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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특명 “글로벌을 평정하라”
정몽구의 특명 “글로벌을 평정하라”
  • 조득진 중앙일보 기자
  • 승인 2017.04.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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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돌은 재도약 원년…R&D 투자로 ‘미래 최강자’ 꿈
▲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이 경기도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수소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전기차 등 모든 형태의 친환경차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올해는 현대차 창립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 50년을 향한 재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밝힌 포부다. 이날 정 회장은 서면 인사말에서 “현대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며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친환경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과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반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24일 열린 기아차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고급차·친환경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밝힌 그룹 비전에 대해 어느 때보다 주목했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한 현대차그룹이 꺼내놓을 새로운 카드에 어떤 혁신이 담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상 최대치 판매 825만대 목표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14년 8월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을 방문했다.<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825만대로 잡았다.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68만3000대, 해외시장에서 439만7000대 등 총 508만대로 지난해보다 목표를 12만대 늘렸다. 기아차는 내수시장 51만5000대, 해외시장 265만5000대로 총 317만대를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보다 5만대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787만6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순위 5위를 기록했다. 노조 문제와 환율, 불안한 국내 정세 등 다양한 변수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2년 연속 목표로 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불명예도 안았다.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 해외시장 판매부진 등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우선 내수 시장이 시원찮았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70%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르노삼성(39%), 한국GM(14%), 쌍용자동차(4%)는 판매량이 증가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시장은 성장이 둔화됐고, 중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에서도 예전만큼 실적이 신통치 않다.

영업이익은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8.3% 감소한 5조1935억원. 2010년(5조9185억원)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증권가 관계자는 “자율주행, 디자인 혁신 등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이에 맞춘 경영능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발 빠르게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속적인 적자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신인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선제적인 투자로 전기차·스마트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산업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배출가스 기록 조작으로 위기에 처했던 폴크스바겐도 각 브랜드별 독립경영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 실적을 만회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변화에 발맞춘 대응은 상대적으로 둔하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라는 서로 다른 브랜드와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활용해 차별화된 기술개발과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고급차와 친환경차에서의 상품 경쟁력 강화,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 출시 등을 통해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미국·유럽 정체, 중국 둔화 등으로 작년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성장이 올해 정체될 것으로 보이는데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수요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평균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산유국이자 신흥시장인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 신차인 크레타와 G70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인업 구축, 시장 다각화로 ‘재발진’

현대차그룹은 올해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글로벌 생산 체계 강화 등으로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시 SUV 등 신차 효과로 반등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상반기 중 각각 소형 SUV 신차 개발을 끝내고 국내와 유럽 등에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크레타·ix25·KX3 등 기존 소형 SUV를, 선진시장에서는 신형 차종으로 소형 SUV 수요를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쏘나타를 선봉에 내세웠다. LF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를 최근 출시한 것. 디자인을 대폭 가다듬고 파워트레인을 일부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신차를 내놓으면서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 국내 중형 세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올해 출시한 그랜저 신차 효과에 이어 신형 쏘나타도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판매목표인 9만2000대를 넘어서 10만대 이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내 택시모델을 공급해 국내 중형차 시장 독주 체제를 굳히는 한편 출시 일정을 앞당겨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 및 고급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현대차는 지난 2월 27일 아이오닉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이오닉 플러그인(plug-in)’을 공식 출시했다. 지난해 1월 국산 최초 친환경 전용 차량 아이오닉의 첫 모델로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후, 같은 해 3월 전기차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함으로써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이 국산 최초 친환경차 전용 모델로 풀 라인업을 갖춰 세계 유수의 차량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상품 라인업 강화와 해외 진출 확대로 브랜드를 드림카로 성장 시키겠다는 포부다. EQ900과 G80에 이어 올 상반기 첫 독자 모델 ‘G70’을 국내 출시한다. 지난해 준대형 세단 G80의 고성능 버전인 G80 스포츠를 선보인 바 있지만 파생 모델이 아닌 처음부터 고성능을 겨냥해 개발되는 차량은 G70가 처음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북미와 중동, 러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유럽과 중국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고성능차 라인업을 시장에 안착시켜 극한의 기술과 운전의 즐거움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10개국에서 35개의 생산공장 체제를 확립하고 판매망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도 강화하겠고 밝혔다. 멕시코공장과 창저우공장에 지역 전략 신차를 투입하고 올해 가동되는 중국 충칭공장에서도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에는 현대차 신형 위에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준중형 SUV를 내놓고, 기아차 중국형 쏘렌토도 출시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2020년까지 인도에 소형 SUV 등 신차 8종을 대거 투입해 시장 공략을 강화키로 했다. 올 상반기 소형차 베르나 신형을 출시하고 이후 소형 해치백과 소형 MPV(다목적 차량) 등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수소차 개발 체제 구축

