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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09:4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으르렁거리는 사자, 먹잇감 주고 얻을 것 얻어야
으르렁거리는 사자, 먹잇감 주고 얻을 것 얻어야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7.03.0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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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상 전문가 안세영 교수가 말하는 트럼프와 ‘맞짱’ 전략

국제 협상 전문가이자 네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안세영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트럼프 시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안세영 교수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정교수, 서강대 글로벌 협상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P. 소르본대학교(파리1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청와대 경제수석실, 통상산업부(현 지식경제부) 국장으로 근무했다. UN산업개발기구의 워싱턴 투자진흥관으로도 활동했으며 미국 커민스(Cummins)와 프랑스 까르푸(Carrefour), 대우조선해양, 한국가스공사 등의 협상 자문을 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대외 협상을 자문하는 ‘통상교섭 민간자문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 교수는 일본 와세다대, 독일 잉골슈타트대 등에서 협상을 강의하고 삼성, 현대, LG, SK 등에서도 활발한 특강을 펼치고 있다.  
역사적 사례와 실제 비즈니스 사례를 토대로 ‘이기는 기술’을 풀어내는 그의 강의는 일반 사원부터 CEO까지, 비즈니스맨부터 공무원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트럼프는 협상을 강조하는 대통령

안 교수 “미국 대선을 지켜보며 신기했던 점은 트럼프처럼 ‘협상’을 강조한 후보는 처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 기간 중 트럼프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치켜들고 흔들어대며 “나는 위대한 협상가!”란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또한 “지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협상을 잘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다” “바보 같은 워싱턴의 샌님들이 외국과 협상을 잘 못해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안 교수는 “그 험한 뉴욕 부동산 업계에서 협상을 통해 거대한 트럼프 제국을 일구었으니, 자기를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멕시코·중국 등과 협상을 기막히게 잘 해서 미국인의 일자리를 되찾아 오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44명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공직·정치·군대 경력이 전혀 없다는 결정적 아킬레스건을 가진 트럼프가 세일즈 포인트를 ‘협상’으로 잡은 것은 영리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트럼프는 언뜻 보기에는 무식한 막말을 쏟아내는 철면피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이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트럼프의 저서와 그간의 행적을 연구·분석해보고 트럼프 협상의 예술에 매료됐다. 치밀하게 계산된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승부사적 전략으로 가득하다.  
 

트럼프와 협상 전략 ‘꿀팁’ 다섯가지 

안 교수는 책에서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을 이렇게 분석했다.
첫째, 거친 ‘파이트-백(Fight-Back)’ 전략이다. 이것은 바로 부당하게 덤비는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를 독점 공급하던 보잉사 CEO가 트럼프의 중국 후려치기를 비판하자, 대통령 전용기가 어이없이 비싸다며 트위터에 ‘주문취소’라는 짧은 단어를 날렸다. 지난 50년간 독점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공급해 온 보잉사로서는 날벼락이었다. 으르렁거리는 사자에게 겁 없이 덤벼들었다가 트럼프의 파이트-백 반격에 크게 한방을 맞은 것이다. 앞으로 보잉은 절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는 지렛대로 협상의 판을 뒤흔드는 방법이다. 대통령 당선 후 트럼프가 타이완 총통과 통화한 것을 놓고 워싱턴에선 말이 많았다. 트럼프는 만만치 않은 중국과 한판 붙어야 하는데 미국의 협상력을 높일 만한 지렛대를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바로 ‘타이완 카드’다. 중국과 밀고 당길 때 타이완 카드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었다. 중국은 분노하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국에 한 수 밀리게 된다.

트럼프는 “협상할 때 항상 자신을 유리하게 해 줄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이 지렛대는 이미 존재하기도 하지만 때론 당신의 상상력이나 세일즈맨십도 이용해서 일부러 만들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예측하기 힘든 통 큰 ‘싱크-빅(Think-Big)’ 협상 전략이다. 싱크-빅은 남들이 미처 생각 못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하며 협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어 불확실성이 클수록 미국의 협상 상대국은 그만큼 헤매게 된다. 상대의 수를 미리 읽을 수 있다면 백전백승이나 제일 어려운 협상은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이 행동할 때다.

넷째는 가격 협상의 달인, ‘하이-볼(High-Ball)’로 후려치는 방법이다. 학자들은 한번 보고 다시 볼일이 없는 또는 관계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협상 상황인 거래적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트럼프처럼 하이-볼로 후려치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물건을 사는 데만 하이-볼 전략을 쓰는 게 아니다. 트럼프 타워의 콘도미니엄을 분양할 때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20배 높은 가격에 팔아치웠다. 

안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료 협상의 경우도 트럼프의 하이-볼 전략을 구사했다면 돈을 더 받아냈을 거라고 강조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할 때 우리 쪽에서 대국료로 1~2억원을 제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글은 100억원 이상을 지불하더라도 이 대국을 성사시키려고 했다. 구글이 누린 인공지능 홍보 효과는 수조원에 달했고, 구글 주가가 10조원이나 상승했으니 이세돌 측에서 200억원을 제시했어도 합의하지 않았을까.

