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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선별메커니즘 구축 시급하다
선별메커니즘 구축 시급하다
  •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1.0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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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표현도 이제는 진부하다. 인류가 최근 10년 동안 생산한 정보량은 이전 수천년 동안 생산한 정보량보다 훨씬 많고 앞으로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할까. 정보가 너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무엇이 진짜 정보이고, 가짜 정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잠깐 정보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인터넷·모바일혁명으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정작 “왜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종종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진정한 상태 파악에 도움  

모든 것이 확실한 세상에서는 정보가 필요 없다. 정보가 필요한 이유는 세상이 불확실하고 각종 위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불확실한 상태들 가운데 무엇이 ‘진정한 상태(true state)’인지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내일의 날씨든 거래 상대방의 의중이든 진정한 상태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정보는 진정한 상태 파악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특히 정보는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과 같이 내일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알 수 없는 경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정보는 중요하다. 상품의 품질을 모르는 경우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에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거에는 정보 획득 기회가 제한적이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인터넷 사이트나 SNS를 통해 이미 사용해 본 사람들의 평가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이 품질 비교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품질에 대한 완전한 정보는 불가능하고 단지 불완전한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런 정보가 도움이 되면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면 되니 소비자로서는 불리할 것이 없다.

정보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정보를 얻기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바로 사람의 속마음이다. 여기서 속마음이란 각 개인의 감춰진 의도나 계획 또는 타입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컨대 결혼을 앞둔 남녀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드러난 조건들을 고려해서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여자, 여자는 남자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대방이 정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상대방의 진심이 진정한 상태에 해당된다.

여기서 비대칭정보의 문제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도라든가 그 사람의 진정한 실체(타입)를 잘 모르는 가운데 뭔가 결정을 해야 한다면 이것은 비대칭정보의 문제에 해당한다. 상대방 남자가 외모로는 다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결혼의 사례처럼 쌍방 비대칭인 경우도 있고 짝퉁을 생산하는 업자와 소비자의 사례와 같이 일방적인 비대칭의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비대칭이 만연한 경우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비효율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런 비대칭정보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선별(選別) 메커니즘(screening mechanism)’이다.

비대칭정보 문제, 선별메커니즘이 대안

이제 ‘솔로몬의 판결’로 잘 알려진 사례를 통해 선별메커니즘의 기본 아이디어를 살펴보기로 하자. 솔로몬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이스라엘 왕국의 3대왕으로다윗의 아들이며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노파심에서 이 일화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두 여인이 솔로몬을 찾아왔다. 두 여인은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각각 사내아이를 낳았다. 첫 번째 여인은 두 번째 여인의 아이가 죽었다고 솔로몬에게 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 여인이 한밤중에 내 곁에 잠들어 있던 아이를 몰래 데려간 다음 죽은 자기 아이를 제 품에 눕혀놓았나이다.” 그러자 두 번째 여인이 반박했다. “아닙니다. 산 아이가 제 자식이고 죽은 아이가 저 여인의 것입니다.” 분명히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솔로몬은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라 명한 후 아이를 둘로 잘라 반쪽은 이 여자에게, 다른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랬더니 첫 번째 여인은 아기를 자르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자기는 포기할 테니 아기를 두 번째 여인에게 주라고 했다. 반면 두 번째 여인은 왕의 판결에 동의하면서 아이를 나누어 갖자고 말했다. 그러자 솔로몬은 첫 번째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즉시 판결을 내렸다.

오래된 일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적절한 선별메커니즘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 일화에서 두 여인 모두 이 아이가 누구 아인지 알고 있고 솔로몬은 모른다. 이 경우 두 여인의 타입(진짜 또는 가짜)은 솔로몬에게는 ‘감춰진 타입(hidden type)’에 해당한다. 솔로몬은 비대칭정보의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서로 자신이 아이 엄마라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상황에서 무작정 진실을 말하라고 해봤자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솔로몬이 아이디어를 냈으며 이것이 선별메커니즘의 역할을 한 것이다.

두 여인은 어떤 강제도 없이 스스로 자신의 타입을 드러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자기선택(self selection)’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타입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고안하면 상대방의 감춰져 있는 속마음이나 타입을 알아낼 수 있다.

선별메커니즘으로 파워 엘리트 감시

복잡한 세상에서 효율과 평등이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두 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막론하고 높은 지위일수록 적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능하거나 아니면 능력은 있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사익을 앞세우는 사람이 중요한 직책을 맡는다면 사회적으로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공익을 대변해야 하는 공적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 국회의원 그리고 판사나 검사 등 어느 정도 재량을 갖고 있으면서 공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모두 해당된다.

따라서 한 사회의 파워 엘리트들이 어떤 타입인지 여부는 사회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공익을 앞세우면서 사실은 사익을 추구하는 타입인지, 언행이 일치해 공사 구별이 분명한 타입인지 파악할 수만 있다면 요소요소에 적임자를 둘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익을 앞세운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왔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에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도 여기에 해당한다.

부조리한 사태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특별히 도덕적으로 타락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법과 제도 나아가 사회규범까지 망라하는 총체적인 의미에서의 유형·무형의 제도를 말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분야별로 적절한 선별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공익을 빙자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타입의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높은 직책에서 배제할 수 있다. 

요즈음 일부 정치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마치 헌법 개정이 가장 시급한 사안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헌법은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 시스템의 큰 틀을 규정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그물코가 큰 그물에 해당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개정된 헌법의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긴 후 이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수차례 헌법을 개정했지만 우리 사회의 병폐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적이 있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헌법 개정이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 사회 곳곳에 정교한 선별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 부문에서 구축된 다양한 선별메커니즘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다.

지금도 선별메커니즘 역할을 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국회청문회나 공기업의 전문경영인을 공개 채용하는 절차도 그런 예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선별메커니즘이 부실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 이 글은 <논객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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