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22 04:47 (일)
아시아 '기부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아시아 '기부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7.06.01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있는 사람이 내야지 누가 냅니까?"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아시아 최초로 UWW 최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에 가입했다.<뉴시스>

최신원(65) SK네트웍스 회장이 세계공동모금회(UWW)가 주는 ‘글로벌 필란트로피 어워드’의 첫 수상자가 됐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 어워드는 고액 기부 등으로 UWW 활동에 크게 공헌한 개인 후원자에게 주는 일종의 공로상이다.

 최 회장은 아시아 최초로 UWW 최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에도 가입했다.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은 UWW나 관련 기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정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빌게이츠재단,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 부부 등 32명의 개인과 단체가 여기 소속돼 있다.

 

역대 기부액 37억원, 개인 기부 1위

 “있는 사람이 내야지 누가 냅니까? 경제가 어려울수록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나눠야 사회가 편안해 집니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부의 독점 문제로 온통 시끄러운데 비판받는 사람들이 바로 가진 자들 아닙니까?”

5년여 전 나와의 인터뷰 때 그는 기부와 나눔은 있는 사람들이 솔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 ‘기부왕’으로 불릴 만큼 기부와 나눔 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 그는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개인회원으로는 최고액인 6억3800만원을 기부했다. 역대 총 기부액도 37억3000만원으로 개인 기부자 1위다.

개인적으로 ‘최의(Choi's) 해피 펀드’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십억원을 다문화가정·저소득 가정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그를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아시아의 기부 영웅’으로 선정했다.

그의 주도로 그의 집안은 장학금도 주고 있다. 지급 대상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다. 매년 학교 측으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부모가 이혼했고 그래서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공부는 잘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이 졸업할 때 볼펜을 선물합니다. 볼펜을 받고서 감사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았으니 너희도 나중에 남을 도우라’고 말하죠. 나눔 교육이란 게 별겁니까?”

2003년 IMF 체제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거리에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당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기아대책본부에 큰돈을 꾸준히 입금하는 후원자가 있었다. 입금자는 ‘을지로 최신원’.

2008년 공동모금회가 1억원 이상 기부한 개인들로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면서 그가 SK그룹 2세 경영자의 맏형인 최신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동모금회 측이 “신분을 밝혀야 다른 부자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한다”며 신원 공개를 요청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해서 그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인터뷰 때 그는 “그 덕에 거리에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번은 길에서 마주친 어느 아주머니가 ‘혹시 기부천사 아니세요?’ 하는 거예요. ‘이런 죄송합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그랬죠. 불교에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란 말이 있습니다. 베풀되 어디 매이지 말고 그냥 베풀라는 말이죠. 기독교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부를 권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기부는 진짜 기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기부와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려면 언론이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기부하는 사람들을 꾸준히 조명하고 나아가 정부 소관부처로 하여금 이분들을 포상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이런 인센티브에 잘 반응합니다. 자기 것을 내놓는 분위기를 언론이 조성해 줘야 한다는 거죠. 남들과 나누는 사람들을 칭찬해 주고 그 결과 나누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좋은 일 아닙니까?”

 

주식 배당금과 보너스는 전액 기부 

기부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려면 마중물 붓기 같은 땅 고르기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례로 주식을 기부하면 누군가 이 주식을 위탁관리 해 배당금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011년부터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고 있다. 홍보대사는 가수 현숙 씨다.

그는 어려서 할아버지 고(故) 최학배 옹, 아버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고 했다. 이렇게 보고 배운 게 몸에 배어 어려서부터 기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기부를 많이 했을 뿐 아니라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눔의 의무를 부자의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나누면서 행복해 하는 것 같아요.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죠.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라고 처음부터 기부를 그렇게 열성적으로 한 건 아닐 겁니다. 자꾸 기부를 하다 보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거죠.” 

그는 주식 배당금과 보너스는 전액 기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얻는 건 무엇일까?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 돈을 받는 사람들이 행복해 할 생각을 하면 나도 행복하고요. 나의 작은 행동으로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다소나마 높아지는 셈이죠.”

