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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당신 회사엔 ‘일터의 품격’ 있는가
당신 회사엔 ‘일터의 품격’ 있는가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01.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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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존엄 확인하는데서 높은 성과 창출

품격 있는 일터를 향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 관심의 대부분은 단순한 처우나 보상개선 등 좁은 영역에 머물렀다. 이제는 좀 더 성과 지향적이고 확장된 일터의 개념이 필요하다. 일터의 품격은 성과 창출을 통해 가치와 존엄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품격 있는 일터란 의미 있는 일에 자율적으로 몰입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보람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인 것이다. 앞서가는 조직은 품격 있는 일터를 만듦으로써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를 이끌어내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품격을 성과 창출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성과를 향한 치열함 속에서도 내 몫만을 찾기보다 서로 존중하며 돕는다. 엄정한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수동적이거나 경직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창의를 발휘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 즉 강한 조직을 특징 짓는 요소 중 하나는 일터에서 느껴지는 품격(Workplace Dignity)이다.

일터의 품격 그리고 강한 조직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존엄과 품위를 인정받길 바라고, 일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품격 있는 일터를 만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터의 품격에 대한 초기의 접근은 주로 업무 환경이나 처우 등 일의 외적 조건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 일터에서의 안전과 위생, 적정 수준의 보상, 그리고 기본적인 인격 침해 방지 등 최소한의 존엄 확보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일터의 품격을 업무 환경이나 처우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시각이다. 이제 일의 의미와 성과 추구를 포괄하는 확장된 품격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관점은 작업자와 조직의 상호 이익을 강조한다. 작업자는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보상을 얻고, 조직은 처우와 환경,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해 창의성과 자율성의 발휘를 촉진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얻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품격으로 보는 것이다.
300건 이상의 연구 사례를 분석해 일터의 품격을 연구한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호드슨(Hodson) 교수 역시,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확인하는 데서 일터의 품격이 비롯됨을 강조한다. 이는 성과 창출과 기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품격의 전제라는 관점이다.
결국 품격 있는 일터란 의미 있는 일에 자율적으로 몰입해 창의적인 사고로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보람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정의할 수 있다.
품격을 처우나 근로 조건 개선으로 바라보는 좁은 관점에서는 품격을 시혜 또는 협상의 결과로 본다. 조직과 구성원이 성과를 나누는 배분의 산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일터의 품격은 단순한 구성원의 웰빙이나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품격이 성과를 뒤따르는 것만도 아니다. 품격은 성과 창출의 전제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하급 공무원이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이른바 ‘빅 브라더’의 과거 연설이나 관련된 기사를 사후에 실제 일어난 사건에 맞춰 왜곡하는 것이다. 숙달된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작업 조건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그는 그 의미 없는 일을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수행해야 한다. 동료와의 대화 속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일을 둘러싼 외적 조건이 나쁘지 않음에도, 그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과 숨 막히는 분위기에 염증을 느낀다.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라면, 좋은 작업 조건과 보상이 있어도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의미나 보람을 찾을 수 없는 일에 몰입하기 어렵고, 조직 역시 구성원의 새로운 생각이나 자발성 발휘를 통한 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성과의 고삐를 죄기 위해 통제를 한층 강화하며, 이로 인해 구성원이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높은 성과 조직은 일터의 품격을 통한 성과 창출을 추구한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 자발적인 몰입과 창의적 생각이 성과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일을 둘러싼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한다. 그 결과가 높은 성과 조직 특유의 일터의 품격인 것이다.
품격을 통한 성과 창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과 시행착오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경영 위기는 품격 악화시킨다

일터의 품격은 사업 환경의 악화와 함께 흔들리기 쉽다. 특히 품격을 통한 성과 창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조직은 어려움 속에서 품격을 쉽게 포기한다. 가치 증대보다 원가 절감이라는 쉬운 길을 택함으로써 업무 환경과 직무 안정성이 악화되는 현상도 경영 위기 때 자주 목격된다. 경영 위기와 함께 일터의 품격이 급격히 악화되었던 일본의 사례와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 일본=버블 붕괴로 과로사와 따돌림 증가

