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모의 Travel&]꽃 피는 아몬드 나무와 암스테르담

강정모l승인2017.10.10l수정2017.10.10 15: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암스테르담 건물.<강정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17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답게 도시는 자유분방하고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어디를 가나 광장에 모여 자유롭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카페에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이들도 쉽게 도시에 동화될 수 있다. 운하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독특한 건축물들, 자유로운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이국적이고 멋지다.

무엇보다도 암스테르담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미술관이다. 프랑스나 이태리, 영국에 있는 오르세, 우피치, 테이트모던 갤러리 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네덜란드는 서양 미술사 역사상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두 화가를 배출한 국가ek. 그 둘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반고흐 미술관은 당연히 암스테르담에 있다.

특히 반고흐 뮤지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네덜란드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고자 한다면 렘브란트, 피터데 호흐, 요하네스 페이르 메이르 등 북유럽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으로 가야겠지만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팬을 보유 하고 있는 화가답게 반고흐 미술관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미술관이 되었다.

연간 방문객 수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관람객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고 더 나아가 이태리를 대표하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방문객 수를 넘어선다. 단일 화가의 미술관으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수치다.

반고흐는 모두 2200여 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렸는데 살아생전 그림을 팔지 못하고 유언마저 남기지 않아 대부분의 작품이 사실상 그를 경제적으로 부양했던 동생 테오에게 상속되었고 테오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가족들에 의해 국가에 기증되면서 온전히 암스테르담에 전시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테오가 소장하던 형의 작품은 회화 200여 점, 데셍 500여 점, 총 700여 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었기 때문에 반고흐 미술관은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화상이었던 테오는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기 때문에 반고흐와 동시대를 살았던 고갱, 로트렉 등의 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그림과 함께 반 고흐의 자필 편지 등 750여 점의 기록들까지 보관하고 있어 단연 세계 최대 반 고흐 컬렉션이다.

반고흐 미술관은 그가 화가로서의 삶을 선택했던 네덜란드의 초창기 시절 대표작 <감자를 먹는 사람들>과 화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던 파리 시기의 작품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 아를과 오베르시기에 탄생시킨 최고의 걸작들 <아몬드나무> <해바라기>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을 화풍이 발전해 온 대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전시되어 있는 모든 작품은 언제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항상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아몬드 나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고독하고 불행하게 살았던 그의 삶 때문일까?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평온하고 깨끗한 파란색 하늘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반고흐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흔치 않은 순간에 그려진 작품이다. 반고흐는 1890년 동생 테오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으며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편지는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으며 형의 이름을 따 아기의 이름을 ‘빈센트 반고흐’라 붙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내 안쓰러운 형…. 형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번에도 빨리 회복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 집사람이 아주 건강하고 파란 눈의 아이를 낳았어. 형처럼 강하고 용기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며 아이를 빈센트라고 부르기로 했어.”

사실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 반고흐는 아를의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심해져가는 발작으로 꺼져가는 촛불처럼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뜻밖의 편지는 아마도 그에게 찾아든 유일한 희소식이자 ‘쉼’이었을 것이다.

“엊그제부터 너희 부부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꽃이 핀 굵은 아몬드 나무가 있는 그림이지, 평온한 마음과 함께 안정적인 터치로 그렸다.”

이스라엘에는 1월 말에서 2월 초가 되면, 산허리에서부터 아몬드 나무가 아름다운 하얀 꽃을 가장 먼저 피운다고 한다. 그리고 새 생명에 대한 상징으로 비유된다. 성서를 잘 알고 있던 고흐가 아몬드 나무를 통해 조카의 탄생을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표현한 듯하다. 

미술관을 더욱 감동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돈맥클린의 빈센트를 위한 헌정곡 Vincent를 들으며 갤러리를 거니는 것이다. 아마 암스테르담 여행에 있어 최대의 기쁨이자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Arts&Culture>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10월호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강정모  webmaster@insightkorea.co.kr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정모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뉴스 클릭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윤리강령기사제보광고안내구독신청찾아오시는 길불편신고독자 1:1 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엑설런스코리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34, 405호(여의도동,오륜빌딩)   |  대표전화: 02)2038-898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04453   |  등록일: 2017년4월7일   |  최초발행일: 1997년10월1일
발행인/편집인 : 윤길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길주   |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 준수서약사
Copyright © 1997 인사이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