 ‘보상’과 ‘자금줄 확인’ 차원으로 풀이된다.

KTB투자증권 측은 이에 대해 “회사가 3년째 ‘턴어라운드(흑자전환)’한 것은 맞지만 대표이사가 1년만에 자꾸 바뀌는 등 그간 안정감이 부족했다”며 “회사 경영 정상화 등 대승적 차원에서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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