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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강소, 生滅變化에 합류하는 저 통섭의 劃
서양화가 이강소, 生滅變化에 합류하는 저 통섭의 劃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8.01.0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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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Serenity), 53×65.2㎝ Acrylic on Canvas, 2017
청명(Serenity), 53×65.2㎝ Acrylic on Canvas, 2017

그러므로 은 삼라만상으로 형상화한 물질의 공간계, 즉 인식대상의 경계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實相이 그대로 불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 兩邊一觀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一切萬有를 다 빼어 버린 虛空(Nichts, Vacuum)의 뜻이 아니라 一切萬有包括統攝充實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東洋學 어떻게 할 것인가, 金容沃(김용옥) 지음, 통나무 (1986)>

 

맑고 선명한 어떤 흔적이 허공을 지난다. 머무는 듯 어느새 사라지는 바람같이. 하얀 뭉게구름 떼가 발돋움하는 그리움의 수줍음을 들킨 듯 아직은 연푸른 아침의 강물 위에 포개진다. 하늘과 강이 만나 황홀한 물결의 무늬를 이루고 그 매혹의 자태에 아찔하여 바람결도 없는데 버들잎이 경쾌하게 흔들렸다. 하늘과 땅, 숲과 물이 순수영혼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그곳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 한참의 적막을 깨고 지루함을 못 견딘 앙증스럽게 자그마한 한창때의 상모솔새 한 마리가 포르르 망막한 창천으로 솟아올랐다. 어찌할거나, 저 작은 몸짓으로 광대무변 사해를 건너려하다니. “그대 모르는가,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로 쏟아져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음을.(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이백 詩 將進酒, 고풍 악부 가음(古風 樂府 歌吟), 진옥경 노경희 , 역락>

 

181.8×227.3㎝
181.8×227.3㎝

그리고 아, 하얗게 부서지는 저 생멸변화(生滅變化)의 물줄기 너머 박명의 시간이 거리낌 없이 불꽃같은 사랑의 여운을 아로새긴 황혼의 옷자락을 펄럭인다. 저녁바람은 스산하고 새가 앉았던 자리의 나뭇잎은 초췌한 기다림의 아픔으로 야위어 가는데. 어디선가 희미한 위무의 노래가 산을 넘어 저 광야에 피어오르는 저녁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연주자 노무라 소지로(Nomura Sojiro)가 부는 오카리나(Ocarina) 그 말간 마음의 색채가 애수의 찻잔위에 포근한 선율을 얹는다. 오오 슬퍼마라 지나가는 것일 뿐이니. “바다 저물어 오리의 울음소리 희끄므레 하다(くれてのこゑ ほのかに)”<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松尾芭蕉俳句), 유옥희 옮김, 민음사>

 

60.6×72㎝
60.6×72㎝

무량한 세월 가없는 허공

 

이강소(李康昭,ARTIST LEE KANG SO)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평면, 입체든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한순간에 한다. 천천히 그리거나 묘사하면 나의 의도가 관객에게 작용하겠지만 그런 압력을 느끼지 않고 자유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숨에, 생각할 틈이 없이 신체와 정신이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래서 필력 이른바 기()와 이미지 관계는 재미난데 형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운으로 서로 교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섬광처럼, 꾸준함에서 연마된 직관, 지극히 덧없는 찰나의 붓질이 그은 문자가 아닌 획(). 그 아무것도 아닌 획은 무에서 생겨나는 무중생유(無中生有) 저 무량한 세월과 가없는 허공의 총체와 다름 아니리라.

 

우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아는 세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세계이지만, 그것은 정밀한 과학적 견지에서 보자면 우리가 가장 모르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 세계는 행복과 고통 그리고 색깔에 대한 지각이 담겨 있다. 의자와 책상에 대한 정신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세계이며 아울러 냄새와 소리 그리고 모든 종류의 감각이 우리의 사고 및 행동을 위한 우리의 결정과 함께 섞여 있는 세계이다.”<마음의 그림자(Shadows of the Mind),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지음, 노태복 옮김, 승산>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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