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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4:4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정민 교수 "중동은 석유로 ‘흥’하고 석유로 망가졌다"
서정민 교수 "중동은 석유로 ‘흥’하고 석유로 망가졌다"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7.12.0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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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교수,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주최 강연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왕권을 둘러싼 ‘피의 숙청’이 벌어졌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국방장관(32)은 연로한 아버지 살만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2) 국왕을 보좌해 왕실과 정부의 실권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4일 반부패위원회를 통해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해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했다. 사우디는 엄격한 이슬람주의와 석유 복지로 전제왕정을 유지한 나라다. 종교계는 율법을 유지하는 대신 알사우드 왕가에 충성을, 국민은 복지와 일자리를 제공받는 대신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다. 특권 보장을 받는 왕족들은 국왕에게 충성하며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중세 극 보수’ 사우디가 ‘온건 이슬람 국가’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무함마드 왕세자의 계획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원장 오화석)은 지난 11월 8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팔래스호텔에서 ‘서남아시아 경제 오디세이-이슬람, 오아시스, 그리고 석유’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국내 최고의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중동지역 진출을 고려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알아야 할 키워드를 제시했다. <인사이트코리아>가 서 교수의 강연을 요약해 싣는다.   

중동이란 유럽 중심주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중동 사람들은 서남아시아나 중동이란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쪽 사람들이 선호하는 용어는 아랍세계다. 이란, 터키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나라들을 아랍국가라고 하면 된다. 나중에 이쪽 관련 비즈니스나 서신 교환할 때 아랍세계라 쓰는 것이 좋다.

이 지역이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 오래전부터 실크로드의 중앙에 있었다. 과학의 발전도 있었지만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세뮤얼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이란 책에서 ‘Islam has the bloody boarders(이슬람은 피의 폭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1세기 분쟁은 종교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충돌이 가장 큰 요인이다. 언론의 중동 기사 64%가 분쟁, 테러와 관련돼서 그렇지 12년을 현지에서 살았지만 안전한 곳들이다. 가끔 일부 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왜 일부인가? 아랍이 22개 나라이고 이슬람권은 57개국이다. 이 중 다 테러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테러하는 나라들은 몇 나라 정해져있다. 나머지 나라들은 평온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안전하다. 하나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종교를 믿지 않는다. 이슬람도 나름 평화롭게 살고 서로 존중한다. 다른 하나는 경찰국가다. 비밀경찰 등이 워낙 많아서 나쁜 짓을 못한다. 이번에 이집트 갔을 때 제자들, 여학생들 새벽2시까지 연수하고 돌아다니고 술도 먹었다. 중동 57개 국가 중 4분의 3이 술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중동, 이슬람권하면 굉장히 뒤떨어져있고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동은 (우리보다) 먼저 서구화된 곳이다.

유럽의 생산기지 역할을 했고 1970년대부터 막대한 오일머니 자본이 있었다. 우리보다 뒤떨어진 곳이 아니라 경제가 잘 안 되는 곳이었을 뿐이다. 반정부세력들이 서구적인 것을 100년 동안 해봐서 안 됐으니 이슬람적인 것을 해보자 했다. 1990년대 이후 중동이 이슬람화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바뀌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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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아시아 혹은 중동은?
·‘중간’이라는 의미의 Middle East
·아시아와 유럽의 중개 및 완충지대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로 서방과 동방의 문명 교류 중개
·20세기 이후 아시아로의 에너지 공급처이자 유럽으로의 항해로
·아시아 기업의 건설 및 플랜트 발주처
·아시아 인력의 최대 흡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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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서 IS 얘기할 때마다 이슬람 테러세력이라 생각하는데 굉장히 잘못된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이슬람 테러리즘’ 용어를 썼다가 <뉴욕타임스>가 엄청 비난했다. 종교 잣대 때문에 테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최근 중동 불만세력이 일으키는 폭동이 테러다. 

어쨌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공급처가 중동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설플랜트 발주비용, 우리나라가 2014년 저유가 이전까지 매년 400억 달러 건설 플랜트 수주한 곳이 중동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중동 기업을 아는가? 바로 에미리트항공이다. 600명이 일하고 있다. 중동은 아시아 인력의 최대 흡수처다. 우리와 경제 교류가 활발하다. 두바이몰 등에서 한류 관련 행사가 열릴 정도로 문화적 교류가 점점 많아지면서 가까워지고 있다. 

중동은 정교일치 사회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중동의 정치,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슬람 렌즈를 끼고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중동 여성들이 꽁꽁 싸매고 다니는 복장하고 다니는 것이 이슬람 종교 때문일까? 그 뿌리는 유목전통이다.

