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해체 유감
삼성 ‘미전실’ 해체 유감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7.03.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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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젊은이들의 대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취업 절벽’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심할 듯합니다. 어느때보다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데다 채용계획조차 못 잡고 있는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직원 300명 이상 기업 취업자 수는 241만6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4만6000명 줄었습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던 2010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대기업의 올해 채용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많은 기업이 작년 말부터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혀 신입사원 채용, 인사 등 경영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에서 언제 칼날이 들이닥칠지 몰라 숨을 죽인 채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아무런 잘못이 없는 기업도 화가 미칠까 두려워 납작 엎드려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들에게는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정치인들은 ‘일자리 창출’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실제로는 기업 때리기에 혈안입니다. 한건주의에 빠진 포퓰리즘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과정을 보면 정치인들이 얼마나 무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삼성 미전실은 ‘공공의 적’이고, 그래서 역사에서 지워져야 될 만큼 큰 죄를 지었는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 논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등 부정적인 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 점은 사법당국 조사나 제도를 통해 규명하고 해소해 나가면 될 일입니다. 곪은 부분만 도려내면 될 것을 아예 죽이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다름 아닙니다. 

삼성 미전실은 젊은이들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은 매년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 공채를 합니다. 지난해엔 이를 통해 1만4000명을 충원했습니다. 내년부터 계열사별 공채로 바뀌면 그 숫자가 확 줄어들 게 틀림없습니다. 계열사 사장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적게 뽑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임기 중 실적을 내야 하는 CEO로선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미전실은 그동안 정부 정책,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실제 소요인원보다 가급적 많이 채용했다고 합니다. 이는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삼성은 재계 맏형으로서 선도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삼성이 신입사원을 적게 뽑으면 다른 기업도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룹 콘트롤 타워인 미전실은 정무적인 판단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이런 기능이 없어져 채용 인원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미전실은 해체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돼 삼성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외국 언론과 경쟁사들은 이때다 싶어 하이에나처럼 삼성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쟁력은 쇠약해지고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간판기업에 오물을 뒤집어 씌웠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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