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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M&A 철학'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M&A 철학'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7.03.07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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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형 리더십 발휘…위계질서 따지면 ‘삽질’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오너 경영인이다. 고(故)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5남이다. 두산의 모태인 국내 최초의 근대적 상점 ‘박승직 상점’까지 소급하면 3세 경영인이다. 지난해 3월까지 두산그룹 회장으로 있었다.

박 회장은 오너 경영인이지만 전문경영인을 자처한다. 그는 큰 방향만 제시하거나 인사권을 지렛대로 경영진을 원격 조종하는 전통적인 오너가 아니다. 특히 두산이 한 세기 이상 영위한 소비재사업을 접고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그는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권위주의적인 대기업 오너 회장과도 다르다. 우선 두산의 젊은 직원을 비롯해 서른 살 아래 페이스북 친구와도 민낯으로 소통하는 SNS 스타다. 그런가 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어 달에 한 번꼴로 록 콘서트장을 찾아 땀에 젖을 때까지 흔들어대는 록 마니아다.

소통에 능한 리더

박 회장은 소통에 능한 리더다. 두산지주부문의 한 임원은 그가 “권위적이지 않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고 말했다. 사내 SNS인 야머(Yammer)의 개설도 그가 주도했다. 야머가 개통된 후 부서 간, 상하 간에 의견 교환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회의를 주재할 때면 그는 자연스럽게 결론이 도출되도록 참석자들과 토론의 전 과정을 공유한다. 이를 위해 그는 참석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일련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거쳐 참석자들은 하나의 컨센서스를 향해 나아간다. 막판에 그가 “이렇게 합시다” 하고 결론을 내리지만 보통은 그 전에 참석자들이 그런 방향의 컨센서스에 도달해 있다. 어떤 면에서는 합의된 결론을 자신이 확인할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비즈니스와 관련한 의사결정은 고독한 영웅이 밤잠 못 이루고 고민한 끝에 내린 고뇌에 찬 결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의 여건, 우리가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도달하는 결론이어야 하죠. 마치 흐르는 물이 입구가 넓은 깔때기를 통과해 좁은 관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모든 요소를 공유한 채 이루어지는 조직이 진짜 강한 조직입니다. 나의 역할은 모든 고려 요소가 성역 없이 투명하게 논의되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조직이 쌓은 경험과 역량이 신속히 발휘되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적확한 질문을 던져 토론을 유도하고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다 싶을 때 내가 방점을 찍습니다.”

박 회장의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팀플레이형 리더십이라고 할 만하다. 그가 주도한 과거 두산그룹의 인수합병(M&A)이 철저한 팀 플레이였다. 핵심 멤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외부 법무법인·회계법인·투자은행·컨설팅사 소속 인력을 포함해 열 명 안팎. 모두 자기 분야 전문가들로 서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박 회장은 “나를 포함해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류의 팀이 멤버 간에 위계질서를 따지면 ‘삽질’을 하게 돼 있습니다. 할 말, 못할 말을 구분하다 보면 정보의 흐름이 끊기게 마련이죠. 우리는 M&A를 할 때 인수가격을 결정하는 단계가 되면 저마다 백지에 금액을 적어 테이블 위에 던집니다. 나중에 금액을 확인하다 보면 누가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있죠. 이때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인수가격을 적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원탁이라는 말의 참 의미죠.”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

그는 이렇게 적어낸 가격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낙관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분포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럴 때 어느 선이 과연 인수가로 타당한지 눈에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인수가 결정을 둘러싸고 서로 갑론을박을 하거나 고성이 오가는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런 팀플레이 문화를 조직에 확산시켰다. 두산의 전 사업단위가 팀플레이로 운영되도록 했다고 역설했다. 이런 팀 운영 방식이 회사에 DNA로 내장될 때 전체 조직의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학습 효과 덕에 후기에 한 몇 건의 M&A는 자신이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작 그는 코칭 리더십을 강조한다. CEO는 가부장적이거나 민주적인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을 이끄는 한편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팀을 예로 들어보죠. 야구 코치는 선수를 이끄는 한편 선수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팀이 우승할 수 있죠. 코치나 감독이 과거 선수 시절 방어율이 낮거나 타율이 높았다고 해서 팀이 우승하나요? 선수 시절에 쌓은 기량을 선수들에게 전수해 팀 전체의 역량이 커져야 비로소 우승을 바라볼 수 있죠.”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외환위기 직전 두산그룹의 부채비율은 30대 그룹 중 6위였다. 그때부터였다. 두산은 과거부터 영위해온 사업을 거의 모두 팔아치웠다. 모기업이자 그룹의 간판이었던 OB맥주도 매각했다.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1995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래 그는 30여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대표적인 작품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수였다.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할 당시엔 터무니없이 비싸게 샀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M&A의 성공 여부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능력과 노하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인수가로 얼마를 써내는 게 타당한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매물 기업의 가치를 100억 원으로 보고 인수 후 150억 원짜리로 만들 자신이 있으면 100억 원이라고 써야죠. 20억 원 세이브 하겠다고 80억 원 썼다가 90억 원 적어낸 회사에 넘어가면 50억 원 벌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그런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죠.”

박 회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이로써 두산은 소비재 회사에서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기업으로 변신했다.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 후 미국 밥캣, 노르웨이 목시 등 글로벌 M&A를 성공시켜 마침내 두산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두산이 M&A를 하는 목적은 경영의 구조적인 스피드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는 구조적인 변혁을 통해 경영의 스피드가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떤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3000억 원이 들고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느니 3000억 원 주고 그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사들이겠다는 겁니다. M&A란 한마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하는 가격에 사들임으로써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거예요. 이때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비즈니스 볼륨이나 제품 자체가 될 수도 있어요.”

박용만 경영 키워드는 ‘가치’

두산은 짧은 기간에 파격적인 변신을 했지만 리스크 평가는 철저히 보수적으로 했다. 그 배경으로 그는 100년 넘은 기업에 쌓인 특유의 보수성을 지목했다. 일견 양립하기 어려운 혁신성과 보수성의 동거를 그는 양날의 칼에 비유했다.

“우리는 의사 결정의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10여 년에 걸쳐 M&A 경험이 축적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맥을 정확히 짚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모든 요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반면에 불확실성을 줄이려 리스크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합니다. 위험회피에 대한 보수성이죠. 그래서 무모하리만큼 혁신적인 시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거예요.”

박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가치다. 그는 경영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업종을 잘 선택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미래다”

박 회장의 믿음이 담긴 두산의 슬로건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신입사원을 포함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려 했다. 비난이 빗발쳤다. 그는 긴급히 신입사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훗날 그에게서 배경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시장이 급속히 수축되면서 회사 경영진이 간부만 희망퇴직을 받아서는 어렵다고 사정했습니다. 코너에 몰려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얘기한 것이 화근이 됐어요. 지난해 사원 포함해 십여 명이 재입사했습니다. 대학 졸업하던 해 은행원을 천직으로 삼겠다고 외환은행에 취직했던 때를 돌아봤습니다. 나를 비난한 젊은이들의 마음이 공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사람이 미래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죠.”

기업인으로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기업은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람을 내보내는 것도 기업으로서는 존속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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