저유가 때문에 중동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유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IMF, EIU(Economy Intelligence Unit)등은 2017년 이후 유가를 베럴 당 60달러 전후로 전망했다. 어느 정도 저유가를 벗어났지만 저유가가 중동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사우디의 2016년 재정적자가 1000억 달러였다.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사우디 서열 1위 빈 살만 왕자가 내놓은 비전2030이 주목받는 이유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관광·서비스업 등 비석유 산업을 발전시키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활성화해 실업률을 줄이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우디가 한국과 협력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이다. 현재 살만 사우디 국왕 아들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빠르게 숙청하고 있다. 저유가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하게 되니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구조가 상당히 복잡해지면서 최근 정적들을 숙청 중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중동을) 정교일치 시각으로 본다. 아직 중동국가들은 정치와 종교가 하나가 돼 있다. 정교분리가 안 돼 중동이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정교일치 용어는 유럽의 낭만주의 18세기 학자들이 유럽 중세시대를 개편하고 비꼬기 위해 만든 것이다. 

실상 그렇지 않다. 정교일치 사회가 아니다. 중동 1500년 역사 내내 종교가 국가 권력 위에 올라선 적이 없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 일어난 것만 제외하고 이슬람 종교가 유대교, 기독교와 가장 큰 차이점은 사도의 지위와 역할이다.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등장한 것이 기독교인 반면, 이슬람교는 유대교와 기독교에 뿌리를 두면서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교, 아브라함 종교를 완성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이슬람신자들은 (이슬람교에)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이슬람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무함마드란 사람은 나이 40세 때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계시를 받았다. 그는 사회정의, 평등, 평화를 주제로 메카에서 610년부터 622년까지 12년 동안 설교, 집회, 사회적 평화를 부르짖고 다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함마드는 메카의 지배부족  중 하나인 쿠라이쉬 출신이지만 지배가문이 아니었던 것. 왕족이 아니었다. No.2 가문 출신이었다. No.2가문이 12년 동안 사회적인 평등, 평화를 부르짖으며 설교하고 다닌다면 지배가문이 가만히 있겠나? 당연히 죽이려고 할 것이다. 622년, 이 낌새를 알아챈 무함마드가 식솔들과 지지자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한다. 360km를 돌아 현재 이슬람 성지로 유명한 메카의 북서쪽에 있는 메카 메디나란 도시로 도망갔다.    

무함마드, 종교를 위해 권력을 잡다

이슬람력은 622년이 1년이다. 무함마드가 도망간 날. 어느 종교 개척자가 사도가 태어난 해도 아니고 첫 계시를 받았거나, 돌아가신 해도 아니고 도망간 해가 첫해가 됐다. 단순히 도망간 게 아니다. 무함마드 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무함마드는 메디나 도시로 갔는데 그곳엔 여러 부족들이 싸우고 있었다. 무함마드가 메디나에 도착하자마자 부족들 간 갈등을 봉합했다. 평화를 정착시켰다. 이로써 그는 메디나에서 최고 권력자가 됐다. 그 후 630년 그는 힘을 키워 대군을 이끌고 고향인 메카로 진격했다. 메카에서 무함마드를 죽이려했던 첫 번째 가문이 그가 대군을 이끌고 오자 항복했다. 무함마드는 메카에 무혈 입성했다. 자신을 죽이려했던 첫째가문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시리아로 쫒아냈다.

그 후 메디나와 메카를 통일해서 이슬람국가를 만들었다. 622년이 이슬람력의 첫해가 된 이유는? 무함마드가 메디나에서 정치지도자가 된 해이기 때문이다. 무함마드의 영도 아래 첫 번째 이슬람 공동체가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 

무함마드는 종교지도자, 정치지도자, 최고 권력자, 국가설립자, 국가 통치자, 왕이 된 사람이다. 그는 종교를 위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다. 종교가 어떤 이념보다 이념적, 정치적 파워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이슬람의 특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슬람 종교기관에 성직자가 없다. 무함마드가 의도적으로 성직자를 안 만든다. 본인이 종교적 권위, 정치적 권력을 다 쥐고 있는데 본인의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을 만들 이유가 없다. 이슬람은 성직자가 없고 학자들만 있다. 사우디 최고 성직자가 현재 누구인가? 사우디 성직자는 학자들 중 왕족의 말을 제일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을 (왕족이) 뽑아서 이슬람법 최고 해석자로 임명하고 정부에서 월급을 주는 공무원 개념이다. 

