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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의 Travel&] 모네의 '인상, 해돋이' 그리고 노르망디 여행
[강정모의 Travel&] 모네의 '인상, 해돋이' 그리고 노르망디 여행
  • 강정모
  • 승인 2018.01.02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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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인상, 해돋이.<강정모>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마르몽탕 미술관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지만 서양미술사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 모네의 <인상, 해돋이>다. 인상주의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며, 모네가 자신의 고향 르아브르 항구에서 해돋이의 순간을 그린 것으로 서양미술사에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당시의 평가는 혹독했었다. 뚜렷하지 않은 윤곽으로 무엇을 그렸는지 명확하지 않고 물감도 덜 마른 것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모습에 당시 평론가들은 그림 같지도 않은 걸 내놨다며 비난의 융단폭격을 가했다.   

인상주의라는 이름도 비평가 루이 르로이가 <Le Charivari>지에 기고한 비판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1874년 모네가 비주류 화가들과 함께 무명화가 전시회를 열어 호기롭게 <인상, 해돋이>를 출품하자 르로이는 집안의 벽지만도 못한 그림이라며 겨우 인상 따위를 그린 인상파 일당들이 개탄스럽다는 야유성 글을 남기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인상파라는 현대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회화사조가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인상 해돋이>가 비난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보수적인 화단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역사적인지, 애국적인지 내러티브가 중요했고 비례와 균형이 잘 어우러져야 하며 마감 처리나 감정 조절 등 매우 까다로운 규칙을 충족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의 눈에 모네의 작품이 전혀 교훈적이지도 않고 본질적인 것을 캐치하지 못한 형편없는 그림처럼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관념 속 비너스가 사는 세상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살아있는 세상을 그대로 담고자 한 모네의 의도는 후대에 혁명으로 기록되었다. 엷은 안개 속에 떠오르는 붉은 오렌지 빛의 태양과 생동감 있게 수면 위로 넘실넘실 드리워진 태양 빛, 배와 돛으로 붐비는 실루엣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닷가를 산책하며 마주했던 살아있는 일출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인상, 해돋이>는 모네가 프랑스의 오트노르망디 주에 있는 르아브르란 도시에서 그린 그림이다. 태양이 가장 붉을 때인 해돋이 순간에 르아브르의 항구를 바라보며 반사되고 있는 태양 빛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의 도날드 올슨이라는 천문학 교수는 이 그림과 관련해 천문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모네가 현지 시각으로 1872년 11월 13일 오전 7시 35분의 순간을 화폭에 옮겼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르아브르는 영국해협과 맞닿아 있는 유럽의 5대 항구 중 한 곳으로 모네는 어린 시절을 르아브르 항구에서 보냈다. 그의 그림에 대한 재능은 파리에서 발전했지만 그 시작은 르아브르였다. 어려서부터 스승이었던 외젠 부댕에게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 모네는 르아브르항의 주변을 섬세하게 관찰했고 그 풍경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그리고 30대 때 르아브르로 돌아와 많은 그림을 남긴다. 이 모든 것은 아름다운 노르망디 해안의 풍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모네는 청년 때부터 르아브르 뿐 아니라 노르망디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때 탄생한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에트르타의 코끼리 절벽이 있다. 작품은 역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알바트르 연안에 위치한 르아브르에서 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에트르타가 배경이다. 에트르타의 해안절벽은 이미 모네 이전에도 모파상과 쿠르베 등 많은 예술가들이 극찬했던 곳으로 거대한 절벽에 비치는 태양 빛과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은 모네에게도 깊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르아브르와 옹플레흐, 페캉과 에트르타 그리고 도빌과 트루빌 정도를 둘러보면 노르망디 해안지역을 전체적으로 잘 둘러 본 셈이다. 파리에서도 열차를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한적한 마르몽탕 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들을 여유롭게 관람하고 바람도 쐴 겸 노르망디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상당히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될 것이다. 

※이글은 <Arts&Culture>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1월호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필자/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
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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