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터넷 최고 CEO는 김범수

벤처업계 ‘흙수저 신화’…임지훈·한성숙·김택진·이해진 순 강민경 기자l승인2017.10.01l수정2017.10.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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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으로 부임해 입학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T·인터넷 산업 분야 최고 경영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선호도 30.0%)이 1위에 올랐다. 2위 임지훈 카카대표(29.6%)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1위와 2위를 카카오 수장들이 차지하는 이례적인 결과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13.6%),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9.0%),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6.8%), 김정주 NXC(넥슨) 대표이사(3.6%), 윤송이 엔씨웨스트 사장(3.6%),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3.0%)가 뒤를 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기술혁신 및 창의적 사고 확산을 주도하는 CEO 2위, 대중과 가장 잘 소통하는 CEO 2위, 고용창출 및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CEO 3위, 사회 공헌 및 윤리경영 실천하는 CEO 5위 등 여러 분야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PC방 창업에서 카카오 설립까지

김범수 의장은 ‘어플’ 하나로 세상을 사로잡았다. 김 의장이 개발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유니텔과 한게임에 이어 또 다시 한국 인터넷 역사에 한 획을 긋자 그의 성공 스토리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의장의 첫 창업은 PC방이었다. 시작의 이유는 재미. 김 의장은 스타크래프트의 재미에 빠져 부업으로 PC방을 차렸다. 삼성SDS에 입사해 입사동기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직장생활을 함께 하던 때였다. 김 의장이 한양대 앞에 차린 PC방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며 장사가 잘됐다. 게임의 묘미에 사로잡힌 그는 PC방 사업에 이어 또 다른 사업 구상에 몰두했다.

1999년 김범수 의장은 삼성SDS를 나와 PC방 창업을 통해 모은 자본을 바탕으로 게임 포털을 개발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게임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당시 회사 후배였던 남궁훈 현 카카오 게임사업총괄 부사장과 함께 게임 포털 ‘한게임’을 세웠다. 

‘한게임’은 문을 열자마자 하루에 10만 명씩 회원 수가 늘었다. 1년6개월 만에 1000만 명의 회원을 모으며 승승장구했고, 출범 5개월 만인 2000년 4월 네이버와 합병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게 재미있지가 않다”며 돌연 자신이 만든 NHN을 떠났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타고난 승부사 기질의 소유자인 그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김 의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소규모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2007년 아이폰 출시를 기점으로 김 의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PC웹의 시대가 저물 것으로 판단하고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았다.

카카오톡은 출시 하루 만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1위, 전체 2위에 올랐고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 42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가 됐다.

2014년에는 카카오톡의 성공을 배경으로 국내 2위 포털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합병 1년 뒤 회사이름도 ‘카카오’로 바꿨다.

직(職)의 시대 가고 업(業)의 시대 온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김 의장은 후배들에게 “남들의 기준을 좇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계속 고민하고 오직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이제 직(職)의 시대가 지나고 업(業)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업’을 찾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의 성공한 CEO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현재 자산이 5조 원을 넘어섰다. 2015년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신규 억만장자에 이미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 집계된 그의 주식 자산만 1조2027억 원에 달한다.

김범수 의장의 어린 시절은 한마디로 고난이었다. 김 의장은 1966년생으로 2남3녀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전라남도 담양에서 농사를 짓다 상경했다. 상경 전 아버지는 막노동과 목공일, 어머니는 식당일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정육 도매업을 해 작은 집을 장만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할머니를 비롯한 총 여덟 식구가 단칸방 하나에 의지해 힘겹게 살았다. 김 의장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독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재수생 시절 집중이 안 될 때 손을 베어 혈서를 쓰기까지 했다. 그렇게 독하게 공부해 결국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식 후 교내 식당에 갔는데 점심 값이 없었다. 내성적 성격이라 친구들에게 빌붙기도 싫었다. 그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몇 탕씩 과외를 뛰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공부 대신 게임, 포커 등 온갖 잡기에 탐닉했다. 그렇게 놀았던 경험이 김 의장을 거대한 사업가로 만들어 주었다.

김 의장은 가난이 한스러웠지만 그가 ‘흙수저’ 청년들에게 하는 조언은 색다르다. 그는 악착같이 살지 말라고 한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고문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안 된 것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야’라며 스스로를 들볶는 것은 잘못이다.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힘들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일상과 연결되는 ‘카카오 플랫폼’ 구축”

▲ IT·인터넷 최고 CEO 4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뉴시스>

김범수 의장은 2016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톡의 생성 배경에 대해 “TV에서 PC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오는 큰 흐름이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원론적인 질문을 주고받았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답을 얻게 됐고 ‘스마트폰 기기는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답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모든 세상을 연결하겠다’는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톡 내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결국 카카오톡으로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김 의장은 가장 먼저 카카오톡과 게임을 연결시켰다. 카카오톡과 게임의 접목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은 불과 몇 개월 만에 20배 이상 몸집이 불어났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게임 업체가 투자를 받는 일도 잦았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벤처 업체들이 자립할 수 있는 비전이 발견되는 시기였다. 

김 의장은 이어 뉴스, 음식 배달 주문하기, 장보기 등의 서비스를 카카오톡에 적용했다. 2014년에는 전자결제 시장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카카오 페이’는 출시 후 기존 모바일 결제 단계를 간소화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을 확장했다. 모든 실물경제 활동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2015년에 만든 ‘카카오 택시’와 ‘카카오 대리운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 의장은 “30대엔 인터넷의 등장에, 40대엔 스마트폰의 등장에 설렜고ㅡ 50대가 된 지금 인공지능(AI) 시대에 설렌다”고 밝혔다.

“사회적 의무 잊어서는 안 돼”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는 우리나라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를 주요 사업 과제로 삼아왔다. 소셜 임팩트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문제 해결과 재무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말하는 ‘소셜 임팩트’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추구해 사회 공헌과 이윤 창출을 동시에 하는 사업방식을 뜻한다.

소셜 임팩트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형식의 기부프로그램 ‘같이가치위드카카오’와 구매·기부·후원 방식을 바꾼 이용자참여 플랫폼 ‘메이커스위드카카오’ ‘카카오파머 제주’ 등이 있다.

그는 청년 창업 지원 등 사회 공헌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의 이러한 경영 가치관은 최근 카카오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준대기업집단이란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의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을 뜻한다.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비해 한 단계 낮은 단계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정부의 감시도 한층 엄격해진다. 

공정위 발표 직후에도 카카오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어떠한 형태의 이의도 제기할 생각이 없다”며 “카카오는 법에 규정된 준대기업집단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기업집단지정 제도는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집단이 순환 출자,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1980년대 만들어진 낡은 법을 잣대로 ICT 기업을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총수 지명도 불공정 경쟁 조사도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의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 말 그대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 페어플레이를 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민경 기자  klk707@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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