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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우 풀무원 총괄CEO “경영을 고시 공부보다 열심히 했다”
남승우 풀무원 총괄CEO “경영을 고시 공부보다 열심히 했다”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7.09.04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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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일선 퇴진 뜻…“비영리재단서 일하고 싶어”
▲ 남승우 풀무원 총괄CEO.<풀무원>

남승우 풀무원 총괄CEO가 올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오너 CEO의 33년 만의 퇴장이다. 연내 풀무원에서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리는 것이다. 후임자는 풀무원식품 대표를 맡고 있는 이효율 대표로 점쳐진다. 현재 풀무원은 남승우·이효율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남 사장은 일찍이 구성원들에게 65세가 되는 2017년 말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풀무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유기농을 시도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기농 식품 회사이기도 하다. 고 원경선 풀무원한삶회 회장이 설립한 풀무원농장 시절부터 따지면 풀무원은 무려 62년이나 된 브랜드다.

풀무란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굴 때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다. 녹슬어 쓸모없는 잡철도 풀무질을 해대며 연신 두드리면 유용한 농기구로 거듭난다. 풀무원이란 이름도 원경선 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한국전쟁 후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떠도는 사람들을 풀무질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자신의 유기농 공동체 농장에 풀무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업은 가치 창출로 사회 기여해야”

풀무원은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회사다. 많은 사람이 어원을 떠나 풀무원이라는 이름을 무작정 좋아하는 듯하다. 남 사장은 “브랜드에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의미도 모르는 채 좋아하는 그런 브랜드가 정말 좋은 이미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풀무원은 산업자원부 주최 코리아 브랜드 콘퍼런스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풀무원의 미션은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LOHAS) 기업’이다. 그리고 비전은 ‘Global DP(Defining Pulmuone) 5’이다. 풀무원은 좀 더 포괄적이고 적극적으로 로하스를 재정의하고, 국내외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글로벌 연결매출액 5조 원(Global DP 5)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서의 필요조건이다. 또 풀무원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이자, 풀무원 사람들이 풀무원에 갖는 자부심이며,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풀무원의 로하스적 영향력의 크기이기도 하다.

또한 풀무원의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는 ‘Passion(열정) with TISO’이다. TISO란 신뢰(Trust)·정직(Integrity)·연대의식(Solidarity)·개방(Openness)에서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풀무원은 이러한 핵심 가치의 실천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로하스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 2016년 11월 21일 남승우 대표(왼쪽 두 번째)가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임직원들과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풀무원>

풀무원의 복지 수준은 높지 않지만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그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보상 수준, 근무 조건 그리고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풀무원은 로하스를 선도하는 기업입니다.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란 자기 자신의 건강과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죠.”

남 사장은 “기업은 가치 창출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인권이 있지만 기업은 이런 천부인권이 없다고 합니다. 기업은 말하자면 법에 의해 탄생한 존재죠. 그래서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해야 합니다. 그래야 존립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물론 법인으로서의 권리야 있죠. 기업은 본연의 활동인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당위적으로 그래야 할뿐더러 그럴 때 지속가능성도 커진다고 봅니다.”

남 사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사법시험에 네 번 낙방했다. 법률가의 꿈을 접고 현대건설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문 경복고와 서울대를 나온 그로서는 국내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사우디에서 돌아와 거기서 번 돈을 경복고 동기의 ‘가업’에 투자했다. 동기의 권유에 따랐다. 동기는 그 후 정치판으로 떠났다. 홀로 남은 그는 고군분투했다. 마침내 회사를 대표적인 유기농 식품기업으로 키웠다. 그 친구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당시 시국사범이었던 원 의원의 아버지가 고 원경선 회장이다. 원혜영은 아버지가 유기농법으로 기른 야채를 팔아 보려 서울 압구정동에 무공해 직판장을 차렸다. 이 직판장은 두부와 콩나물을 생산하는 풀무원유기식품으로 성장했다.

원혜영은 효소식품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세운 회사 풀무원효소식품에 사우디에서 돌아온 남승우가 투자를 한 것이다. 열사의 나라에서 10개월 일해 번 돈이었다.

그 후 남승우는 현대건설을 그만두고 아예 이 회사로 옮긴다. 회사가 부도 위험에 처하자 눌러앉은 것이다. 정작 투자를 권한 친구는 정치판으로 떠났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강남을 아예 접수한 셈이다. 풀무원효소식품과 풀무원유기식품이 합쳐져 오늘의 풀무원이 됐다. 풀무원홀딩스는 2008년 말 출범한 순수 지주회사다.