▲ 현대차그룹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경기도 의왕 인근 고속도로에서 기아차 쏘울 자율주행차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개발도 올해 업무 중점사항으로 제시했다. 오는 2020년까지 28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하는 한편 완전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한국, 중국 등에서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커넥티드카·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 회장 역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이 자동차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공유경제 트렌드가 확산하고 고객의 자동차 이용 패턴이 변화해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R&D(연구개발) 투자비는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써나가고 있다. 최근 현대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조3522억원으로 2조1724억원을 투입했던 2015년보다 1800억원 늘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 역시 2015년 2.4%에서 지난해 2.5%까지 상승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인력 보강과 조직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월에는 자율주행 연구개발 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통합해 확대한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장으로는 자율주행차 연구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진우 박사(상무)를 영입했다. 지능형안전기술센터 설립으로 연구개발본부 내에서 첨단안전기술과 선행연구 조직으로 이원화됐던 자율주행 연구개발 조직을 일원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구상대로라면 현대차는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게 된다.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R&D 비중이 축소되거나 정체될 수 있었지만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올해 역시 현대차그룹의 R&D 비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자율주행·커넥티드·친환경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R&D를 늘리는 것은 조직의 동기부여 및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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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삼현주의(三現主義)’
현장에서 보고·느끼고·해결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 고집은 재계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그는 회장 부임 첫해인 1999년 생산·영업·AS 등으로 나뉘어 있던 품질 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한 달에 한 번 품질경영회의도 열었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에 대한 고집은 현장경영으로까지 이어진다. 현장에서 보고, 현장에서 느끼고, 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주의(三現主義)를 실천하고 있는 것.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정 회장은 6개 국가 생산현장을 누볐다. 3개월 만에 지구(약 4만㎞) 한 바퀴를 넘게 돈 셈이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은 ‘안정화’에서 ‘고급화’로 진화하고 있다. 2008년 ‘제네시스’ 개발 당시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들른 정 회장은 차량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하부를 좀 보자”고 말했다. 리프트 아래로 직접 들어가 차량 아래쪽을 천천히 살피던 그는 동력장치를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적은 ‘제네시스’가 2014년 미국 고속도로보험 안전협회(IIHS)에서 실시한 충돌실험에서 세계 최초로 승용차 29개 전 부문 만점을 받는 계기가 됐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 고집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JD파워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17 내구품질조사(VDS)’에서 현대차는 19개 브랜드 가운데 3위(133점)에 올랐다. 기아차는 6위(148점)에 랭크됐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현대차 앞에는 일본 도요타(1위)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뷰익(2위)밖에 없다. 4위는 GM 쉐보레, 5위는 일본 혼다였다. 독일 폭스바겐은 공동 10위에 그쳤다. 다른 일본 브랜드인 스바루(공동 10위), 마쓰다(12위), 닛산(13위), 미쓰비시(14위) 등은 기아차보다 아래였다. 지난해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기아차와 현대차가 일반브랜드 1, 2위를 차지한 데 이은 쾌거다.

정 회장은 평소 “‘품질과 안전’은 우리의 기본철학이다. 이를 위해 모든 역량과 인프라를 최대한 집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매년 명절과 여름휴가 기간 등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생산기지를 돌며 현장 경영을 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