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10명중 8명 상법 개정 “우려”
기업인 10명중 8명 상법 개정 “우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7.03.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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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경제개혁 법안 설문…“규제 과감히 허물어야”

정치권의 상법 개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경제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초 상법개정안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경영 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생각이다. 

▲ 지난 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소속 정갑윤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상법 개정안이 재벌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반기업을 선동하고 기업의 경영권 자율을 침해하고 있다”며 “상법개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김원식 코스닥협회 상근부회장, 김진규 상장사협의회 상근부회장, 신경철 코스닥협회 회장, 정갑윤 의원,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뉴시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상법 개정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경제 활성화 법안은 작년에 발의됐으나 반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치인들이 기업을 옥죄는 데는 발 벗고 나서는 반면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데는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드론을 제작하는 H사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중국은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 하이패스를 깔아주고 있는데 우리는 열려있던 도로도 막고 있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 이재출 전무는 “우리 무역업계가 최근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이겨내고 수출 회복과 4차 산업혁명으로의 빠른 대응을 통한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국회가 과감히 규제를 풀고 경제 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 ‘과반’

상법 개정과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한 기업인들의 생각은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는 지난 2월 16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무역업계 CEO 283명을 대상으로 두 법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반대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구체적으로 여러 국회의원이 앞 다퉈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0.5%가 반대했다. 31.8%는 신중할 것을 요구해 10명 중 8명 이상이 상법 개정안 처리에 우려를 표명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52.3%가 반대했고, 27.6%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기업인들은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에 직접 개입이 가능해져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윤정 한국법제원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은 고도의 분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기업구조개선명령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3.5%가 신중할 것을 요구했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28.6%로 나타났다.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촉구

기업인들은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선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규제개혁특별법(75.6%), 규제프리존특별법(70%), 의료법개정안(67.8%), 은행법개정안(56.9%), 서비스산업발전법(52.6%) 등의 조속한 통과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응한 한 무역상사 대표는 “규제완화를 통해 보다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반기업적 정책을 폐지하는 것만이 고용창출과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 물류업체 대표도 “자본주의 강점은 경쟁이며 관료주의 폐단은 규제와 통제”라며 “규제와 제재 수단을 없애서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맞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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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으려 야간통행 금지해서야”
경제계, 상법 개정안 강한 반발

“국회계류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다수의 상법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환경에 처할 것이다. 가뜩이나 장기불황과 글로벌 경쟁에 지친 우리 기업들에게 경영 자율성마저 제한하면 이른바 ‘테이블 데스(Table Death:수술중 환자사망)’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사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소액주주와 근로자대표 추천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자기주식 취득·처분규제 등을 골격으로 하는 정치권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회장 박용만)는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자료를 통해 “일부 기업이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한다든지,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회사기회 유용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극복돼야 할 구시대적 관행”이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하지만 “무엇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지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도둑을 잡기 위해 야간통행을 전면금지하는 식’으로 상법상 사전규제만 강화하면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우려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의는 개정안대로 입법되면 무엇보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시장경제’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더라도 ‘시장의 꽃’이라는 ‘주식’제도의 본질, 예컨대 1주 1의결권 원칙과 이사회 구성 등까지 통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만일 이사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의무화된다면 외국계 헤지펀드가 3% 의결권 제한규정을 이용해 표를 분산한 후 규합하면 이사회 진출이 용이해지고 경영진에 대한 무리한 요구와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시장 파괴적 신기술·신상품이 쏟아지는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해관계자 대표 등을 참여시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따라서 ‘감사위원 분리선임+의결권 3% 제한’은 물론,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후보를 의무 선임하는 해외사례가 없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도 러시아· 칠레·멕시코뿐이며 일본·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도 부작용이 많아 의무화를 폐지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의는 현재 논의 중인 소액주주 참여 활성화 제도도 기업경영을 감시할 실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정책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해외투기자본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특히 소액주주나 근로자대표 추천 등에 의해 뽑힌 이사회 멤버는 회사 발전보다 자신을 추천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돼 회사와 근로자 이익이 상충되는 안건에 대해선 사사건건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정보유출 등의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근로자대표 위원들이 회사 경영정보를 종업원 이익을 위해 유출하거나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제까지 도입된다면 이사들의 법적 책임 추궁 가능성 증대와 함께 위험회피적인 성향이 높아지면서 모험투자나 혁신 등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기업가정신 발휘가 더욱 어렵게 될 수 있으며 실제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재무관리의 효율화 차원에서 자사주 취득이 허용되고 처분규제가 삭제됐는데 이를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자사주 규제강화)에 대해서도 법적 안정성과 정책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생각이다. 경영권 방어제도가 경쟁국에 비해, 공격자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규제 재도입은 정책을 신뢰한 상장사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의는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제도를 계속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도 강화로 추구할 것과 시장 감시로 추구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 즉 선진국처럼 시장 감시와 자율규범으로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상의 관계자는 “현재 우리 기업들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와 투자자의 미팅을 활성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사회와 기업이 불신과 불안 대신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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