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볼’ 띄워 골퍼를 사로잡다
‘컬러볼’ 띄워 골퍼를 사로잡다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7.05.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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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볼빅 회장의 한국 토종 브랜드 글로벌 시장 공략법

골프가 국내에 들어 온지 100년이 넘었다. 서구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한국의 골프 산업은 양적·질적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골프가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한국 골프 대표팀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엔 박세리 선수가 LPGA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골프 코리아’를 각인시켰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 우리 국가대표팀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따 한국이 세계여자프로골프 강국임을 증명했다. 

골프 산업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대중 골프장 및 연습장 수 증가, ICT 기술을 활용한 스크린 골프 활성화, 다양한 골프용품 시장 성장 등으로 골프가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다. 

유원골프재단이 지난 4월 18일 발간한 2016 한국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골프시장 규모(본원시장 및 파생시장의 총합)는 11조4529억 원이었다. 골프를 직접 치고 관람하는 본원시장 규모 5조2080억 원, 골프용품·골프장 운영 등 파생시장 규모 6조2449억 원이다.

본원시장 중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 소비하는 시장이 3조1659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국내 골프 대중화를 이끄는 스크린연습장 시장 규모가 1조200억 원으로 전체 골프시장의 10%를 차지했다. 

우리 골프 시장에서 미스터리 한 부분도 있다. 한국의 골프용품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선 맥을 못춘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초일류이고, 시장은 부쩍 커졌는데 우리 브랜드 인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원장 오화석)은 지난 4월 12일 ‘대한민국 브랜드 볼빅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문경안 볼빅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 문경안 볼빅 회장이 지난 4월 12일 서울 강남 팔래스 호텔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볼빅 글로벌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글로벌경영전략원>

국산 골프공 브랜드로 골프용품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볼빅은 LPGA 투어 타이틀 스폰서로 대회를 개최했다. 또 미국프로골프(PGA) 최정상급 선수 버바 왓슨(미국)과 이번 시즌 골프공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경안 회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브랜드 볼빅의 글로벌 경영전략 비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골프공 그 이상의 기술력

문경안 회장이 말하는 볼빅의 글로벌 경영전략 첫째는 기술력이다.
2017년 골프공 시장 트렌드는 무엇일까. 소프트·무광택·퍼포먼스 중 답이 있다. 일단 대세는 소프트다. 최대한 부드러운 타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름 4.3cm, 무게 45g의 골프공의 수명은 길게는 18홀, 짧게는 한 번의 샷으로 결정된다. 

‘공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골프채보다 더 높다’는 관련 통계도 있다. 한 번 브랜드를 선택하면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골프공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모품이지만 날아가는 비거리나 자신과 딱 맞는 제품이 따로 있어 골퍼의 마음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골프공이 가장 수명이 짧은 골프용품 중 하나지만 경기 성적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골프공은 마케팅 차별화, 비거리 강화 등을 위한 특허 기술로 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 회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밑그림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볼빅의 골프공 기술 관련 개념설계 역량이 골프 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볼빅 제품은 자체 연구 개발, 50여 개의 특허 기술 및 최첨단 장비를 보유해 한국에서 자체 생산되고 있다. ‘Made in Korea’로 한국 브랜드임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면서 다른 국가에서 제조되는 제품보다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 점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와 원산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동시에 부여하는 전략이다.

골프공의 기술력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무반사 코팅 기술이다. 매끈한 골프공의 표면에 햇살 등으로 반사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며 골퍼의 눈부심을 줄이고 시야에 또렷하게 보이도록 고안돼 경기 정확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음은 코어(고무)의 소프트한 정도를 최대화하면서 외부코어를 추가하는 것이다. 코어는 소프트하지만 복원력이 빠르고 외부 코어가 두 겹이기 때문에 임팩트 시 공이 전해 받은 클럽헤드의 에너지를 소프트한 코어가 2중으로 흡수토록 해 본 모양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비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골프공의 신소재를 사용한 코어에 홈을 새기는 기술이다. 코어에 X자 모양의 홈이 파여 코어를 감싼 레이어와의 접촉면을 최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스윙 시 볼 스피드를 향상시킬 수 있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고의 전환 

문 회장은 컬러볼의 콘셉트는 축구나 배구공 색깔이 알록달록 변해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요즘 골프 선수 1명당 캐디 1명이 플레이를 하는 분위기 탓에 현장에서 캐디가 컬러볼을 찾기 쉬워 인기가 좋다고 한다. 

20년 이상 골프를 즐긴 문 회장은 ‘내가 사고 싶은 볼이 무엇일까’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까’ 등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사업에 접근했다. 그는 볼빅이 기술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를 위한 마케팅만이 돌파구가 된다는 유연한 생각이 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컬러=볼빅, 골프공은 흰색이고 반드시 유광’이라는 생각을 뒤집은 이 역발상이 매출 신장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과거 컬러볼은 눈이 쌓인 겨울에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통상 흰색 볼의 표면에 페인트를 칠해 색을 입히면 비거리가 감소하는 등 볼의 기능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이 있었다. 이에 볼빅은 흰색 안료 대신 컬러 안료를 개발했고 제조 과정 중 커버에 색을 입혔다.

