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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3 19: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트럼프는 대통령을 ‘공짜’로 꿰찬 게 아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을 ‘공짜’로 꿰찬 게 아니다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7.02.0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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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협상 기술자…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끝내 차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를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의 대통령 자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반대시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파격적인 정책과 과격한 언행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그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기업인으로서의 성공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또한 협상의 귀재라고 불린다는 점이다. 

부자에다가 금발, 백인…. 트럼프는 보기에 왠지 모르게 전형적인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아버지는 가난한 목수였다. 비록 가난하지만 야망과 꿈, 열정이 있는 아버지였다. 다른 대부분의 목수들은 직업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안도하며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때, 트럼프의 아버지는 저녁마다 공부를 하며 목수의 기술적인 면과 더 나아가 건축에 대한 안목을 길렀다. 목수에서 시작해 작은 부동산 회사를 차려 밤낮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트럼프가 자랐을 땐 그 지역에서 이름 있는 부동산 업자가 되었다. 

협상의 귀재

뉴욕의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이미 큰 성공과 꽤 큰돈을 번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땅값이 저렴한 뉴욕의 변두리 퀸스와 브루클린 지역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전역한 군인들이 살 저렴한 공영주택을 지어 큰돈을 벌었다. 

트럼프는 그런 아버지의 열정과 함께 사업에 대한 수완, 그리고 건축과 부동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런 경험과 정신을 큰 자산으로 물려받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사업과 삶을 존중했지만,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돌려 더 큰 사업을 바라봤던 것이다. 아버지는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브루클린에서 공영주택 사업을 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사업 초기부터 브루클린보다 수 십 배, 수 백 배나 땅값이 비싼 이스트강 건너편 뉴욕의 중심이자 미국의 심장인 맨해튼에 눈독을 들였다. 

도날드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맨해튼에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Investing in Manhattan is fool's bet)”고 트럼프의 맨해튼 진출을 반대했다. 그러나 훗날 도날드의 뉴욕 진출은 틀리지 않았음이 판명됐다.
“70년대에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누구든 거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정말 그런 때가 없지요. 부동산을 사서 안 팔고 갖고 있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마이클 단토니오, 트럼프 자서전 작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나 지역에는 그곳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이 있다. 소위 랜드마크로 프랑스의 에펠탑, 서울의 63빌딩 같은 것이다. 맨해튼은 높게 솟은 마천루들이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단연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바로 트럼프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 트럼프 타워를 짓기까지 건물 임차부터 토지 임차, 그리고 공중권 구매까지 쉬운 일이 없었다. 

맨해튼 한복판, 좋은 자리에 세워진 본위트 텔러라는 백화점이 하나 있었다. 트럼프는 그곳에 다른 멋진 건물을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유주인 제네스코라는 회사는 좋은 곳에 위치한 건물을 팔 이유가 없었다. 트럼프는 포기하지 않고 몇 년 동안 연락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노력에 하늘이 보답한 것일까. 본위트 텔러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제네스코가 재정적인 위기에 빠지게 되고 트럼프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 

트럼프는 계약 대금이 준비돼 계약을 성사하기 전 이 건물이 거래 중이란 소식을 듣고 다른 회사가 붙어 가격이 오르고 계약이 엎어질 것을 대비해야 했다. 그래서 확실히 자신에게 팔겠다는 약정서를 쓴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트럼프의 확실한 협상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던 중, 이번에는 상대방이 ‘이사회의 동의 후 판매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려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신속히 건물을 사고 싶었던 트럼프에게는 안 좋은 조건이었다. 여기서 또 트럼프는 협상을 한다. “나는 이 조건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사회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이 계약서는 물거품이 됩니다.” 그러고는 이 거래를 진행하는 데 있어 이사회의 결정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굳이 필요하진 않다고 답하자 그러면 그 사항을 빼자고 당당히 말했다.

상대방은 고민하다가 트럼프의 제안에 동의를 하고 그 사항을 지우고 계약 의향서는 마무리됐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내게 유리한 건 집어넣고 불리한 건 무슨 수를 쓰든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서 조항 하나 있고 없고가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도날드 트럼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티파니 협상

도널드 트럼프는 타고난 협상가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협상가인가 잘 엿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티파니(Tiffany) 빌딩의 Air right(공중권) 협상이다.

트럼프를 대표하는 트럼프 플라자를 60층 이상 고층으로 짓기 위해선 반드시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을 확보해야 했다. 그러자면 티파니사의 회장을 설득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제까지 트럼프의 협상전략전술은 주로 그가 ‘Hyperbole’이라고 지칭한 ‘성과 혹은 이익 과대포장’ 협상전술이었다. 즉, 자기 말대로 하면 많은 금전적 이익·명성·업적 등 귀가 솔깃할 만한 미끼를 던져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전술이었던 것이다.

아틀란타 시티의 트럼프 월드나 뉴욕 컨벤션 센터 등이 바로 그 Hyperbole(과대포장) 협상전술이 먹혀 들어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런데, 티파니 회장에게는 이전의 협상들에서처럼 손에 쥐어줄 만한 이익(Tangible Benefit)이 전혀 없었다.    
티파니 회장은 이미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는 갑부인데다, 유서 깊은 영국 귀족가문의 혈통을 자랑하며 그 스스로 <에티켓>이란 저서를 낼 정도로 학식과 교양이 높은 상류층 인사였던 것이다. 더욱이 이미 만년에 들어선 터라, 부에 대한 탐욕도 세상적 명성에 대해 연연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트럼프의 협상비법이라 할 수 있었던 Hyperbole 전략, 즉 ‘과대포장’ 협상전략이 전혀 먹힐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 이상 갖고 싶은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상대, 협상하기 가장 힘든 상대를 맞닥뜨린 것이다.