네 번의 사법시험 낙방과 경영자의 길

남 사장은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성어를 좋아한다. 네 번의 사법시험 낙방은 그에게 새옹의 아들이 낙마한 것에 견줄 만한 아픔이었다. 그 때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후 5년 동안은 사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간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흘러 그는 한국의 대표 유기농 식품 기업의 오너 CEO가 됐다. 사업을 하다 보니 식품공학 석사가 됐고, 내친 김에 식품생물공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법조인이 된 그의 서울법대 동기들은 지금 다 재야에 있다.

“법조의 길을 포기한 지 5년 됐을 때 돌이켜 보니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는지는 자기 자신이 잘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풀무원을 시작하면서 다시는 변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죠. 그 후 풀무원 경영을 고시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습니다.”

남 사장은 학자풍이다. 그는 “사장은 교사처럼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성직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영향을 고바야시 다다쓰구(小林忠嗣)가 쓴 <최고경영자의 자기진단>에서 받았다고 했다. 이 대목이다. 고바야시는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다.

"예로부터 교사를 ‘성직자’라고 하지만, 사실 사장이 교사보다 훨씬 성직자다. 당신은 성직자로서의 의식을 갖고 있는가?”

남 사장은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바야시는 ‘사장이 기업의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기에 현대 사회에서 사장의 직무는 성직과 다름없다’고 설파했습니다. 이 점을 인식하고서 참을성 있게 구성원 교육에 전력투구할 때 기업의 체질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죠. 특히 그는 사장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기간은 평생 동안이라는 데 주목했습니다. 기간 면에선 학교 교육에 비할 바 아니죠.”

그는 고바야시는 성직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경영을 교직 같은 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말과 행동이 다른, 선생들의 이중성을 빗댄 이야기라고 봐요. 그런데 고바야시는 ‘사장은 교직인 만큼 솔선수범하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충격으로 이 책을 무려 여덟 번 읽었어요. 그러면서 아, 내가 경영을 교직으로 받아들여야 회사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도 교직자처럼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로서는 충격적이었어요.”

“경쟁력 떨어지는 회사가 가족 승계”

▲ 2017년 3월 30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린 ‘2017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 남승우 사장(가운데),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왼쪽), 유창하 전략경영 원장(오른쪽)이 주주들과 열린 토론회를 하고 있다.<풀무원>

그는 그 후 언행일치에 신경 쓰다 보니 공개적으로 연설하는 것이 퍽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국공업표준협회가 발행한 이 책을 남 사장에게 전해 준 사람은 당시 풀무원에서 생산 담당 사장을 맡고 있던 원혜영 의원이었다고 한다. 협회에 분임조 활동 교육을 받으러 간 원 의원이 이 책을 사왔다.

남 사장은 이 책 저자인 고바야시를 초빙해 풀무원의 컨설팅을 맡긴 일도 있다. 80년대 말의 일로 풀무원이 받은 첫 컨설팅이었다.

남 사장은 ‘수영장 이론’을 믿는다고 했다. 수영장 이론은 그의 인생론이다. 수영장 옆을 지나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대며 배우는 게 수영이라는 것이다. 결혼, 전공 선택, 취업 등 인생에서 중요한 대부분의 결정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현대건설에 들어간 것도, 풀무원에 정착한 것도 그로서는 물에 빠지듯 내린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경영권 세습에 대해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기업 가운데 경영권을 세습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뛰어난 기업은 새로운 CEO를 스스로 선택하는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가 보통 가족 승계를 하죠. 저는 우리 기업들도 이 문제를 빨리 풀어갈 거로 봐요. 유능한 사람이 경영을 맡아야 회사가 잘되고 따라서 가족보다 넓은 범위에서 후계자를 뽑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봅니다.” 

오너 CEO의 좋은 점은 은퇴 시점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3년 반 전 필자와의 인터뷰 때 은퇴 후 “돈 버는 일은 그만 하고 비영리재단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재산은 재단에 출연하고 나머지는 자식에게 물려주려고요. 하지만 누가 압니까? 그때 가서 마음이 변해 다른 일에 쓰게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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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15년 2017-09-04 17:02:57
존경스러운 경영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