여러 연구개발 끝에 골프공 성능 검사 결과, 흰 볼과 성능 차이가 없고 오히려 컬러볼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다.

▲ 문경안 회장은 매출의 30%를 연구와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뉴시스>

고급화 전략, 고가격 정책

문 회장은 고가 정책을 시작하면서 전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골프공은 선물’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비싸도 마음에 들면 골퍼들이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 싸구려 볼 인식을 바꾸려는 회사 차원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문 회장은 생산 및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일관성 있는 고가격 정책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수출 가격이 낮아 수출할수록 적자가 발생했고 일단 수출가를 올려 제값을 받아야만 계약을 맺는 고가격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결과, 제품의 질을 높이고 제값을 받게 돼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가격이 올라도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다른 국가의 명품 브랜드들을 보며 문 회장은 “브랜드는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며 “대한민국도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믿었다.

매출액 중 30% 이상을 연구비와 마케팅 비용에 투자한다는 문 회장은 “가격구조는 시간이 지나면 ‘원래’가 된다. 착한 가게는 착하게 망한다. 비싼 가격은 일단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골퍼들은 자국 제품이 미국 제품보다 비싸도 일본 제품을 사용한다. 미국골퍼는 미국 제품을 선호한다. 그런데 한국 골프공 시장은 국산·미국·일본 제품이 혼합된 형태다. 자국 것만 주로 팔고 사는 미국과 일본 골프 시장이 기업인 입장에선 부러운 게 사실이라고 문 회장은 속내를 털어놨다.

▲ 2017 볼빅 신제품 VIVID XT.<볼빅>

 
►기술력과 아이디어 살릴 공격적 마케팅

볼빅의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이 눈에 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처음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올해 볼빅이 국산 골프공 브랜드 최초로 경기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바로 볼빅 컬러볼을 사용하는 ‘장타왕’ 버바 왓슨(미국)경기에서다. 

앞서 왓슨이 볼빅 홈페이지를 통해 골프공을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볼빅과 올해 컬러볼 사용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 왓슨은 컬러볼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핑크와 그린 색상의 볼빅 S4볼을 사용하면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매년 4월 첫째 주 마스터스가 열리는 기간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는 갤러리들이 몰리고 전 세계 4400만명이 TV 중계방송을 시청한다. 볼빅은 올해 ‘버바 왓슨 효과’로 150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골프 브랜드 관계자는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는 골퍼들의 관심도가 높아 마케팅 홍보 전쟁의 장”이라며 “어느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 선수가 우승하느냐에 따라 한 해 마케팅 홍보 희비가 갈린다”고 말했다. 

볼빅은 프로에서 주니어 선수단까지 200명의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 유명 선수에 대한 투자보다 국내 우수선수 양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한다. 볼빅 소속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제품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볼빅이 후원하는 선수는 200명 정도로 마케팅 비용은 1년에 총 80억원이 들어간다. 볼빅 공을 쓰는 프로는 69명, 그 중 국내에선 58명이 볼빅 소속이다. 볼빅은 주니어와 시니어 선수에게 공을 아낌없이 후원하면서 사용률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주문자 상표부착(OEM) 등으로 생산하는 골프공이 국내 골프장비 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국산 브랜드 클럽이나 볼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와중에 LPGA 볼빅 챔피언십 개최 등으로 매출액을 늘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10년부터 KLPGA투어에 타이틀 스폰서로 볼빅이 참여하면서 볼빅의 한 해 매출이 2~3배 늘기도 했다. 남자대회(KPGA), 여자 주니어대회, 미국 LPGA까지 연속 후원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볼빅은 점차 세계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볼빅은 매번 신제품과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문 회장은 “경쟁사와 비슷하면 경쟁사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지상 최대의 PGA쇼 6년 연속 참가, 현금 1억원을 아크릴통에 넣어 우승자에게 주는 홀인원 이벤트 등 골프계의 핫이슈를 만들어 프로 골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 회장은 ‘궁극적인 볼빅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국내 골프공 시장에서 타이틀리스트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국내서 1등을 못하면 외국 가서도 ‘국가 대표’라고 폼을 잡을 수 없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1차 목표는 시장점유율 TOP 5 진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서 자부심을 갖고 세계시장에 국산 골프공의 우수성을 알리고 의류, 컬러 클럽 등 골프 토탈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볼빅은 ‘볼빅=컬러볼’을 떠올리도록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세계 골프공 시장에서 문경안 회장의 골프 한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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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회장의 글로벌시장 공략 팁 
·경쟁사를 압도할 기술력
·‘컬러볼=볼빅’이라는 사고의 전환
·고가 정책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
·기술력과 아이디어 살릴 공격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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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볼빅 대표는? 
△1958년 경북 김천 출생 △건양대 세무학사, 홍익대 국제경영대학원 졸업 △1987년 건영통상 사업부장 △1999년 철강유통사 비엠스틸 창업 △2009년 볼빅 대표이사 회장 △2010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공로상 △2011년 스포츠산업대상 대통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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