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중독되면 다 죽는다
포퓰리즘? 중독되면 다 죽는다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03.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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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그리스·브라질의 ‘쪽박 사례’ 분석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과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소득 양극화와 이민자 유입, 테러 등의 문제로 해외에서도 반세계화 중심의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각 정당들도 EU 탈퇴, 반이슬람 등 자국우선주의 정책 공약 제시를 통해 지지세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용 부진, 소득 양극화 심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포퓰리즘 등장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포퓰리즘 현상을 두고 국내외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퓰리즘 지지층은 불평등한 경제 시스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반대론자들은 무분별한 정치 행태가 경제를 왜곡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의 ‘변질’…‘잃어버린 10년’

그리스의 경우 포퓰리즘이 사회당(PASOK)과 신민당(ND) 양당 집권을 위한 정책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1981년부터 2004년까지 집중 도입됐다. 1960~1980년만 해도 그리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1%에 달했고, 1980년 실질국민소득은 세계 17위를 기록했다. 특히 1974년 군부독재가 종식되면서 진보 성향의 사회당(PASOK)과 보수성향 신민당(ND)의 양당체제가 확립됐는데, 1981년 사회당 집권 이후 포퓰리즘 정책이 급속히 확대됐다.

그리스의 포퓰리즘은 정권 유지와 지지세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1981년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Andreas Papandreou) 총리는 취임 이후 최저임금 인상, 의료보험제도 확대, 기업 국유화 및 무상교육 등을 추진했다. 양당은 선거 때마다 각 직종의 노조들과 결탁해 그들에 대한 특권을 제시했는데, 주로  임금 확대 정책을 통해 관련 세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브라질은 2003년 노동자당(PT) 집권 후 절대빈곤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했으며, 2011년까지 관련 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됐다. 등장 배경은 극심한 소득 양극화와 높은 빈곤율 등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브라질은 1964~1985년까지 군사 정권의 독재 아래 극심한 빈부격차를 나타내며 빈국으로 전락했다. 198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초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재정적자 심화, 외채 확대 등으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특히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공공지출 감소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2003년 진보 성향의 노동자당(PT) 룰라 대통령 집권 이후 절대빈곤 해결과 중산층 확대를 위한 정책들이 도입됐다.

룰라 정부의 ‘볼사 파밀리아(Programa Bolsa Familia)’, 호세프 정부의 ‘브라지우 셍 미제리아(Brazil sem Miseria)’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들 정책은 저소득 가구 대상 기본소득 지원, 아동 및 노인 돌봄 사업, 직업 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포퓰리즘 정책은 경제의 지속 성장과 재정 운용 등 국가 재정 건전성이 담보된 가운데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국가는 지속 성장을 통해 국부를 형성해야만 확장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방만한 재정 운용은 포퓰리즘 정책 추진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켜 정책의 지속과 국가 운영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부 및 민간부채의 상승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민간부채의 상승은 정부부채로 전이돼 국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포퓰리즘 시행 후 국가경쟁력 추락

실제로 그리스와 브라질은 포퓰리즘 시기 이후 경제성장률, 국가신용도, 국가 경쟁력 수준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포퓰리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유지했으나,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하락했다. 

그리스의 경우 포퓰리즘 시기 이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1971~1980년) 수준으로 고성장을 유지했지만 포퓰리즘 시기에 2.2%(1981~2004년)까지 떨어진 후 최근 기간엔 -0.02%(2005~2015년)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포퓰리즘 시기 연평균 4.4%(2003~2011년)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이전 1.1%(1993~2002년), 이후 -0.3%(2012~2015년)보다 높은 성장을 보였으나,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포퓰리즘 시기 이후 신용등급이 급락하면서 투자부적격 등급까지 강등했다.

그리스의 정부부채는 포퓰리즘 시기 이전부터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브라질은 포퓰리즘 시기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포퓰리즘 시기 직전인 1980년 22.5% 수준이었으나 포퓰리즘 시기인 2004년 102.9%, 이후 2015년 176.9%까지 상승했다. 브라질은 포퓰리즘 시기 직전인 2002년 78.8%, 포퓰리즘 시기인 2011년 61.2%를 기록한 후 2015년 73.7%까지 올라갔다. 

그리스와 브라질의 민간부채 규모도 지속 상승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포퓰리즘 시기인 2004년 73.9.%에서 이후 시기인 2015년 126.6%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브라질은 포퓰리즘 시기 직전인 2002년 39.1%, 포퓰리즘 시기인 2011년 61.4%, 이후인 2015년 75.6%까지 부채 규모가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에 있어서도 그리스는 포퓰리즘 시기 이후 그 정도가 심화됐고, 브라질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소득 불균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스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값이 포퓰리즘 시기인 2004년 0.336에서 이후 시기인 2013년 0.343까지 다소 악화됐으며, 브라질의 지니계수는 포퓰리즘 시기인 2011년 0.501에서 2013년 0.497로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결국, 그리스와 브라질 모두 포퓰리즘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평가되며, 최근 국가적인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그리스 재정위기는 2015년 국가 디폴트 위기로 이어졌다. 현재 구제금융 긴축 재정안을 두고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역시 절대빈곤 해소 해결에는 포퓰리즘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포퓰리즘을 지속시키는 구동력이 약화되면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에 봉착했다. 절대 빈곤율은 포퓰리즘 시기 이전보다 개선됐으나 경기침체, 재정위기 상황 속에서 2016년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고 2016년 8월 테메르 정부가 출범했다.

경제성장 통한 재원 담보돼야 

지속 가능성이 담보 되지 않는 포퓰리즘으로 발생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포퓰리즘이 국가 자원분배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정책 도입 당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극단적 포퓰리즘 정책 추진은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해 감내하기 힘든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준칙(Fiscal Rule)을 통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꾀해야 하며, 정책이 도입될 때는 재원 조달 방안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예컨대 재정 건전성 제도인 ‘페이고(pay-go) 원칙: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하고자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 방안이 동시에 입법화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은 재정 낭비를 유발하는 무리한 정책과 법안 발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책의 입안과 설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논의와 조정 및 합의 과정을 거쳐 정책 도입의 합리성과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타당성을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정책적 투명성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간 ‘상설 협의체’ 운영을 통해 국가의 정책 기획과 입안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는 장치의 보완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도입된 정책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개선 프로세스 도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 경제 시스템의 선순환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복지 관련 정책들이 추진될 때는 일자리와 연계, 국민소득을 향상시키고 소비를 높일 수 있도록 자생력 있는 정책 추진이 모색돼야 한다.

정책 도입 이후에도 정책적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확립이 중요하고, 성장 동력을 훼손시키는 무분별한 정책의 수정 및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 포퓰리즘이 특정 계층이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충족을 위해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이 포퓰리즘 정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인 포퓰리즘을 예방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시민사회 차원의 모니터링 강화나 토론, 제안 등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언론이나 학계 등 정치 중립적인 기관들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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