높은 성장을 지속하던 일본 경제가 버블 붕괴와 함께 주저앉기 시작한 1990년대, 일본 기업에서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과로사(Karoshi)의 사회 문제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사무직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감원이 본격화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직장인의 사망이 크게 증가하면서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다. 이전까지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던 일본 정부도 과로사에 따른 소송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심각성이 커지자 관련 통계를 작성하며 본격적인 관리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직장 내 따돌림, 이른바 이지메(Ijime)도 급증했다. 이전까지 이지메 현상은 주로 학생들 사이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성인간의 직장 내 이지메가 크게 늘어나면서 중요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이지메의 확산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학자들은 직장 내 따돌림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버블 경제의 붕괴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위기에 처한 조직이 자원을 줄이고 감원을 본격적으로 시행했고, 제한된 자원과 일터를 놓고 구성원들이 다투며 약한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배제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지메가 크게 늘었다고 보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는 ‘잃어버린 20년(失われた20年)’이라는 유래 없이 긴 침체로 이어진다. 침체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과로사와 따돌림 등으로 품격이 사라진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위기 극복의 힘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우리 일터의 현실: 감지되는 경계신호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에 따라 우리 일터의 환경과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경영 위기 속에서 우리 일터에서도 품격과 관련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먼저 직장에서 비인격적 행위를 경험했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2014년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일터에서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 굴욕적 행동을 경험했다는 근로자의 비율이 2010년에 비해 높아졌다.
절대적인 수치가 높다고 보긴 어렵고, 조사 시점 사이에 폭력이나 모욕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 품격의 악화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품격은 개인의 인식에 좌우되는 면이 강하다. 또한 사회 발전에 따라 일터의 품격에 대한 기대 수준도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터에서 심각한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일터에서 벌어지는 범죄 중 특히 죄질이 나쁜 흉악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흉악범죄 증가와 비교해 봤을 때, 일터에서의 증가폭이 훨씬 크다. 일터에서 얼굴을 맞대고 협력하며 의지해야 할 구성원 사이의 흉악범죄가 크게 늘고 있음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나빠진 일터의 분위기가 극단적 폭력과 범죄의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기 극복 위해 품격 지켜야 하는 이유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은 없다. 그러나 구성원의 헌신과 몰입, 그리고 든든한 고객 기반이 있다면 위기를 능히 헤쳐갈 수 있다. 어렵다는 이유로 품격을 버린 조직은 위기 극복을 위한 힘을 잃기 쉽다. 품격이 사라진 일터에서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협력 의지가 약해진다. 고객들도 그런 조직을 외면한다. 품격을 쉽게 포기한 조직은 위기 극복의 동력을 잃어 더 큰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어려운 나머지 성과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조직에는 예의와 상호 존중이 사라지고 거친 행동이 난무하게 된다. 줄어든 자원을 놓고 동료와 다투는 과정에서 유대와 동료애도 무너진다.
반사회적 심리 분야 전문가들은 양심과 공감, 죄의식 등이 결여된 문제 직원들은 동료 간의 장기적 관계가 파괴되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과만 짜내면 되는 환경을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가책 없이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성과를 쥐어짤 수 있는 직원들이 우수 인재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품격이 사라진 조직은 무례와 이기적 행위 등 유해한 행동의 배양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유해한 행동은 강한 전염성이 있다. 
모든 구성원이 유해한 행동에 물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바뀐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을 힘들어하며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터에서 무례 등 유해한 행동을 접한 구성원들은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효율적인 일처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에 대 한 자율성을 버리고 노력과 몰입 수준을 낮출 우려도 있다.
구성원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위기 극복 의지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무례하고 이기적인 구성원과 이를 소극적인 냉소로 대하는 구성원이 늘어난 조직에서는 그 힘을 기대할 수 없다.
품격의 포기는 때로 어려움에 처한 조직에게 견디기 힘든 비용을 부과한다. 그 비용은 조직 외부로부터 온다. 과거에는 조직의 품격이 어디까지나 내부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내부의 잘못된 행동이 조직의 벽을 쉽게 넘어 엄청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데 품위를 잃은 조직은 고객을 내쫓는다. 이는 고객을 무례한 태도로 대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성원 상호간의 무례함을 목격한 고객도 조직 전체에 대한 나쁜 인상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그 조직과의 거래를 거부한다. 고객을 접하는 직원들의 행동만 관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품격의 상실을 조직 내부에 숨기기도 어렵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유롭게 SNS에 접속하는 세상에서는 구성원 간의 사소한 폭력이나 막말도 인터넷을 타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속도와 범위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임직원 한 명의 작은 실수가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거대한 폭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문제 행동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큰 대가를 치른 사례는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도브 차니(Dov Charney)는 스타였다. 그는 내리막에 접어든 의류제조업을 미국 한복판에서 다시 일으키고, 이민자를 고용해 좋은 처우를 해주는 파격적 경영으로 주목 받으며 큰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가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막말을 했으며,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증언과 소송이 줄을 이으며 회사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그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언론과 SNS를 통해 퍼지는 과정에서 2007년 15달러였던 회사 주가는 2014년엔 1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일의 성격이 과거와는 다르다. 이제 많은 기업들의 성과 기반은 남들과 다른 새로운 생각이다. 채찍을 휘두르듯 강하게 구성원을 다그치는 것만으로 더 많은 산출물을 얻어내는 가치 창출 체계를 지닌 조직은 많지 않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HBR)에 따르면 많은 조직이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부여하고, 근무 시간 이후에도 업무 연락을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성과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직원들 10명 중 6명가량은 조직의 과도한 성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혹은 겉으로만 열심히 일하는 척 위장하는 전략을 택한다고 한다. 물론 나머지 4명은 사생활까지 포기하고 회사 일에만 헌신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이들의 성과도 겉으로만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직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일에만 몰두하는 직원들은 일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부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 가지 위기 탈출의 지혜

