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역습, ‘노동의 종말’이 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습, ‘노동의 종말’이 오고 있다
  •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3.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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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0년에 걸친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일어났던 몇 차례 산업혁명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은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의 삶을 확연하게 구별해 준다는 의미에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몇 차례 산업혁명이 더 발생할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데 산업혁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반면 이로 인한 충격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시대정신이 주도해 왔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현재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됐다. 증기기관이 발명돼 상용화되고 인쇄술이 발달해 커뮤니케이션에 혁신을 가져왔다. 봉건체제가 해체되고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전기(轉機)가 마련됐다.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말 전기와 전화의 발명, 그리고 석유의 발견과 내연기관의 발명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진행돼 20세기 내내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말 인터넷이 등장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글로벌 경제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3차 산업혁명>이란 저서를 출간한 것이 2011년이라는 사실, 그리고 사물인터넷이 아직도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3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지수함수적 발전, 수확가속의 법칙

그런데 최근 3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자취를 감추고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됐다. 마치 3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사람은 시간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들 정도다. 한 마디로 기술혁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 웬만한 사람은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제대로 짐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기들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의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3D 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등 실로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적 기반은 정보기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분야 가운데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기술적 유토피아를 낙관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발명가이자 인공지능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그는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어난 기술발전이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고 정보기술 전반에 걸쳐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수확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이라 불렀다. 한 마디로 정보기술이 계속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기술의 발전을 마냥 반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적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인지, 반대로 디스토피아가 엄습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후자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바는 많은 일자리가 급격하게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의 기술혁신이 이런 파괴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둘의 결합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으로서 경제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46차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바이오기술 등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여러 기관에서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제러미 리프킨이 다분히 극적으로 표현했던 노동의 종말이 가시화될 조짐이 보인다.

‘특이점’ 도달…‘초인공지능’ 출현도 

일각에서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이를 만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결합한 새로운 정보기술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기술은 인간의 역할을 원천적으로 소멸시킨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자율주행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 각종 차량을 운행하는 전문 기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국의 경우 대리운전기사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밖에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전망도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 있는 불과 몇 년 후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두 분야에서 기술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은 대체로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에 해당한다. 이미 널리 소개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IBM이 개발한 딥블루나 왓슨, 그리고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 등은 모두 좁은 인공지능에 속한다. 이것은 특정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이 이 단계에서 머문다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좁은 인공지능의 영역을 넘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는 인공지능 또는 범용인공지능이라 불리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수준에 도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공지능이 일단 AGI 수준에 도달하면 기계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개선을 시도함으로써 빠른 기간 내에 한 단계 위의 인공지능인 초인공지능, 즉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류에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인간 지능 수준의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는 것 자체가 미래에 커다란 재앙의 불씨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물론 레이 커즈와일 같이 2029년경 AGI가 출현할 것이고, 2045년 쯤에는 ASI가 출현해 과거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 즉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각종 질병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보통 특이점주의자(Singularitarians)라고 불린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이 분야의 미래 전망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향후 전 세계를 지배할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나아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재 우리의 생존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질문 멈추지 말고 호기심 잃지 말라”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보통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로 알려진 기관은 인터넷의 모체인 아파넷(ARPAnet)을 개발한 주역이다. 현재 이 기관을 필두로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바이두 그리고 IBM 등은 인공지능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이 분야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몇몇 정부와 초국적기업들이 이 분야에 관한한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못지않게 금융부문에서도 AGI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퀀트(Quants)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금융거래에서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올릴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무한경쟁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말은 정확하게 시점을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가공할 능력을 가진 AGI와 ASI로 무장한 세력이 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이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인공지능 관련 기술면에서 한국 기업이 선도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구글이나 애플이 자율주행자동차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기업이 그러하다면 정부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 데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에게 어떤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이고 가치 파괴적인 행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승자독식이라는 자본주의의 본성을 더욱 드러낼 것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정신 자세로는 개인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이런 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위기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있으면서 위험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반기기보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진짜 창의적인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무늬만 그럴듯한 창조경제 운운하는 가짜 정신으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를 선도하기는커녕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정신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축적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축적한 후 이를 바탕으로 깊은 통찰을 통해서만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찰은 편협한 에고 중심의 사고와는 양립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인물이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다음 명언을 우리 모두 음미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다. 영원과 생명의 신비, 그리고 실재의 놀라운 구조의 신비를 숙고하는 사람은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이러한 비밀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푸는 것으로 족하다. 신성한 호기심을 절대로 잃지 말라.” 

※이 글은 인터넷 <논객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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