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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동백꽃! 뭉클하면서도 아릿한 슬픔
동백꽃! 뭉클하면서도 아릿한 슬픔
  • 이만훈 언론인
  • 승인 2017.04.0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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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꼭 챙기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백꽃 소식입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달포 전부터 고대(苦待)해야 하는 것인데 올핸 그놈의 탄핵인가 뭔가에 정신이 팔려 강퍅하게 놀다가 이제야 마음을 내어 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복(福)이 있는지 제주도를 비롯, 여수 오동도, 해남 보길도 등 동백의 명소에 더러 피기는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꽃의 향연’은 펼쳐지지 않았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傳言)이네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마 미당(未堂)이 동백꽃을 보려고 선운사를 찾았다가 꽃 대신 주막 아낙의 육자배기만 들었던 것과 어슷한 때맞춤인 듯합니다.
동백나무는 주로 남부 지방 물가에 군락을 이루며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예나 지금이나 동백꽃 예찬(禮讚)이 넘쳐 납니다.
아마 그건 가슴 저릿할 정도로 화려한 꽃은 물론이거니와 사시장철 윤기 나는 '푸른 기품(氣稟)'의 자태 때문일 겁니다.

이규보의 동백꽃 예찬 시

송(松)·&죽(竹)·&매(梅)를 이른바 '세한삼우(歲寒三友)'라며 아끼고 사랑했듯이 동백에게도 '엄한지우(嚴寒之友)'라고 깍듯이 대한 까닭이 바로 그것이죠.
일찍이 고려 때 대문호 이규보(李奎報)가 ‘동백꽃(冬栢花)’이란 시를 통해 강조한 정조(情調)이기도 합니다.
‘복사꽃 오얏꽃 비록 아름다워도(桃李雖夭夭)/부박한 꽃 믿을 수 없도다(浮花難可恃)/송백은 아리따운 맵시 없지만(松柏無嬌顔)/추위를 견디기에 귀히 여기도다(所貴耐寒耳)/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가 있어(此木有好花))/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亦能開雪裏)/곰곰 생각하니 잣나무보다 나으니( 細思勝於栢)/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도다(冬栢名非是)’
어디 그뿐입니까? 
사육신(死六臣)의 대표격인 성삼문(成三文)도‘고결한 것으로 치면 매화보다 한 수 위(高潔梅兄行)’라고 치켜세웠을 정도(‘설중동백(雪中冬柏)’에서)이고, 중국 남송의 시인 육유(陸游) 역시‘눈 속에 꽃피었으니 늦봄이구나(雪裡開花到晩春)/세상에 너보다 잘 견디는 자 있으랴(世間耐久孰如君)’고 했으니까요.
동백꽃에 대한 사랑은 원산지인 동양(학명은 Camellia japonica Linnaeus로 일본 원산으로 돼있지만 중국과 한국이 유력)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동백꽃

학명 중‘카멜리아’는 17세기 말 마닐라에 근거를 두고 선교와 함께 식물채집을 한 체코 출신 예수교 소속 선교사 G.J.Kamell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 인기는 1848년 프랑스 소설가 뒤마(Alexandre Dumas fils)가 <동백꽃 부인(La Dame aux camelias)>을 발표하면서 폭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창녀 마르그리트(Margrite)가 동백꽃을 매개로 순진한 청년과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는 줄거리인데, 주인공이 한 달에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꽃을 달고 다녔기 때문이죠.
더구나 5년 뒤 작곡가 베르디(G.Verdi)가 이를 각색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내놓자 동백은 세계적 선풍을 일으키기에 이릅니다.
뒤마의 소설은 일본에서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소개됐죠.
그런데 일본에서 동백나무를 지칭해 쓰는 ‘椿(쓰바키)’자는 본디 동백과는 전혀 다른 수종인 멀구슬나무(&檀)과의 낙엽성 교목(香椿)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인 '동백'의 발음을 베껴 쓰며‘봄에 꽃피는 나무(木+春)’라는 의미로 ‘椿’자를 차용한 것이란 설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동백은 그 나뭇말대로 정말 ‘매력’ 덩어리입니다. 감상 대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뭐 하나 버릴 게 없으니까요.
꽃을 담근 목욕은 피부를 곱게 하고, 씨앗은 기름을 짜 식용이나 머리단장용·등불용으로 그만일 뿐만 아니라 나무 또한 목질이 엄청 단단해 목탁이나 얼레빗, 다식판 등을 만드는데 제격이죠.
동백나무 가지로 여인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면 아들을 낳는다는 묘장(卯杖, 혹은 卯錐) 풍습마저 있을 정도입니다.
동백꽃은 대부분 붉고 어쩌다 흰 것도 발견되는데 붉은 꽃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을 품고 있고, 흰 꽃은 ‘비밀스런 사랑’을 의미한다니 <춘희>의 주인공이 왜 그토록 동백꽃을 패용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곳곳에서 동백꽃이 흐드러진다는 화신(花信)이 전해지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질 테죠.
매년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피어서 아름답고 질 땐 남다른 비장미

동백꽃은 피어서 아름답지만 질 때도 역시 남다른 비장미(悲壯美)가 있습니다.
꽃으로서의 구실을 다했다 싶으면 한 점 미련도 없다는 듯 구질구질하지 않고 화끈하게 송이 째 떨어지니까요.
웬만하면 한번쯤 빼곡한 동백 숲에서 떨어진 꽃을 즈려밟으며 괜스레 미안해했던 추억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뭔가 뭉클하면서도 아릿한 슬픔을 보았을 테죠.
낙화(落花)가 생화만큼이나 예쁜 동백꽃처럼 우리네 인생도 반(半)만이나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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