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B
    미세먼지
  • 경기
    B
    미세먼지
  • 인천
    B
    미세먼지
  • 광주
    B
    미세먼지
  • 대전
    B
    21℃
    미세먼지
  • 대구
    B
    미세먼지
  • 울산
    B
    미세먼지
  • 부산
    B
    미세먼지
  • 강원
    B
    미세먼지
  • 충북
    B
    미세먼지
  • 충남
    B
    미세먼지
  • 전북
    B
    미세먼지
  • 전남
    B
    미세먼지
  • 경북
    B
    미세먼지
  • 경남
    B
    미세먼지
  • 제주
    B
    미세먼지
  • 세종
    B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4-25 12:3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위기의 남자’ 트럼프 한국 언론이 구해주다
‘위기의 남자’ 트럼프 한국 언론이 구해주다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7.07.31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지 몰리자 한미 FTA 재협상 꺼내…국익 내팽개치고 무분별 보도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파기’ 발언에 우리 언론이 난리다.

성격 급한 독자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부 협정 항목에 대한 한미FTA 부분적 개정협상은 가능하나, 협정 파기확률은 ‘0%’다.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 의회의 엄격한 조사와 심사를 거쳐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데, 한미 FTA는 미국의 대외통상조약 협상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의 승인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 FTA 파기확률을 0%로 보는 이유는, 미국이 우리보다 한미 FTA의 덕을 더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헛소리냐,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 때문에 트럼프가 끔찍하게 잘못된 ‘Horrible’ 협정이라며 한미 FTA를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는데. 

그래서 한번 찬찬히 짚어 보자는 얘기다. 미국이 첨예하게 나오는 대표적인 두가지 수입 물품이 있다. 하나는 한국산 자동차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산 철강제품이다.

특히 한국산 철강 제품에는 반덤핑 관세를 최대 20%까지 추가로 물리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나서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美 제조업의 경쟁력 추락이 더 큰 문제

당연하다. 제조업의 주요 부품이자 소재 원료인 철강 및 철판의 높은 공급가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가뜩이나 골치 아파 죽겠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이 폭탄 관세를 매겨 공급가를 살인적으로 인상시키겠다는 데 누가 좋아하겠느냐 말이다.

특히, 저가 저품질의 중국산 철강 제품 대비 훨씬 뛰어난 품질에 가격마저 착한 가성비 높은 한국산 철강제품을 못 구해서 난리인데 갑자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긴가 말이다(가성비 높은 한국산 철강은 미국 제조업체의 뜨거운 선택을 받아 성장했다).

세계 탄소강 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철강재 수요 증대에 따라, 세계 철강 제품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더 낮은 가격의 철강원부자재 수급 증대를 원하고 있다. 만약 수입산 철강 제품의 가격이 인상된다면, 취약한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급격한 추락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기간 중 공약한 미 중서부 ‘Rust Belt’의 침체한 철강산업를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의 한국산 및 중국산 수입 철강제품들의 부당한 경쟁으로부터 보호 육성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 철강산업 퇴조의 실제 이유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연구소의 연구원인 토리 와이팅(Tori Whiting)은 2016년 9월 12일 “미국 철강 시장은 자유무역이 필요하지 국수주의가 필요한 게 아니다(The U.S. Steel Market Needs Free Trade, Not Favoritism)”란 보고서를 발표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근로자 가운데 거의 최상 수준인 평균 연봉 7만 달러의 고임금 근로자들 14만7000명(2015년 기준, 2000년 기준 50만명에 비하면 많이 줄었음)과, 한국의 최신 대규모 복합 생산 시스템이 아닌, 미국 총 조강설비의 60%를 차지하는 초기자본투입 비용이 적은 미니밀(Minimill) 위주의 최신 자동생산설비가 아닌 낙후한 노동집약적 (labor-intensive) 생산방식의 제철산업이 합쳐져 급격히 시장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탓에 자국의 제조업체들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만약 트럼프의 말대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보복성 반덤핑 관세 20%를 부과하면, 미국 제조업체들이 먼저 들고 나설 판국이다.

