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R
    13℃
    미세먼지
  • 경기
    R
    14℃
    미세먼지
  • 인천
    R
    14℃
    미세먼지
  • 광주
    R
    18℃
    미세먼지
  • 대전
    R
    14℃
    미세먼지
  • 대구
    R
    15℃
    미세먼지
  • 울산
    R
    15℃
    미세먼지
  • 부산
    R
    14℃
    미세먼지
  • 강원
    R
    14℃
    미세먼지
  • 충북
    R
    14℃
    미세먼지
  • 충남
    R
    14℃
    미세먼지
  • 전북
    H
    16℃
    미세먼지
  • 전남
    R
    17℃
    미세먼지
  • 경북
    R
    15℃
    미세먼지
  • 경남
    R
    15℃
    미세먼지
  • 제주
    Y
    20℃
    미세먼지
  • 세종
    R
    14℃
    미세먼지
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숫자의 마술로 ‘톱’ 기사를 만들다
숫자의 마술로 ‘톱’ 기사를 만들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7.05.04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액수 커야 크게 보도되는 점 이용해 달러를 원화로 '슬쩍'

19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인 요즘, 각 당 후보 진영을 일희일비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각 언론사들의 후보자 판세 변동에 대한 기사와 보도들이 관심의 초점이다.

이 뿐 아니다. 종합편성 TV방송들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단골 토론자들이 이에 대해 하루 종일 떠들어 대고 있다. 이들 언론의 보도나 방송을 보고 유권자들의 표심(票心)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이다.

여론조사는 조사 내용과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자못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화면접의 경우 자동 응답기와 직접 통화한 면접,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비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질문 내용도 얼마든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조사 대상이 되는 표본 수가 너무 작다는데 있다. 유권자가 800만명인 지역에서 표본이 200여명, 400만명에서는 100명이 조사 대상이라면 과연 그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 저하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 여론조사’와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도를 묻는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보았듯이 민주주의와 정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언론사의 여론조사 발표와 실제 투표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언론은 물론 일반 국민도 여론조사 숫자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만 한다. 다음은 보도자료에 나오는 숫자를 갖고 특종기사를 만든 사례에 대한 에피소드다.


아예 보도조차 안 된 기사

때는 바야흐로 한국과 소련이 역사적인 국교수립을 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이에 대한 답례로 30억 달러의 경협차관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1990년 말. 당시 대우를 비롯해 현대·삼성·럭키금성(현 LG)그룹은 30억 달러의 경협차관이 대부분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제공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저마다 소련과 대규모 상품 및 플랜트 수출 계약을 앞 다퉈 발표하던 시절이었다.

그룹의 무역 및 투자를 비롯해 해외진출의 선발대 역할을 하던 종합상사 ㈜대우도 하루가 멀게 ‘수천만불 수출 계약체결’ ‘수억불 투자 계약 체결’ 등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신나게 배포하던 때였다. 심지어 어느 주말에는 향후 릴리스(Release) 할 보도자료를 6~7개씩이나 미리 작성해 놓았던 기억도 난다.

당시 “4대 그룹이 발표한 수출·투자 액수를 합하면 3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한다”는 어느 경제신문 기자의 예리한 촌평이 그 때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우 홍보팀은 수출이나 투자가 아닌 색다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내용은 “소련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방연구소와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하는데 소련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상업화시키는 회사다. 회사의 자본금은 미화 30만 달러로 향후 이러저러한 연구 과제를 실천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내심 의미 있고 특색 있는 보도자료인지라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주겠지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거의 단신이나, 아예 보도조차 안 된 것 아닌가.

몇몇 출입기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처럼 대기업들이 수억 달러 규모의 보도자료를 내는데 고작 30만 달러짜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답변이돌아왔다.

“그것 참. 상품 수출도 의미가 있지만 소련의 첨단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일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우리나라 최초의 일인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언론이 하는 일을 홍보담당자가 어찌하랴…’ 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자본금 2억4000만원이 2억4000만 달러로 둔갑

3~4주 지났을 때였다. 이번 보도자료의 내용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합작연구소 설립이었으며 자본금 역시 공교롭게도 지난번과 같은 30만 달러였다. 보도자료를 의뢰한 부서에서는 이 사업의 특별 의미를 부각해서 크게 보도되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자기들 업무성과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홍보팀은 내부 회의를 가졌다. 주제는 ‘어찌하면 30만 달러 규모의 보도자료를 크게 보도되게 할 수 있는가’였다.

그때 30만 달러=2억4000만원(당시 원/달러 환율은 약 800원)이니까 “2억4000만원 자본금의 합작연구소 설립이라고 보도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팀장인 필자도 “좀 유치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자, 그 대신 2억4000만원이라는 것을 출입기자에게 반드시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드디어 D-Day가 되었다. 오전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그날 저녁 사무실로 배달되는 가판신문을 마치 성적표 기다리듯 했다.

드디어 경제신문의 가판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와! 이게 웬일인가? 우리 기사가 산업면 톱 아닌가. “대성공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내 눈은 ‘2억4000만 달러’라는 굵직한 활자에 머물렀다. “어이쿠, 큰일이 났다.” 다른 신문도 서둘러 펼쳐보니 크게 취급된 신문 대부분이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표기돼 있는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출입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신문사와 집으로. (그때는 핸드폰은 물론 무선 호출기, 일명 삐삐도 없었던 시절)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원화인지 모르고 썼다” “분명히 원화로 썼는데 편집부에서 달러로 본 모양이다” 하여튼 밤늦게까지 연락을 취해 다행히 달러로 잘못 나온 기사 전부를 모두 정정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시내판을 보니, 예상대로 달러가 원화로 바뀌어있었다. 그런데 기사 사이즈는 그대로 큰 상태였다. 미처 기사 사이즈를 줄이고 다른 기사로 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듯싶었다.

물론 우리가 틀린 보도자료를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달러화가 익숙한 종합상사의 보도자료에서 원화를 사용한 것은 기자들의 눈을 잠시 현혹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마치 마술처럼 2억4000만원을 2억4000만 달러로 오해하게 만들었으니…. 이 일로 인해 데스크로부터 크게 질책 받은 기자가 있다고 들었다. 당시 소주 몇 잔으로 사과를 했지만, 다시 이 기회를 빌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그 이후로는 숫자의 마술을 활용한 보도자료는 두 번 다시 없었음을 고백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