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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농담 삼아 한 얘기가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농담 삼아 한 얘기가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 문기환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 승인 2017.04.0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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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홍수 속 오보와 진실

요즘 언론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매우 어지럽다. 탄핵과 대선 정국에 휩싸여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사이비 언론이 활개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진실을 만나고자 하는 시민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목이 타다. 그러나, 아직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이 남아 있고 이를 지켜주려는 언론이 있는 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A사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을 안고 새로 태어난 언론이다. 당시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A사에 대한 사회 전반의 기대는 자못 컸다. 기자 정신이 투철한 A사 기자들에 대한 신뢰도 또한 타 언론사 기자보다 상대적 우위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A사 기자들은 취재 대상이 되는 조직, 특히 대기업 홍보맨들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 기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습득한 정보를 기사화하기 전에 해당 조직 홍보팀에 확인을 하게 된다. 이때 그 정보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증거를 갖고 대응하면 대체로 설득이 된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믿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만난 A사 기자는 이미 기사를 거의 다 써놓고 마지막 순간 단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문의를 하는 듯이 보였다.

그동안 언론사 혹은 기자의 성향에 따라 ‘백약이 무효’이듯 여러 가지 증거를 보여도 속수무책인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이는 필자가 홍보를 시작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희망사항이 빚어낸 오보 해프닝

다음은 1990년대 중반 필자가 종합상사 ㈜대우 홍보팀장으로 재직할 때 A사 B기자와 얽힌 오보 사건이다. 

대우그룹은 1992년 초 김우중 회장의 방북 이후 꾸준히 남북 합작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4년 후인 1996년 8월, 드디어 셔츠·가방·재킷을 생산해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자본금 1000만 달러 규모의 남북 최초 합작회사인 ‘민족산업총회사’가 설립돼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지라 ㈜대우 홍보팀은 수년 동안 언론사에 속 시원히 사업의 진척 상황을 공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합작법인 설립 공식 발표를 앞두고 연일 쏟아지는 출입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마침내 ‘민족산업총회사 본격 출범’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던 시점의 일이다.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어느 여름날, 필자는 기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기자서 너 명과 함께 대우센터빌딩 지하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사 중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민족산업총회사 설립 등 남북경협이 됐다. 이미 공식 발표가 끝나 모두들 조금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잡담 수준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정치부 기자 시절 남북적십자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기자도 있고 해서 그 기자의 몇 년 지난 북한 방문 취재담을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그때 필자가 “만일 남포공장 오픈 기념식이 다른 외국의 경우처럼 공식으로 개최될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필자와 출입기자)도 다 같이 북한 지역을 가볼 수 있을 텐데…”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농담조의 희망사항으로 이야기했다. 이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할 일이 있다며 곧바로 신문사로 복귀한 기자도 있었고 기자실에 남아 있다가 돌아간 기자도 있었다. 

기자 응대 시 늘 신중해야

돌발 상황은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다음날 아침 신문 가판을 받아 본 시점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기사 거리도 없었기에 느긋하게 이 신문, 저 신문을 차례로 보고 있었는데 A신문의 경제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경제면 중간에 검은 테두리를 친 박스 기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대우, 남포공장 개업식에 출입기자 초청 예정’. 대략 이런 제목이었다. 

아니 세상에! 식사 중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농담을 진실로 알았다는 말인가? 그 때 여기저기서 전화통이 울렸다. 타 언론사 출입기자들이 걸어온 사실 여부 확인 전화다. 그 중에는 특종(?)기사를 쓴 B기자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던 기자들도 있었다. “아니, 아까 한 말 농담 아니었어요?” “당연히 농담”이라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일 조간신문까지 오보가 되지 않도록 B기자에게 빨리 연락해 주라는 걱정까지 해줬다.

필자는 간혹 벌어지는 착오 기사의 하나라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B기자의 호출기(일명 삐삐) 번호를 열심히 눌렀다.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답신 전화가 없었다. A신문사로 전화했다.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퇴근했다며 급하면 집으로 전화해 보라고 한다. 집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부인이 받았다. 

“들어오시는 대로 꼭 전화 부탁 드린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저녁 9시가 됐다. 아직 연락이 없다. 초조해진 필자는 A신문사 경제부 데스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하니 그 데스크가 말했다.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내규 상 취재기자와 통화를 하기 전에는 기사 한 줄, 토씨 하나 절대 정정 못한다. B기자의 연락을 받는 대로 기사를 삭제하던지 하겠다. 상황이 단순 착오로 벌어진 것 같으니 그리 염려 마시라.”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자정까지 계속된 노력에도 끝내 B기자와는 통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 기사는 다음날 아침 서울 시내판에 토씨 하나 안 바뀌고 그대로 실렸다. 다행히 그 특종기사(?)를 그대로 받은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는 출입기자도 없었다. 몇몇 외국 언론사 서울특파원의 문의가 있었으나 우리 측 설명을 듣고는 이내 끊었다(외신들은 원래 남북문제에 민감하다). 

“이렇게 해서 또 오보가 만들어지는 구나.” 당시 홍보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후라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갈 때 또 한번 산 체험을 통해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 “홍보 담당자는 기자를 상대할 때 언제, 어디서나 신중해야 한다”는….   
해외 유학을 마치고 A사로 복귀한 B기자는 이제 중견 간부로 재직 중이다. 몇 번 만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지만 아무도 그때 그 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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