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12℃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문기환의 미디어워치]‘택시운전사’와 기자, 진실을 말하다
[문기환의 미디어워치]‘택시운전사’와 기자, 진실을 말하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7.09.04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자 정신 우리 언론도 배워야

지난 8월 초 개봉한지 채 20일도 안 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인이 된 영화 속 외국인 주인공의 부인과 같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택시 운전사’란 영화다. 지난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났던 ‘5.18 민주화 운동’을 서울에서 택시를 대절해 현장 취재를 한 독일인 기자를 소재로 풀어낸 간만의 히트작이다.

사전 예매를 해 아내와 같이 동네 영화관에서 관람한 필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종 가슴이 먹먹하고 또 답답했다. 37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 10.26과 12.12 사태를 목도한 대학 4년생이었던 필자가 그 때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현장을 찾은 한 외신기자의 행동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독일 공영TV방송인 ARD의 도쿄주재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다. 당시 주요 외국 언론은 도쿄에 지국을 설치하고 특파원을 상주시켜 일본, 한국 등 극동 아시아 지역 취재를 커버하고 있었다.
 

머리 희끗희끗한 베테랑 외신 기자들

군대를 마치고 1984년 초 대우그룹에 입사한 필자는 곧바로 그룹 해외홍보팀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국내기업 최초의 해외홍보 담당자가 된 것이다. 영문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외국 언론 기자들을 만나 취재 협조를 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필자는 이후 3년 동안 해외홍보 담당자 역할을 하며 수많은 외국기자들을 만났다. 

당시 3저(달러·유가·금리) 여파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한국의 경제 발전상 취재를 위해 외국에서 온 기자들도 많았지만 특히 서울주재 특파원들과 자주 만났던 기억이 난다. 군부 독재 정권 시절이던 한국이 5.18 이후 세계의 관심 무대로 부각해 비중 있는 외국 언론들이 도쿄와 별도로 서울 지국을 개설한 덕분이었다.

지금은 이메일 등으로 손쉽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팩스도 없던 시절이라 타이프로 작성된 영문 보도자료를 수십 장 복사해 일일이 특파원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에 넣어 차량으로 신속히 이동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외신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이 있어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된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자호텔, 연합통신 빌딩, 프레스센터, 조선호텔 등이다.

그때 보도자료가 담긴 편지봉투를 필자 눈앞에서 개봉해 보도자료를 훑어보는 외신기자들의 반응에 초조해 하던 신참 홍보맨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AP통신, Wall Street Journal, NBC TV, FEER 등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배의 베테랑 기자들이 기억난다.

그들은 당시 한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나, 민주화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들로 정부로부터 감시와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 때문에 추방돼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아시아의 다른 지국으로 이동했던 일도 있다. 한편으론 홍보 초심자였던 필자의 눈에는 그만큼 외국 기자들의 진실 보도에 대한 열성과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이 인상깊었다.

취재비용 지원도 단호히 거절

다음은 1980년대 중반 대우그룹 취재를 위해 방한했던 한 외신기자와 얽힌 에피소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시사주간지 기자는 지방에 있는 계열사 공장 방문을 원했고,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인 필자에게 취재를 도와줄 겸 동행해 1박2일 출장을 다녀오라고 했다. 

출장 전날 오후였다. 국내 언론사 기자출신인 홍보실 임원이 필자를 부르더니 두둑한 봉투 하나를 건넸다. 교통비, 특급호텔 1박 투숙 비용 및 점심, 저녁 식사 값 등을 얼추 계산해 2명분의 돈을 챙겨준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공장 취재를 가는 것이니만큼 외신기자의 비용도 같이 지급해 주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지방 공장 취재 출장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잘 마쳤다. 그런데 비용 정산을 해보니 정확히 2분의 1이 남게 되었다. 그 돈을 임원에게 반납했더니 그 이유를 묻는다. 필자의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모든 비용을 반반씩 각자 냈기 때문입니다.” 

출장 첫째 날 점심 식사부터 그 기자는 회사에서 받았다며 비용을 내주겠다는 필자의 제의를 정중히 그리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소속 언론사 법인카드를 내게 보여주며 “취재차 현지 출장을 갔을 경우 반드시 이 카드로 비용을 계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취재 기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며 후에 본사로부터 엄한 징계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 그 기자는 소속 시사주간지에서 굵직굵직한 좋은 기사로 명성을 날리더니 기자로서는 최고위직인 편집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최근 국내 굴지의 세계적인 기업인 모그룹 사장에게 보낸 언론사 간부들의 문자메시지 공개 이후 문득 생각난 일화다.

선진국의 전통 있는 유수의 언론사들과 소속 기자들은 30여 년 전에도 그랬듯이 현재까지도 자기 관리를 엄격히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신은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뿐 아니라 언론을 포함해 사회 각 분야에서 진정한 선진국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배워야 할 기본이 아닌가 싶다.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남편은 말하곤 했다”고 방한 중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