안산 공장에 이슬람권 사람들 와서 일 많이 한다. 이슬람 사람들 예배 보러 갈 때 옆에서 지켜보라. 앞에 앉은 사람이 나가 서면 줄을 맞춰 선 후 이 사람이 예배동작을 인도한다. 나머지 사람이 따라한다. 앞 사람 예배 동작이 끝나면 이 사람이 앉아서 좋은 말도 하고 설교도 한다. 예배를 이끈 사람은 공장에서 같이 기계 돌리고 일하는 동료다. 이슬람은 아무나 예배드리고 아무나 설교할 수 있게 만들어진 종교다. 무함마드가 종교를 이용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종교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갖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십일조가 없고 자카트(Zakat)가 있다. 이는 기독교 십일조에 해당한다. 이슬람 신자들은 벌고 쓰고 남은 돈의 2.5%를 매년 내야 한다. 기독교는 수입의 10%인데 이슬람은 좀 낮다. 수입의 2.5%를 아무한테 줘도 된다. 
중동이나 이집트 가보신 분 있나? 중동 거지들이 돈 달라고 당당하게 달려든다. 이들은 상대방이 ‘경제적 의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애초 권력을 잡은 사람이 만든 종교이다 보니 더 이상 종교가 정치·경제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가 중동 정치·경제·종교 이해할 때 이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동의 권력과 권위 상징은 검

사우디 정치가 이슬람인가? 왕정정치다. 이슬람에선 권력자는 선출된다. 사우디 경제는 자본주의다. 사우디법이 이슬람법인가? 중동법의 85%는 프랑스·독일에서 가져온 실정법이다. 이슬람법은 가정법원에서 이혼 및 상속 등에만 쓰인다. 

사우디의 정치·경제·법·금융 등은 이슬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유목문화로 돌아가고 있다. 
이쪽 사람들 마인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유목문화다. 사막에서 유목민들 어떤 사람들인가. 염소, 낙타, 양 데리고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아니다. 그런 유목민들은 사바나 등 풀이 많은 곳에 산다. 사막 유목민들은 아무데나 가면 죽는다. 이들은 자기들이 가는 길, 영토가 정확히 정해졌다. 문화인류학적 이론 중 ‘두 우물의 방정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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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유목문화와 부족주의

유목문화→강력한 남성중심 가부장적 권위주의 등장
두 우물의 방정식
우물 지키기 위해 모든 남성 무장→남성중심 사회
무장한 부족민 통제 위한 물리력이 가장 강한 가문이 권위적 통치
지배가문은 아버지 역할->가부장주의
사촌 간 결혼, 보복의 전통->유목문화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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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유목민들은 생존하기 위해 최소 두 개의 큰 우물이 있어야한다. 여름용과 겨울용. 여름용 오아시스에 두세 달 머문다. 풀이 떨어지면 겨울용 오아시스로 이동한다. 또 두세 달 있다 여름용, 겨울용으로 가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동지역이 해당 유목 부족의 영토다. 이동할 때 중간 중간에 작은 우물들이 많다. 왜인가? 열흘에 한번 물을 공급받아야하니까. 유목민들은 이 작은 우물을 정확히 따라다니는 사람들이다. 아무데나 가면 죽는다.

아무리 작은 우물이라도 뺏기면 죽는다. 모든 남성들이 완전무장하고 1년 내내 전투태세를 유지한 채 적의 침입으로부터 우물을 지켜내야 부족이 생존할 수 있다. 자연스레 남성중심 사회가 된다. 우리나라와 다르다. 농경사회에서 3일 밤낮으로 남성들이 화투친다고 죽나? 그냥 못산 정도다. 여긴 남자들 군사력이 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곳이다.

중동 여성들이 집밖에 못나가는 이유가 유목 전통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이슬람 이전엔 중동 여성들 돈 주고 사고팔았다. 물건취급 받았다. 여아 살해 전통 들어보셨나? 부족 내 여자아이들이 많으면  태어난 여자 아이를 산 채로 땅에 묻어버렸다. 이것을 금지한 것이 이슬람이다. 많은 분들이 이슬람 때문에 여성들이 집밖에 못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이슬람에서 그것을 받아들인 것 맞지만 중동의 남성중심 유목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또 남성들이 모두 칼을 차고 있다. 부족 내 지배 가문이 있을 텐데 지배 가문 첫 번째 조건이 무엇인가? 칼 찬 사람들을 통치할 정도로 군사력, 물리력이 강한 가문이 지배 가문이 된다. 사우디 국기 보면 위엔 이슬람, 밑엔 유목전통이 담겼다. 중동의 권력과 권위 상징은 검이다. 