트럼프도 알만 한데…

또 하나 트럼프의 말이 안 맞는 것은, 미국 철강 산업에 치명타를 날린 당사자는 우리가 아니라 중국이란 사실이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995년 기준 전 세계 철강 생산량 점유율이 12.7%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49.5%까지 치솟았다. 이미 공급 초과 시장에 쏟아져 나온 중국산 철강 제품의 홍수는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 철강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졸지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의 철강 제품에 대한 보호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대량 실업 사태란 엄청난 부작용을 이미 겪었고 아직도 생생히 그 뼈아픈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최고 30%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 여파로 2002년 한 해 동안 철제품 생산업체에 종사하던 20만 명의 미국 사람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20만 명의 실직자 중 53%는 ‘Rust Belt’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윤택한 상위 10개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정리하자면, 트럼프의 한국산 철강제품 보복관세 부과, 더 나아가 한미 FTA 재협상 혹은 철폐는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고 미국 정부는 더 잘 알고 있다(트럼프는 사실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한미 FTA 재협상 혹은 폐기 압박을 해 오는 것일까. 미국은 정부의 수장이든 기업 CEO든 아무리 작은 손해라도 용납을 못한다. 또한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비즈니스적 특성이 강하다.

필자의 생업은 국제비즈니스 협상 컨설팅이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일이다.

꽤 많은 우리 기업들의 국제협상을 컨설팅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기업들 역시 수시로 재협상을 걸어온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나빠져도 계약 조건 재조정 협상을 요구하고, 원부자재 가격이 조금만 나빠져도 재협상을 요구해 오고, 자기네 경영환경이 나빠져도 재협상을 요구해 오고, 심지어 발생하지도 않은 잠재 리스크를 이유로 계약을 깨기도 하고 재협상을 요구해 오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이 알고 있는 한국의 약점

더 못 마땅한 점은, CEO나 주요 책임자만 바뀌어도 거의 예외 없이 재협상을 걸어온다는 점이다. 가격에서 시작해 오만가지 계약사항들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이유와 단서를 붙여 (심지어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낯빛 하나 안 바꾸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불가’ ‘100% 수용조건’ ‘수용불가 시 일방적 계약취소, 손해배상 소송’ 등 온갖 압박 수단을 우박처럼 쏟아 붓는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우리 기업들이 초기에 약간의 저항과 협상하는 시늉을 하다, 얼마 버티지 못 하고 상당 부분 수용하고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이렇게 겪은 수모를, 손실을, 피해를 누가 알면 어떡하나 두려움에 떨며 꼭꼭 숨긴다.

언론에는 오히려 무슨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기도 한다. 체면과 위신을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라고 치부하기엔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너무나 큰 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아연실색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나 기업들이 대한민국 기업이나 정부와의 협상에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대한민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주효한 협상전략은 초기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위협해 협상의지 자체를 꺾은 다음, 막판에 약간의 Sweetener 개평을 던져줘 대외적 위신을 세워주며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그들의 국가별 협상 지침서에 적혀 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발언을 다룬 국내 언론의 반응을 보며 불편한 심기를 누를 길 없었다.

미국 의회가 승인 여부 조사도 착수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정부 역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 역사상 최고의 국제통상조약이라고 자평하는 한미 FTA 협정을, 한미 간의 통상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연일 실수를 남발하고 있는 트럼프의 몇 마디에, 미국 언론은 거의 다루지도 않는 이슈를, 대한민국 주류 언론이 앞 다퉈 기사화 하고 방송하는 걸 보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이런 국내 언론의 태도로 득을 본 것은 트럼프다. 갖은 정치적 스캔들과 행정실책으로 탄핵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위기의 남자 트럼프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속 편하고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여기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이슈를 기정사실화 하는 데 대한민국 언론이 두발 벗고 나서 주지 않나, 언론과 인터뷰 하는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 혹은 각계 전문가들이 알아서 한국이 재협상 하면 불리한 점, 미국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을(물론 입증된 건 아니라 할지라도) 앞 다퉈 조목조목 침을 튀겨가며 다 알려주니 말이다. 

