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H
    21℃
    미세먼지 좋음
  • 경기
    Y
    22℃
    미세먼지 좋음
  • 인천
    B
    미세먼지 좋음
  • 광주
    Y
    19℃
    미세먼지 좋음
  • 대전
    B
    미세먼지 좋음
  • 대구
    Y
    17℃
    미세먼지 좋음
  • 울산
    B
    미세먼지 좋음
  • 부산
    Y
    16℃
    미세먼지 좋음
  • 강원
    B
    미세먼지 좋음
  • 충북
    Y
    22℃
    미세먼지 좋음
  • 충남
    Y
    21℃
    미세먼지 좋음
  • 전북
    H
    21℃
    미세먼지 좋음
  • 전남
    H
    17℃
    미세먼지 좋음
  • 경북
    Y
    17℃
    미세먼지 좋음
  • 경남
    Y
    20℃
    미세먼지 좋음
  • 제주
    H
    16℃
    미세먼지 좋음
  • 세종
    H
    21℃
    미세먼지 좋음
최종편집2024-04-23 15:41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뼛속까지 엔지니어 조석래 ‘섬유의 반도체’에 혼을 심다
뼛속까지 엔지니어 조석래 ‘섬유의 반도체’에 혼을 심다
  • 이기동 기자
  • 승인 2017.05.04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시장 휩쓴 효성 스판덱스·타이어코드의 비밀

나에는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들어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안에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해 특수 화학 처리한 삼베와 같은 폴리에스터 원단을 보통 여섯 겹 정도 두른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소재다. 효성은 타이어코드에 관한한 10여년 이상 부동의 글로벌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이 만드는 ‘스판덱스 크레오라’도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아웃도어 옷은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스판덱스 소재를 쓴다. 신축성 때문에 옷 외에도 스타킹, 브래지어 끈, 청바지 등 거의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용도가 다양하다. 

이들 효성 제품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집요하리만큼 기술에 천착한 조석래 전 회장(83)의 ‘기술경영’ 철학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건강 문제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장남 조현준 회장이 그의 뒤를 이어 ‘원천기술’ 확보를 경영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 올인 

조석래 전 회장은 원래 CEO를 목표로 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과(理科)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 이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IIT)을 졸업한 뒤 학자의 길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친인 선대 조홍제 회장이 대단위 섬유 공장을 건설하는데 조 전 회장을 낙점함으로써 꿈을 접고 말았다. 1966년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바로 동양나이론 사업장에 투신했다.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선대회장의 통찰력이었다. 오늘날도 조석래 전 회장에 대해 호학이재(好學理財)의 경영자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 전 회장을 만나 이야기해 본 사람은 전형적인 엔지니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숫자가 정확하지 않으면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음을 알고 불안해 할 정도다.

그의 학문에 대한 탐구 또한 지나칠 정도로 집요하다. 책상 위에는 늘 일본어 서적과 영어 원서 두세 권은 놓여 있다. 

효성은 1980년대 들어 섬유의 대표 사업이었던 나일론의 글로벌 판로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던 중, 1989년 어느 날 당시 조석래 회장의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하라는 지시였다.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5~7배까지 늘어나 원상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뛰어난 특징이 있다. 란제리, 스타킹, 청바지, 기저귀, 아웃도어, 정장 의류 등에 포괄적으로 사용되며 오늘날 그 활용 범위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효성은 1989년부터 약 3년간에 걸쳐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1992년에서야 세계에서 4번째,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민간기술 연구소 효시 ‘효성기술원’ 설립

그러나 원하던 품질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 조석래 회장은 공학도 출신인지라 과학이나 생산기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1990년대 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 속에서 스판덱스 사업을 접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확신하며 기술연구에 올인했다. 이러한 투자 결과,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인 듀폰의 라이크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맞서 시장점유율 1위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조 전 회장은 1970년 동양나이론(효성 전신)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산업화 초창기에다 고도 성장기여서 무엇이든 만들기만 하면 잘 팔리던 시대였다. 효성이 만들던 나일론, 폴리에스터와 같은 화학섬유는 오늘날 반도체에 버금갈 만큼 수요가 폭증, 돈이 되던 시기였다. 이 때 동양나이론은 조석래 사장의 지시로 다른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던 연구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연구소를 만들었다. 

1971년 안양에 국내 최초의 민간기술연구소인 효성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투자한 덕에 오늘날 효성이 세계 1위 제품을 여러 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사올 수 있는 간단한 선택을 마다한 것은 조 전 회장의 원천 기술에 대한 우직함 때문이었다. 결국 그의 세계 1등 기술 개발 전략은 적중했고, 오늘날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가져다주는 결실을 맺었다.

세계 최초 ‘폴리케톤’ 개발 성공 

효성이 ‘슈퍼섬유’로 일컬어지는 신소재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조 전 회장의 10년간에 걸친 뚝심에 힘입은 바 크다. 

효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간 폴리케톤 개발에 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했다. 2010년부터는 산업자원통상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WPM : World Premier Material) 사업 국책 과제로 선정돼 개발에 탄력을 받았다.  마침내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고성능 신소재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우수한 내충격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동차ㆍ전기전자 분야의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로 널리 쓰인다. 또한 초고강도, 초고탄성률의 특성을 살려 타이어코드, 산업용 로프, 벨트 등에도 적용된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등에서 배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가스인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대기 중 유해가스를 줄이면서, 고기능성 제품을 만들어 내는 친환경ㆍ탄소저감형 소재다.

20년 전 회사 구하기 위한 일이 '발목'

조 전 회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이미 개인적인 횡령과 배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실제 IMF 구제금융이라는 국가 재난의 시기에 정부 입장을 따르다 발생한 일이기에 억울한 측면이 많다. 

실제 당시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을 가장 잘한 기업으로 효성을 꼽았다. 정부 주도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충실히 따랐던 효성물산의 부실로 인해 효성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지경이었다.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손을 잘라야 할 정도로 절박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부채비율을 맞춰야 하는 당시 상황에서 장부에 손을 대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었으며, 정부에서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우죽했으면 당시 재정경제부 실무를 맡았던 담당 부장이 억울함에 동의하는 증언을 하고 나섰을까. 

지금도 조 전 회장은 공익을 위한 당시의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한해 1조의 영업이익과 2만8000 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현재 국내에 7500여명을 고용하고 있고, 해외에 2만1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 리더의 생각 크기와 방향에 따라 온 지구촌을 일구는 큰일을 할 수도 있고 한 동네의 작은 일에 멈출 수도 있음을 효성의 성공이 말해주는 것 같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