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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허니버터칩 대박? 아트경영 덕분”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허니버터칩 대박? 아트경영 덕분”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7.10.1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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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과업계 순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국내 최초의 제과회사이자 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당시 해태제과의 매출액은 크라운의 3배에 달했다. 한 신문은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썼다. 크라운의 해태제과 인수는 윤영달(72)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작품이다. 

윤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크라운제과의 부도를 겪었다. 그는 “안개 낀 날 운전이 서툴러 차가 벽에 부딪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채권단의 화의를 끌어냈다. 화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해태제과라는 고래를 삼켰다. 이 인수 사건은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잘 보여준다.

몸집을 키워 업계 1위를 탈환한 그는 그 후 ‘아트경영’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기업은 구성원의 AQ(Artistic Quotient)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AQ란 예술적 표현 능력의 수준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술가적 지수라고도 할 수 있다. 윤 회장이 만들어 낸 말이다. 

“음악가, 화가, 문인 등 직업적인 예술가의 AQ를 저는 100으로 봅니다. 이들과 견주어 보면 저마다 자신의 AQ가 어느 수준인지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죠. 노래를 듣는 관객에게 필요한 게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라면 노래 부르는 가수에게 요구되는 게 바로 AQ입니다. EQ가 수동적이라면 AQ는 적극적이에요. 예술 작품 감상은 EQ만 있으면 되지만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AQ가 필요합니다.”

“AQ 경영은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경영”

왜 AQ 경영인가?

과자업계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과자를 만드는 메이저 회사 간에는 이제 기술과 품질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계를 사용해 거의 같은 원료로 과자를 만든다. 식스시그마 같은 경영 혁신도 똑같이 한다. 이렇다 보니 메이커 간에 불량률마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한다. 사실 제조업 전반의 사정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명문 미술대학 RISD(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총장을 지낸 존 마에다 교수는 “미래엔 기술 수준이 같아져 결국 예술적 독창성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예술가의 도발적인 독창성을 끌어들여야 탁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도 “이런 상황에서는 부가가치로 예술적 감성을 가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작품처럼 심미안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제품을 구매할 때 고객이 즐거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라운제과가 생산하는 과자 쿠크다스. 직사각형의 이 밋밋한 과자에 이 회사는 생동감을 불어넣으려 초콜릿으로 S자 형태의 물결무늬를 그려 넣었다. 물결의 산은 가늘게, 골은 굵게 그려 율동감을 살렸다. 과자 자체의 맛이나 품질과 무관한 이 곡선 덕에 쿠크다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그가 예술 경영의 주요 사례로 꼽는 성과다. 

“애플사 제품에도 이런 감성이 살아 있습니다. 일례로 아이폰은 뒷면의 코너를 깎아 둥글고 매끄럽게 만들었어요. 그 감촉이 좋아 손에 쥐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죠. 그 후 나온 휴대전화들은 다 이런 디자인을 답습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AQ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아트 경영이다. 문화 경영과도 통하는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AQ 경영은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경영이다. 
 “인간은 누구나 본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서 즐거움을 맛보죠. 또 누구나 자신의 AQ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는 나아가 “기업은 구성원의 AQ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전체 구성원의 집단적 AQ, 즉 G(Group)AQ를 높여가야 합니다. 집단 지성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는데, GAQ는 일종의 집단 지혜라고 할 수 있죠. 제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려면 내부의 GAQ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직원 개개인으로서도 심미안이 없이는 조직에서 성장하기 어려워요. 디자이너만 뛰어나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 AQ 지수도 함께 높아져야 시장서 먹혀”

제품의 디자인 수준은 사실 디자이너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자의 안목에 좌우된다. 그는 그래서 “전 임직원이 미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품의 효용, 생산 효율, 품질 관리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는 ‘박스 아트’를 창안했다. 과자의 포장지인 박스로 조형물을 만드는 일종의 예술행위다. 포장지는 고객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나면 곧바로 쓰레기가 돼 버린다. 효용이 제로로 떨어져 비용이 된다. 

어느 날 그가 직원들에게 이 마이너스적 가치밖에 없는 과자 박스로 무엇이든 한번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AQ 향상 체험 프로그램이랄까? 직원들이 장난감을 비롯해 이것저것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조형물을 만들게 됐다. 한 직원이 이 조형물을 영업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조형물을 점포에 설치하고 그 주변에 크라운해태 제품을 진열했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자연스레 그 앞이 포토존이 되어 버렸다. 일부 점포의 점주들은 조형물을 서로 차지하려 쟁탈전을 벌였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일회용 용기를 우리 직원들이 디스플레이를 위한 아트의 소재로 승화시킨 겁니다. 박스 아트는 그 후 우리 영업 부서의 핵심 역량이 됐어요.”