위기 극복은 치열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긴장된 모습이 필요하다. 어려움 속에서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배려와 예의를 챙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때로는 언성을 높여가며 격렬한 토론을 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 속에서 개인의 개성을 모두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치열함이 곧 품격의 포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긴장과 품격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조직은 일터의 품격을 지킴으로써 구성원의 힘을 성과 창출을 위해 한 곳에 모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구성원 참여를 통한 위기 극복

일터의 품격은 내가 일의 주인이 될 때 달성할 수 있다. 주인의식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밑바탕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은 구성원 동요를 이유로 불필요한 정보의 통제와 비밀주의를 고수해 구성원들을 소외시키기 쉽다.
정보에서 소외된 구성원은 위기 극복의 주체가 아닌 방관자가 되기 쉽다. 수동적이고 냉소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소외는 자존감, 조직과 일을 향한 애정과 자율성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품격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몰라도 되는’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설 사람은 없다. 소외된 구성원들은 자발적 노력과 기여 등 덕목을 버리고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참여 유도로 구성원의 열정을 불러 일으켜 위기에서 탈출한 사례가 있다. 미국 미시건에 기반을 둔 음식점 체인 징거맨스(Zingerman’s)는 오바마 대통령 등 유명 인사가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오픈 북 경영(Open Book Management)’이라는 독특한 정보 공유다. 이 회사의 모든 회의에는 전 구성원의 참석이 보장돼 있다. 재무 정보는 물론, 투자 의사 결정까지 핵심적인 주제를 매주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회사의 투자 의사 결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단기 계약직 직원이 의견을 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관행은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재무 상태와 전략을 알고 있고, 회사의 이해관계에 깊이 연관되어 있을수록 더욱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이 회사만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웨인즈웨이 그(A. Weinzweig)는 “계산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8시간 동안 1000개가 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이 회사도 2009년 경제 위기 때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고, 정보 공유 회의에서 회사가 처한 어려움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구성원과 공유해야만 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구성원들은 임금 삭감을 자원하며 회사를 지키려는 노력에 동참했다. 그 결과 불과 몇 개월 만에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참한 직원들이 삭감됐던 임금을 다시 받았음은 물론이다. 자신들을 존중해주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구성원들이 회사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앞장선 것이 회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유해한 행동 교정 통한 팀워크 개선