다섯째, 사자와 같은 보디랭귀지다. 협상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낮은데 대개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보디랭귀지, 즉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 후 트럼프가 백악관을 찾아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헤어지며 악수할 때를 보면 트럼프의 눈이 바닥을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행동은 미국같이 자연스런 눈 맞춤(natural eye contact)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대단한 결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신한테 배울 건 있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라는 암묵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낯설고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안 교수는 사자의 3가지 특성을 파악해 사자 다루는 법을 원용한다. 첫째, 한 번 노린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을 준다. 둘째, 일단 배를 채우면 낮잠을 잔다. 원하는 것을 주고 나면 주고받기 식 협상을 한다. 셋째, 패자를 해치지 않는 관대함이다. 힘이 달림을 인정하고 백지 수표를 내밀면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첫째, ‘파이트-백’을 구사해 같이 으르렁거려라. 

과거 이승만 대통령은 함께 으르렁거리는 파이트-백 전략으로 ‘국군단독 북진통일’ 카드를 써서 미국을 압박한 결과 한미 군사동맹을 성사시켰다. 이것은 사자 앞에서 진돗개가 짖어대는 것과 같다. 하지만 빨리 휴전 협정을 맺고 철수하고 싶었던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둘째, 중국 카드를 지렛대로 만들어라.

한미 FTA 체결 당시 중국 카드를 사용한 것처럼 지렛대 전략을 사용해 협상력을 높인다. “바보같이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과도하게 의식해 한국과의 FTA 협상을 서둘렀다.” 한국에 너무 양보했다는 얘기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다.

2006년 6월 한미 FTA 공식 협상을 시작 할 때 한국 정부는 중국에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2003~2006년 당시 대중 교역이 520억 달러에서 107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급증한 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과 미국의 교역량은 59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소폭 늘었다.

2004년 이후 중국이 한국의 제1 교역 상대국이 된 것이다. 중국과 군사적·경제적으로 헤게모니 게임을 해야 했던 워싱턴은 군사 동맹국인 한국이 베이징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고 한국과의 FTA를 서두르다 보니 양보를 많이 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비난이다. 우리가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한 셈이다. 

셋째, 협력하겠다는 소프트-시그널을 보내 윈-윈 협상 방안을 찾는다.

한미 FTA와 미·중 관계수립 등에서 모두가 이득을 취하는 윈-윈 협상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으르렁거리는 사자에게 구태여 달려들 건 없다. 사자는 먹이를 먹고 나면 다른 먹잇감에 관심이 없고 패자에게 관대하다. 상대와 다툴 생각이 없고 협력하겠다는 소프트-시그널을 보내며 서로 윈-윈 협상 방안을 찾는 것이다. 

여러 이슈 가운데 미국이 강하게 원해서 먹이를 던져주듯 양보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또 상호주의에 의거해 일정 부분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것들을 얻어내야 한다. 상대가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슬쩍 던져주고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하면 부드럽게 윈-윈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넷째, ‘적진에서 친구 찾기’ 전략으로 미국 의회 내 지한 인맥을 구축한다.

한국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항상 공격적 협상을 펼치는 미국무역대표부와 달리, 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는 상무성과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국무성은 한국과의 통상 갈등을 피하려 한다. 이 같은 미국 사회의 다원주의를 활용해 미 의회 내 지한 인맥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 의회 내 가장 중요한 인맥은 통상 문제를 다루는 상원 재무위원장과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이다. 

먼저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주의 전·현직 주지사를 지한 인사로 활용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 등 역대 텍사스 주지사들은 한국에 우호적 입장이다. 또한 한미 동남부 경제협력위원회 등을 통해 플로리다, 조지아 등 7개 주의 주지사들과 좋은 인맥이 형성돼 있다.
 

트럼프의 협상전략
△거친 ‘파이트-백(Fight-Back)’ 전략
△협상의 판을 뒤흔드는 지렛대(leverage)
△세계를 불확실성과 예측 불허에 빠트린 통 큰 ‘싱크-빅’
△하드-포지션 협상가(Hard-positional Negotiator)
△가격 협상에서 후려치는 하이-볼(High-Ball) 전략
△사자와 같은 보디랭귀지

트럼프와 협상하려면
△‘파이트-백’ 같이 으르렁거려라
△중국 카드를 지렛대로 만들라
△협력하겠다는 소프트-시그널을 보내 윈-윈 협상 방안을 찾아라
△‘적진에서 친구 찾기’ 전략인 미국 의회 내 지한 인맥을 구축하라

안 교수는 미국이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양자 통상 협상의 한계를 거쳤고 중국·일본·한국 같은 나라를 후려치며 건수별로 어렵게 협상을 한다 해도 엄청난 거래 비용이 들어 일자리 창출에 별 도움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2년 후면 다소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중국 등과 무역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 기업들의 압력과 로비가 커지고 오바마 정부가 남겨놓은 완전 고용 수준인 4.7% 실업률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도) 자유무역과 지역주의로 결국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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