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건설 사장 선출에 친박 실세들 개입했다
[단독] 대우건설 사장 선출에 친박 실세들 개입했다
  • 윤길주 기자
  • 승인 2017.09.2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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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지난해 사장 최종 후보 5인에 들었던 A씨 대화록 입수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뉴시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다. 이동걸 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동걸 회장은 2003~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5월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때문에 ‘J노믹스’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문재인 정부 경제팀 중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이 회장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면서 산업은행이 사실상 경영권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한진해운·현대상선·금호타이어 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지난해 박창민 전 사장 선임 당시 최순실 씨와 친박 실세들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건설의 긴장도가 높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8월 14일 박창민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고, 이틀 후인 16일 송문선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새 대표이사에 올랐다. 송 대표이사는 산업은행 투자금융부문 부행장,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을 지낸 후 대우건설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통 ‘산은맨’이다.

박창민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창민 전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이다. 박 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 출신이다. 외부인이 사장을 맡게 된 것은 대우건설 창사 이래 박 전 사장이 처음이다.

박 전 사장은 대우건설 노조 등으로부터 ‘낙하산’이란 비판을 받으며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씨가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씨가 자신의 ‘금융 집사’ 역할을 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박 전 사장을 언급한 것이다.

최씨는 문자 메시지에서 이 전 본부장에게 박 전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물었는데 이후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계획이 늦어지며 뒷말이 무성했다. 이로 인해 박 전 사장은 최씨가 심은 사람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박 전 사장 인선에 친박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16년 대우건설 사장 공모에 참여한 A씨가 당시 사장 인선 과정에 대해 밝힌 대화록 파일을 단독입수 했다. A씨는 최종후보 5인에 들었으나 지난해 8월 5일 박 전 사장이 단독후보로 결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대화록 파일에는 당시 대우건설 사장 인선을 두고 정·관계 실력자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특히 당시 친박 실세 의원 세 명과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명도 거명된다. 대화 녹취 파일 분량은 1시간 남짓이다. 다음은 녹취 파일 일부 내용이다.

▲ 최순실 씨는 지난해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씨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뉴시스>

“박창민 밀어달라 해 불 지핀 건 맞다”

-처음에는 박영식 사장이 연임할 것처럼 알려졌는데요.

A씨: 쭉 갔죠. 그러다가 (청와대) 경제수석까지는 통과한 것 같구요. 그런데 VIP(박근혜 대통령) 결재 최종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그러니까 VIP에게 무슨 정보가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경제수석하고 분열하고 또 어떤 세력이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는 것 같고.

-당시 강석훈 경제수석이었죠?

A씨: 그렇죠. 박영식 사장 연임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청와대에서) 공모를 넓혀라, 내부에서만 하지 말고 기업 가치 올려야 하니까 적임자를 확대해서 찾아라, 그래서 다른 회사 누구나 다 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종합해 보면 박영식 사장이 박창민 사장과 손을 잡은 것 같아요.

-청와대에서 대우건설 사장에 관심이 많았다죠?

A씨: (모 언론사 회장이)BH 안의 ‘문고리 3인방’ 중 한명한테서 문자가 온 것을 저한테 보여주더라고요. 어쨌든 대우건설 사장이 굉장히 BH 안에서 이슈가 됐더라구요.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그때 사장을 5명으로 추리고, 최종적으로 박창민과 조 아무개 두 사람. 그때(2016년 8월 5일) 친박 실세 의원 B씨와 박창민 후보, 그리고 대우건설 고위인사 등이 강남 모 호텔에 모였다고 해요.

-(언론사 회장이) 대우건설 사장을 이렇게 했다간 큰일 날 거라고 B의원에게 경고했다면서요.

A씨: 사장추천위원회는 (박창민 후보를) 반대하고 사장단은 밀어붙이고, 도저히 결정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B씨가 청와대에 상황을 얘기한 모양이에요. 한번은 B씨가 만나자고 해서 저를 만났어요. 그랬더니 자초지종을 얘기하겠다며 “나는 박창민은 모르겠는데 (대우건설 고위 인사들인) 이 아무개, 박 아무개는 잘 안다. 이들이 박창민을 좀 밀어달라고 해서 내가 불을 지핀 건 맞다. 그 당시 경제수석은 이런 절차를 잘 모르니까 이거를 (친박 실세) C의원한테 얘기를 했다. 그래서 C의원이 금융위원회 고위 간부를 찾아가 모든 게…."

이동걸 회장, 전 정권 인사비리 처리에 관심

녹취 파일을 요약해보면 대우건설 고위 임원 중 박창민 전 사장을 미는 세력이 있었고 이들이 친박 실세들에게 줄을 댔다. 이들이 박 전 사장을 옹립하려고 한 것은 향후 입지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대화록 파일에는 대우건설 협력업체 오너가 등장하고, 이 사람은 또 다른 친박 실세와 연결돼 있다. 이 협력업체는 대우건설로부터 연 1500억 원 가량의 물량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을 계속 수주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을 동원해 박 전 사장을 적극 지원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박 전 사장이 1년여 만에 중도 사퇴했지만 당시 사장 선임 과정에 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사실상의 국민기업이다.

주인 없는 회사로 여겨 정권 실세들이 사장 선출 과정에 개입한 것은 대표적인 적폐라 할 수 있다. 재벌 개혁론자로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건설의 전 정권 인사비리 의혹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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