한국정부와 언론은 보다 신중해야

한미 FTA 협정에 대한 미국 의회의 승인도 나지 않았고 발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 여차하면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협상의 실수로 한국이 가져간 유리한 조건들을 언제든지 뜯어 고칠 수 있는 시점, 즉 아직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 언론들이 자행한 실수를 벌써 잊어 버린 건 아닌가 한다.

미국 측에선 여전히 한미 FTA 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항에서, 우리 언론들은 정부의 협상 실무 대표와 책임자들을 찾아가 우리의 협상 전략 전술을 스스로 다 까발리는 인터뷰 기사를 도배했다.

또 한미 FTA가 가져다 줄 이익은 얼마인지, 미국은 우리보다 어떤 점에서 손해인지를,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더 이익을 거두는 지를 자랑스럽게 연일 기사로 방송으로 찬양했다.

이런 정부 협상팀, 이런 언론은 세상에서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자랑스럽게 떠들다 우리에게 돌아온 게 뭐였던가. 미국 측의 강력한 재협상을 통한 협정 내용 악화 밖에 뭐가 더 있었나.

언론은 외교협상의 팀 멤버다. 미국은 우리 언론의 기사와 방송을 통해 얻은 정보를 갖고 한국과의 협상전략전술을 수립하고 다듬는다. 언론의 태도에 의해 대다수 국민들의 이해와 태도가 결정된다. 심지어 미국의 정치가나 리더들, 미국 국민들조차도 우리 언론의 내용에 영향을 받고, 결국 그들의 정치가들에게 영향을 행사한다.

한미 FTA는 재협상 할 수도 있다. 이왕 하려면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국익을 생각하며 신중한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
 
한미 FTA 재협상 전략 네 가지 팁

 

미국 내 반 트럼프 정서 연계,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부당 비난 여론 조성 전략  

우수한 품질과 좋은 가격으로, 미국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침체일로의 미국 제조업의 글로벌시장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 오며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 온 한국제품과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통상 압박을 동반한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반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임을 한국 및 미국 언론에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미국 내 반 트럼프 정서와 맞물려 트럼프 정부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를 미국 내에서도 비난하고 압박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미국 내 투자계획 철회 압박 협상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내 현지 생산시설 신규 및 확대 투자에 대한 유보, 미국 외 제3국으로의 투자거점 이전 가능성(BATNA 대안제시를 통한 압박전략)을 미국 내 해당 주정부에 알려주는 한편 언론에 기사화해 해당 미국 주정부와 지역 시민단체 그리고 반 트럼프 진영의 정치인들로 하여금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하도록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통상 압박에 따른 한국 내 반미정서확대로 인해 한국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정적 정서 확대로 한국기업으로선 입장 곤란한 상황임을 이해를 구하는 연출로 우리 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대응 협상

한국 내 수입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공산품(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대한 품질 및 공해, 안전기준 미달 문제와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해 한국 진출 미국기업들 스스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단순한 공산품뿐만 아니라 항공기·무기·의약품 전반에 걸쳐 품질, 안전, 불공정 거래 조사를 기획하고 시행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대적 협상공세(Snow Job)

미국정부가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상관하지 말고, 우리나라에 필요하고 유익한 군사·경제·외교 사안별 요구사항이 아닌 ‘필요사항’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문서화, 방대한 양을 작성해 미국 측에 추가 협상 어젠더를 전달해야 한다.

이때, 우리 측 입장이나 주장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우리 측 요구사항을 미국 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되고, 최소한 손해는 아니라는 것을 ‘Factual하고 Logical하게’ 데이터와 함께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이 방법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외교통상 협상 및 비즈니스 협상에서 선호하고 잘 쓰는 방법이다. 사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적용해 미국이 큰 성과를 거둔 협상 전략이다. 이른바 스노우잡(Snow-job)이란 협상기법이다.   

즉, 엄청나게 많은 양의 요구사항과 정보를 쏟아 부어 기선(Initiative)을 잡는 표면적 효과뿐 아니라, 우리 측의 요구사항과 논리가 적절하고 하자가 없을 경우, 상대로선 거부하거나 반박하는 논리와 근거 마련이 녹록치 않아, 의외로 상당한 동의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증명된 협상 기법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