그의 방엔 커다란 수박만 한 돼지저금통이 있다. 동남아 출장길에 사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500원짜리 동전이 생길 때마다 여기에 집어넣는다. 저금통이 가득 차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이렇게 동전으로 속을 채운 돼지를 그는 여러 마리 잡았다. 저금통 째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보낼 때마다 행복감에 젖는다고 말했다.

그는 돈만 잘 벌어선 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름에 큰 홍수가 났다고 칩시다. 피해 복구 작업을 군인들만 하라는 법 있습니까? 돈도 잘 벌어야겠지만, 지역사회에 그런 복구 수요가 생겼을 때 부응해야 일류 기업입니다. 기업 시민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기업 인구가 얼마예요? 연탄 한 장씩만 날라도 모두 몇 장입니까? 기업이 힘이 커졌으니 그 힘을 이 사회를 위해 써야 합니다.”

▲ 최신원 회장(가운데)이 지난 3월 16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CSIS 태평양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해 오찬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번 해병 가족은 영원한 해병 가족”

해병대 출신인 최 회장은 해병대 예찬론자다. 대학 1학년 마치고 입대했다. 해병대에 가 사내다워지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랐다. 최 회장의 외아들 최성환 SK 상무도 해병대를 제대했다.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던 최 회장이 이번엔 아들에게 권했다.

2000년 세상을 떠난 그의 형 최윤원 SK케미컬 회장도 귀신 잡는 해병. 그는 형의 외아들 영근 씨도 해병대에 집어넣었다. 그가 입대할 땐 해병대 포항훈련소까지 동행했다. 최 회장은 “한번 해병 가족은 영원한 해병 가족”이라고 말했다. 

“아니 할 말로 마음만 먹으면 남들처럼 빼줄 수도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내가 해병대 갈 때도 아버지가 빼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나더러 그러셨죠. ‘사내자식이면 군대를 가야지 무슨 소리야?’ 아마 내 아들이 해병대에 안 갔다면 지금만큼 철이 안 들었을 거예요. 군대에 안 갔다 온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밖에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적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리더십도 부족하죠.”

그는 직원들도 해병대 극기 훈련을 받게 한다. 1998년 처음 실시했고 2004년부터 정기적으로 받는다. 그 자신도 훈련에 참가한다. 그의 집무실엔 현역 해병대 시절 그가 쓰던 군모가 있다.

“힘 있는 사람은 빠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군대 가는 그런 나라가 돼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기업인 등 있는 사람들이 기부에 인색했습니다.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자기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회사 돈으로 많이들 하죠. 짧은 세월 동안 우리 경제가 압축성장을 하면서 성과주의에 휩쓸린 탓이라고 봅니다. 기부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선행에 그칠 때가 많았고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기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진정성입니다. 진심으로 이웃을 돌보려는 마음,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가 바탕이 돼야 진정한 나눔이 이뤄집니다.”

해병대 출신답게 최 회장은 선이 굵다. 열정적으로 말하고 무엇보다 친화력이 뛰어나 보였다. SK네트웍스의 한 임원은 “한마디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같은 스타일”이라며 “결단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근무 환경 등을 섬세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CE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력”

정작 최 회장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판단력을 꼽았다.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한 예로 그는 SKC가 비디오 테이프 사업을 접고 디스플레이 산업용 필름 등에 진출한 것을 꼽았다. 이 필름은 관련 산업에서 전자산업의 반도체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비디오 테이프가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당시 직원들은 익숙한 것과 결별하려 들지 않았다. 이 문제로 진통을 겪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원도 일부 정리했다.  

최 회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선경 부사장, SK유통 부회장 등을 지냈다. 최창원 SK케미컬 부회장의 친형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의 사촌동생이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럴수록 연구개발(R&D)을 강화해야 한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또 회사 내부의 소통을 강조했다.

“간부는 아래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아랫사람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나도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공장 근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소 어떻게들 생활하는지, 직원들의 신상에 관해서도 알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죠. 직원들과 이메일도 주고받고요.”

최 회장에게 젊은 세대에 주는 조언을 구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 경쟁사회에 내몰려 있습니다. 그 바람에 젊을 때 누려야 할 도전과 실패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편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포기가 참 빨라요. 열정을 갖고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도전을 해서 진짜 나의 길을 찾으세요.”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