현재 사우디 살만 국왕 아들이 권력을 잡아가고 있다. 2015년 1월 살만 국왕이 왕이 되자마자 아들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3개월 후 아들을 제2 왕세제로 임명했다. 지난 7월 내무부 개혁해서 정보기관들을 왕실에 귀속시켜 아들이 내무부까지 쥐게 했다. 며칠 전 11명 왕자를 숙청했다. 사우디 3대 기관은 국방부, 내무부 정보기관, 하얀 옷 입은 부족 군대인 국가수비대다. 국왕이 워낙 연로해 왕위 양위설이 나왔다. 중동 권력의 상징은 물리력이다. 지배가문이 칼 찬 사람들을 통치해야 하기에 아주 강력한 권위주의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제 권위주의 사회. 지배가문은 군사력에 정치권력, 경제력까지 다 가진다. 물자보급, 운송까지 책임지면서 지배가문이 부족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아버지 역할을 한다.

강력한 남성중심 가부장적 권위주의

 

이 지역 남성중심 가부장적 권위주의는 우리 유교사회의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그것보다 세배 이상 강하다. 생존을 위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다. 중동은 벤츠와 낙타가 같이 주차된 상태다. 물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가치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중요한 것 하나 말씀드린다. 유목전통, 낙타를 현대에 적용해보겠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누가 통치하나? 왕족이다. 사우디 통치가문은 나라이름과 같다. 사우디 가서 명함을 받았을 때 R. SOUD(사우드 가문)그러면 ‘R’은 단어로 가문이란 말이다. 중동 방송 알 자지라 들어봤나? 왕조 앞에 붙은 ‘알(R)’은 가문이란 뜻으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가문이 통치한다는 것이다. 사우디, 아부다비, 두바이 등 6개 나라들 모두 가문이 통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지배가문이 군사력, 정치권력, 경제력 등 실권 다 가지고 있다. 국민들 세금 내나? 다 정부가 공공부문 취직시켜 국민들 먹여 살리고 있다. 국민들 일하나? 외국인 근로자 데려다 다 쓰고 있다. 사우디 등 대표적인 중동국가들이 이슬람이 아닌 유목전통에 의해서 통치된다. 중동의 정치·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목전통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동의 정치·경제를 망친 것이 석유다. 경제학 이론 하나 말씀드린다. ‘지대추구형 국가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요즘 제일 엉망인 나라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이 설명된다. 학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이론이다. 지대추구형 국가이론은 영어로 ‘Rentier State’다. 지대에 의존하는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가진 국가 이론을 말한다. 

아파트 10채 있는 사람이 세를 받을 경우 ‘Couch Potato’처럼 편하게 살 수 있다. 쉽게 버는 돈에 의존하는 경제다. 경제학자들이 대표적인 렌트 산업에 넣는 산업이 관광, 통관료, 부동산, 천연자원 등이다. 네 가지 산업의 특징은 투입 대비 산출이 상당히 크다.

부동산이 투입 대비 산출이 굉장히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하는데 중동에선 우리보다 세 배 이상 한다. 중동에선 돈 번 사람들은 무조건 부동산으로 벌었다. 두바이 발전도 부동산이다. 관광업도 마찬가지다. 4600년 전 피라미드로 지금도 돈 벌고 있는 것처럼. 

중동 정치·경제는 석유가 망쳤다

제일 중요한 것이 석유다. 아부다비 유전개발을 어떻게 하는지 사례를 들어 얼마나 석유로 쉽게 돈을 버는지 설명 드리겠다. 먼저 아부다비 유전지대가 넓어 한꺼번에 개발 못한다. 광구를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아부다비 정부가 2017년 7광구 유전을 개발하겠다고 결정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국제입찰을 붙인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가 유전개발 기술이 없으니까. 우리나라 업체도 총체적인 유전개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세계 석유 메이저 회사만 갖고 있다. 

국제 입찰 붙이면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단독이나 컨소시엄 맺어서 응찰한다. 몇 년 지나면서 7광구 개발권 따낸 업체가 나온다. 엑손모빌이 땄다고 가정하자. 4단계가 있다. 먼저 탐사한다. 이 비용은 엑손모빌이 낸다. 두 번째 단계는 시추다. 800만 달러 드는데 엑손모빌이 낸다. 세 번째 단계 시험생산시설을 만들어 몇 개월 생산한다. 유전의 경제성을 파악하기 위해 또 엑손모빌이 돈을 댄다. 

마지막 단계는 경제성 있는 유전 나눠서 최종생산시설 갖추는 과정이다. 이것도 엑손모빌이 비용을 낸다. 아부다비 정부가 지금까지 들인 인풋은 경제학적으로 0이다. 산출은 얼마나 될까? 유전개발 계약서 보면 계약기간에 30~50년이 들어간다. 그리고 9.7~10.3%가 명기된다. 이것이 엑손모빌의 지분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인풋 없이 90% 산출을 가져가는 구조다. 엑손모빌이 50년 동안 생산량의 10%를 가져가서 유통시키고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이윤을 낸다. 