잃을 게 없는 자에겐 잃을 걸 만들어 줘라

이제 도날드 트럼프는 Hyperbole의 변종협상전략을 만들어 낸다. 내 말대로 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가로 유혹하는 게 아니라,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Hyperbole(과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똑 같다. 만년의 티파니 호빙 회장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티파니의 격조 높고 고급스러운 명성과 분위기를 Intact, 즉 손상시키지 않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마음, 바로 그 것이었다. 바로 ‘애착’이다. 그리고 그토록 소중한 그것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Fear to Lose)’이다.

이 ‘애착’을 협상에서 제대로 이용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전처리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Assimilation’, 즉 ‘동화’란 심리협상전술이다. 단순한 애착을 넘어, 마치 그것을 잃어버리면 나 자신을 혹은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리거나 심하게 손상당한다고 느낄 만큼 ‘심리적 유대감(Psychological Bondage)’을 강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다.

결국 정교한(Elaborated) 심리적 위협 협상전술(Psychological Threatening Tactic)이다. 사람은 위협의 강도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그 예상 피해가 크면 클수록, 어떻게든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보호본능(Self-Protection Instinct)이 작동하게 된다. 비상상황 (Emergency 혹은 Crisis)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비상상황에서는 평상시에는 생각지도 않을, 허용하지 않을 것조차 과감하게 혹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양보’ 혹은 포기하게 된다. 상대가 겁먹게 되면 협상의 결과는 정비례하게 되는 것이다. 협상에서 ‘심각한 위협’은 가끔 의외의 커다란 성과를 가져다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일단 ‘Fear to Lose’ 협상 전술에 걸리고 나면, 일반적인 협상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격(Price)에 대해 대단히 유연한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500만 달러라는 껌 값에 트럼프가 티파니 빌딩의 ‘Air right’를 살 수 있게 만든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협상 상대 자신과 애착을 가진 목적물을 Assimilation(동화) 시키는 심리전은 결코 간과해서도 등한시해서도 안 되는 협상성공의 필수요건임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Hyperbole 협상 프로세스 

건물을 얻게 된 트럼프. 하지만 그 건물이 위치한 곳은 임차된 토지였다. 임차권을 쥐고 있던 에퀴터블 생명보험회사를 설득해야 했다. 이때 트럼프는 협상력을 발휘한다. 에퀴너블은 본위트의 임차권이 소멸할 때까지 그 토지를 잡고 기다렸다가 소유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에퀴터블은 과거의 가치로 산정된 아주 적은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트럼프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임차권을 준다면 이곳에 거주용과 사무실용 빌딩을 짓고 이익을 5 대 5로 나눠 가지자고 한 것이다.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다. 결국 에퀴터블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대에게 내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숨기면서, 상대에게 괜찮은 대안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협상의 진리를 잘 보여준 케이스라 하겠다. 

트럼프는 특유의 협상력을 가지고 파죽지세로 건물과 토지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고 크게 지으려면 주변 건물이 가진 공중권(Air Right)이 필요했다. 공중권이란 해당 토지 위 할당된 일정 부분을 이용할 권리 같은 것이다. 트럼프는 본위트 건물 옆에 위치한 티파니라는 유명한 주얼리 회사 건물의 공중권이 필요했다. 

오드리 햅번이란 배우가 쇼윈도의 보석들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인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이란 영화 속 바로 그 명품 보석가게의 건물이 바로 ‘티파니 빌딩’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트럼프였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내보여 티파니와 세 번째 계약을 진행했다. 이런 것을 Leverage(지렛대) 전략이라고 한다. 부족한 협상력을 작은 계약부터 큰 계약으로 이어 나가며 증대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중권을 사지 못했을 때의 밋밋한 건물의 디자인과 공중권을 산 뒤 멋지게 지어질 건물의 디자인, 이렇게 두 가지 모습을 가져간다. 우선 티파니의 고풍스러운 건물을 칭찬하고 지키고 싶다면서, 공중권을 팔지 않으면 이렇게 구린 디자인의 건물이 세워져서 티파니 건물의 경관을 망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공중권이 없을 시 행정법상 철망을 씌운 흉한 창문을 달아야 한다며 결국 이렇게 흉물스러운 창문과 티파니 건물이 같이 놓이게 될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 없는 공중권을 내가 사서 잘 꾸며 티파니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돈까지 주겠다며 설득한다. 

“호빙 회장님 500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티파니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I’m offering you five million dollars, to let me preserve Tiffany).” 티파니 빌딩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던 호빙 회장은 트럼프의 이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말 자연스럽고 완벽한 협상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고, 먼저 걱정을 심어주고 솔루션을 제시해 내가 하는 일은 당신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결국 모든 것을 차례대로 하나씩 얻어내 멋지게 트럼프 타워를 짓게 된다. 

트럼프 신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트럼프의 모습처럼 부동산 재벌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확실히 트럼프는 사업 능력이 있고, 협상 실력이 있는 사람이다.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협상 테크닉을 배워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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