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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7:01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양화가 권용택, 혼의 맥박 불멸의 산하여!
서양화가 권용택, 혼의 맥박 불멸의 산하여!
  •  
  • 승인 2017.12.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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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하얀 어머님 임영에 두고 慈親鶴髮在臨瀛 장안 향해 홀로 가는 이 마음 身向長安獨去情 고개 돌려 북촌 바라보니 回首北村時一望 흰 구름 날아내리는 저녁 산만 푸르네 白雲飛下暮山靑”(사임당전(師任堂傳), 정옥자 著, 민음사 刊)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푸름으로 물든 처연한 가슴 그대로 침묵하는, 바다. 물을 덮고 산허리를 휘감던 자우룩한 안개가 걷혔다. 수평선 저 너머를 바라보다 문득 눈물이 핑 도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 그저 아득하기만 한 동해여. 하얀 눈발에 뒤섞여 살 에이는 한파가 고적한 봉우리를 넘어선다. 잎을 떠나보낸 나목의 뿌리만 껴안은, 험난한 굴곡을 건너가는 행렬처럼의 거뭇한 산맥은 한 겨울 냉기를 덤덤하게 버티고 서 있을 뿐인데.

정조(正祖)는 어명을 내린다. 단원 김홍도는 오대산(五臺山)에서 대관령(大關嶺)을 넘는다.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에 기재된 관동팔경과 구십구곡(九十九曲) 꼬부랑길이 저 아래 가물거리는 듯하다. 주봉인 비로봉 등이 원(圓)을 그리며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억겁세월 피어난 설화(雪花)에 반짝이는 햇살의 눈부심은 차라리 엄숙하다. 그렇게 봉우리를 내려오다 보면 저기 햇빛 잘 드는 언덕 아래 눈부신 생기로 넘치는 바위 틈 이끼들이 함초롬한 소금강(小金剛)이 길손을 황홀경에 취하게 만든다. 휘황찬란한 단풍들이 줄기와 이별의 마음을 달래며 잠시 머물다 제 길을 가게 하는 이끼의 배려는 청량한 월색(月色)처럼 또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배려인가.

 

권용택 화백은 오대산에서 진고개와 동해를 바라본 느낌을 화폭에 담았다. 바다의 수평선이 산보다 높다. 산위에 바다가 보이는 것처럼 독특한 느낌의 미감을 전한다. “수 백 년 전 아니 더 거슬러 옛날 옛적을 상상해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진고개 길을 지나 한양을 갔다.

그리고 화전을 일구고 약초를 캐며 산에 기대어 살아가며 생을 영위하던 사람들….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오는 이 땅에 살아간 사람들의 무량억겁 그 영혼의 불멸을 떠올려 보곤 한다.”

 

하나의 날개로 날 수 없는 새

화면은 아크릴과 섬세하게 수묵필법을 응용하거나 또 오일 페인팅으로만 작업하기도 한다. 재료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화법은 부드러움과 강인함, 메시지의 중량감에 따라 스스럼없이 운용된다.

‘발왕산에서’ 작품은 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그린 것이다. 용평스키장이 있는 능선을 여성적으로 처리했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주황빛깔의 노박덩굴에 달린 열매가 추위에도 여전히 식지 않은 그리움을 안고 가늘게 흔들리는 듯, 화면 앞 몽실몽실한 능선은 첩첩산중이라지만 덕성스럽다. 뒤편 멀리,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慈藏)이 창건한 월정사(月精寺)를 품에 안은 오대산이 보인다.

 

한편 한 시절 생명력으로 푸르던 고목 맨 끝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눈은 쌓이고 건너편 산등성이엔 해가 드는데 그늘진 나무 위 여윈 날개의 새는 어디론가 응시한다. 거대한 날개의 그림자를 산봉까지 드리운 저 새처럼, 드높이 날고 싶은 것인가.

권용택 작가는 이렇게 전했다. “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날개 하나로는 날 수 없는, 두 날개로 날아가는 균형과 조화 그런 광경이다. 새의 거대한 그림자는 삶의 무게 그러한 감정을 느꼈을 때의 표징이다. 문을 열고 보여 지는 모든 것들은 보는 사람이 스스로 느낄 일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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