20세기 초반엔 반대였다. 아부다비 유전 개발을 당시 했다면 엑손모빌이 90을 가져가고 10을 그쪽 센 지도자한테 줬다. 그 지도자가 10을 받아서 무기를 샀고 지금 왕족이 됐다. 중동국가들이 독립 후 비율이 50 대 50이었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긴 후 상황이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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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경제 및 산업구조: 지대추구형국가이론
루치아니, 비블라위 등 정치경제학자들이 주장한 Rentier State 이론
아랍 22개국 중 정치 및 경제 분야 선진국가가 없는 이유
지대에 의존하는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가진 국가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이 큰, 쉽게 돈을 버는 산업이 경제의 근간
관광, 통관료, 부동산, 천연자원 등이 대표적인 렌트(Rent)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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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정부는 인풋 제로인데 생산량 90%를 가져가니 너무나 쉽게 돈을 버는 셈이다. 쉽게 버는 돈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아부다비나 사우디의 전체 GDP 구성을 보면 석유, 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35~45%정도다. 석유화학산업, 석유 나르는 탱커 운송 등까지 유관산업 모두 합치면 아부다비 유관산업 비중은 50~60%까지 껑충 뛴다.

중동 유전 모두 국가 것인데 아부다비 GDP 60%를 국가가 생산한다. 그래서 국가이론이다. 
현대국가이론은 민간이 생산을 주도하고 국가는 인프라제공, 치안유지를 하는 대가로 세금을 거둬 최대한 작은 정부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다. 지대추구형 경제인 중동은 국가가 GDP 60%를 생산한다. 그래서 국가주도형 경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보다 강력한 국가주도형 경제

국가주도형 국가경제이다 보니, 중동은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경제다.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매년 400억 달러 건설플랜트 수주한다지만 대부분 공공부문 수주다. 민간 수주 거의 없다.

중동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다. 공공 부문은 경쟁, 생산성기대, 효율성 기대를 할 수 없다. 중동 경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 부문이 석유를 생산한 후 산업과 경제를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석유가 생산된 이후 국민들은 일을 안한다. 정부가 먹여 살린다. 

아랍 국가만 22개 있는데 석유가 많이 생산돼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나라는 7~8개뿐이다. 중동에서 잘 나가는 카타르는 1인당 GDP가 89000달러다. 2014년 이전까진 12만 달러였다. 통계의 오류다. 카타르 인구 85%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90%는 월급이 500달러도 안 되는 단순근로자들이다. 카타르 현지인의 실질 1인당 GDP는 4~5만 달러밖에 안 된다. 예멘은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안 된다. 

사우디에는 왕이 집전하는 수 백 명 참여하는 회의가 매년 있다. 회의가 끝나면 모든 참석자들이 한 줄씩 서서 왕을 안아보고 손에 키스하고 귓속말하고 집에 간다. 사우디 부족 지도자들이 왕과 악수할 때 뭐라 하겠나? ‘고마워, 올해도 더 신경써줘’라고 아첨하기 바쁘다. 정당 없고 선거 안한다. 누가 도전하지 않는데 권력을 나눠주겠는가. 아직까지 중동은 정부가 석유를 바탕으로 경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될 정치·경제 환경이 안 돼 있다. 그래서 중동 정치·경제에 악영향을 준 것은 석유라고 말할 수 있다. 

22개 아랍 국가 중 세계적인 민간 제조업체 한 군데도 없다. 한국이란 자원도, 자본도 없는 나라가 세계적인 제조업체 10여개를 갖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5000년 동안 중동 사람들은 장사만 했다. ‘아라비아상인’ ‘페르시아상인’ 등 모두 유목전통이다. 이들은 장사해서 돈 벌면 고리대금으로 판다. 전쟁에서 장사를 제일 잘한 민족이 중동 출신 유대인들이었다. 산업혁명 이전 인류의 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은 토지였다. 부를 가지려고 이들은 장사만 한다. 장사는 기계 마모도, 원자재도, 감가상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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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2003~2007년 중앙일보 국제부 카이로 특파원, 중동 전문기자
2002년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
2001~2002년 옥스퍼드 유대학연구소 Post-Doc. 및 연구원
한국 외대 문학사,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문학 석사,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저서 <오늘의 중동을 말하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서정민 교수의 중동 비즈니스 및 여행 길라잡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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