위기 극복 과정은 치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규칙과 예절이 사라진 혼란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신체접촉이 격렬한 종목일수록 심판이 엄격하게 규칙을 강조하고 예의와 품위를 잃은 선수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거칠고 힘든 상황일수록 지킬 것을 철저히 지켜야 마음 놓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은 어려운 상황에 싹트기 쉬운 유해한 행동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심판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위기 극복에 몰입할 수 있다.
많은 조직이 구성원 간 예의와 행위를 규율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는 특별한 악의 없이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상습적으로 타인에게 무례를 범하는 사람 4명 중 하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식조차 못했다는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조직은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데 만족하지 말고, 유해한 행동을 저지르는 구성원의 행동을 바로잡음으로써 어려움 속에서도 품위와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 행동 교정의 참고 사례로 ‘프로젝트 옥시즌(Project Oxygen)’이라는 구글 고유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구글은 리더 행동을 분석해 훌륭한 리더들은 기술적 역량보다 부하들에 대한 코칭 및 그들의 자율성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뛰어남을 밝혀냈다. 이 회사는 분석에 멈추지 않고 권위적이고 거친 행위로 팀원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 리더들을 대상으로 일 대 일 코칭 등 행동 교정 작업을 시작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꾸준하고 끈질긴 작업이었다. 그 결과 문제 리더 대부분이 1년 내에 개선을 보이고, 리더십의 질도 높아졌다. 

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작은 배려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에 임하는 회사의 자세다. 구조조정을 비용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고민할 것이 없다.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이 절약된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구조조정은 떠나는 사람 이상으로 남은 생존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생존자 증후군(survivor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도 구조조정이나 감원 이후 남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의지, 정보 교환, 스트레스 수준이 모두 악화되고 고성과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이직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남은 생존자들의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떠나는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할 수 있다. 구조조정 후 남은 구성원들은 조직이 떠나는 동료를 대하는 모습에서 조직의 맨 얼굴과 자신의 미래를 읽는다. 고락을 함께한 동료가 버려지듯 떠나는 것을 목격한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자각하는 일터의 품격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그것은 회사에 대한 애착과 헌신 의지의 상실로 이어져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난다. 그래서 떠나는 구성원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작은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직을 위해 헌신해 온 구성원이 최대한의 경의 속에서 명예롭게 조직을 떠날 수 있게 하는 것은 때로 법적 고려나 보상보다 중요할 수 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은 감원 대상자들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로 존중과 세심함을 꼽았다. 구조조정 통보와 처리는 인사 담당자나 외부 전문가에게 떠넘기기보다는 함께 일한 직속 상사가 진심을 담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동료들과의 이별 방법을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등의 작은 배려도 필요하다. 그런 작은 노력이 모여 어려운 상황에 서 조직을 일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든다.
영화 ‘300’의 배경으로 유명한 테르모필레 전투3를 보자. 300명이 주축이 된 스파르타 군대는 크세르크세스 1세(Xerxes I)가 이끄는 수십만의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3일을 버텨내며 적군에 큰 타격을 입히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스파르타 군대의 영웅적 활약과 이어지는 그리스의 승리를 설명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전투를 이끈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이 이른바 ‘자유인’이었다는 점을 꼽는다. 나라의 주인이라는 강한 자부심과 자존감, 즉 주인으로서의 품격이 위기를 맞아 강한 힘으로 발휘됐다는 해석이다. 스파르타 군대가 자존감 없는 수동적인 노예로만 구성돼 있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인 전투는 없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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