그는 AQ 경영이 시장에서 먹히려면 고객의 AQ 지수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추의 아트밸리로 점주 고객을 초청했다. 아트밸리는 약 300만㎡(100만평) 규모의 크라운·해태연수원이자 문화예술 테마파크. 여기서 이들에게 예술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유리병을 가열한 후 늘이고 구부려 작품을 만드는 병 공예가 좋은 예다. 

“병 공예를 체험하고 나면 집에서도 병을 함부로 못 버립니다. 무심히 버리는 병이 작품을 만드는 데 유용한 재료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이렇게 박스 아트, 병 공예 등을 체험하고 나면 고객이 영감을 얻고 심미적 가치에도 눈을 뜨게 돼요. 재활용의 미덕을 내면화하는 건 덤이죠.”

예술 체험 활동을 해 본 고객 중 다수가 크라운해태의 단골이 됐다. 지속적인 고객을 창출하는 셈이다. 그는 “AQ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제과업은 굴뚝산업이고 장치산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양산업 소리도 들어요. 제과 등 미래의 식품산업은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 고객에게 행복감을 안겨 줘야 합니다. 식품 기업이 AQ 경영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죠.” 

윤 회장은 오너 기업인이다.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아들이다. 서울고·연세대를 나와 사업을 하다 1995년 크라운제과 대표이사를 맡았다. 기업인이지만 문화 활동도 적극적이다. 서울오픈아트페어·아트광주·춘향제전·서울국제조각페스타·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20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메세나 ‘문화공헌상’ 등을 받았다. 10여 년째 해마다 대규모 국악 행사인 ‘창신제’를 열고 있기도 하다.

멜라민 피동을 전화위복 계기로

‘승부사’ 윤영달을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한 또 하나의 사례. 2008년 가을 중국발 멜라민 파동 때의 일이다. 크라운·해태의 한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나왔다. 

“실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엔 멜라민 검출의 기준치가 없었습니다. 검출 기준이 필요하다 싶어 당국에 그런 의견을 전달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멜라민 검출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했다. 주가가 급락하는 등 타격이 컸다. 그는 “이런 일로 신문이 일주일만 대서특필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자에게 털어 놨다. 

“‘이러다 정말 우리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의례적인 사과광고 같은 거 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국회에서 답변을 하고 나와 회사 관계자들을 소집했죠. 전국적으로 최대한 많은 공연장을 빌리라고 했습니다.”

이 공연장에서 크라운·해태는 사과 공연을 했다. 공연 전 멜라민 파동을 다룬 신문기사를 화면에 띄우고 회사 임원이 무대에서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다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연은 이 회사의 락음국악단이 맡았다. 

윤 회장은 AQ 경영을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기술이 뛰어난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는 것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기술 개발은 기본이고 기업을 전 구성원의 AQ, 즉 GAQ가 높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없습니다. 과유불급이 통하지 않는 세계죠. 회사의 AQ 지수가 높아지니 직원들 넥타이 색깔부터 달라지더군요. 컬러 매치의 안목이 높아진 거죠. 제품이든 포장지든 색을 쓰지 않는 업종은 없습니다.” 

해태제과는 2014년 허니버터칩이라는 ‘블루칩’을 시장에 선보였다. 대박이었다. 윤 회장은 “아트 경영으로 감성을 배양한 덕에 일으킨 센세이션”이라고 말했다. 

AQ 경영은 진화 중이다. 방향성은 뚜렷해 보이지만 경영의 어느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가지 않은 길’이다. 

“우리가 AQ 경영을 한다니까 예술가를 대거 영입해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아트 경영이 목표지만 아트와 경영은 크게 달라요. 예술가는 어떻게 보면 유아독존에 사로잡힌 사람들입니다. 반면 경영은 남의 욕심, 즉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야 성공하죠. 경영은 내 욕심만 차리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습니다.”

그의 눈은 더 고급스러운 과자를 바라보고 있다. 고객의 눈이 높아져 더 멋진 과자, 더 아름다운 제품을 찾게 되면 제조 원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이다. 

“취향이 고급한 사람들이 먹는 과자, 앞선 사람들의 제품이라는 평판을 얻으면 그땐 세계인들이 다 먹게 될 겁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사실 맛이나 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식성과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어쩌면 학습이 된 건지도 모릅니다.”

아트 경영은 제과업계의 맏형 크라운·해태를 100년 간 지속하는 브랜드로 조련하려는 그의 몸부림이기도 하다.이라는 평판을 얻으면 그땐 세계인들이 다 먹게 될 겁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사실 맛이나 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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