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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당신은 어떤 정직과 순수를 찾는가
당신은 어떤 정직과 순수를 찾는가
  • 김혜영 전문위원
  • 승인 2016.11.01 11: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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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알고 지낸지는 15년이 되었다. 그녀와 나는 일주일에 한번쯤 잠깐의 안부를 묻는 대화만이 오가는 관계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면 대면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관계의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알고 지낸지 10년 쯤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서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꽤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녀의 우여곡절의 라이프 스토리 중에서 가장 필자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준 내용은 바로 ‘피규어’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피규어를 수집했고, 심지어 피규어에 색을 입히고 피규어에 의상을 입히거나 관절을 조절해 새로운 피규어를 제작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피규어 사랑은 웬만한 이성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피규어 하나하나에 영혼까지 있다고 생각하며 피규어와 대화도 할 정도였고, 새로운 버전의 피규어를 사기 위해 멀리 일본을 다녀오거나 인터넷으로 경매까지 하여 입찰을 받는 매니아 중의 매니아였다. 남자어른들 중에 간혹 로봇을 좋아하거나 특정한 게임을 좋아해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있지만 여성으로서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은 필자에게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녀의 피규어 사랑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필자가 만난 어떤 한 중년의 남성은 스피커를 매우 사랑한다. 그는 사실 연세가 70을 넘으셨지만 중년으로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항상 맵시있는 청바지와 깔끔하면서도 핏을 살려주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자유감이 넘치는 백팩을 매고 늘 걸어 다니시거나 뛰어다니시기 때문이다. 그의 스피커 사랑은 30년 이상이 되었다. 흔히 스피커 매니아라고 하면 고가의 스피커를 소장하거나 굉장히 고급 스피커로 음악을 들려주는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르다. 그는 스피커 자체를 사랑한다. 그래서 스피커 부품들을 전선으로 연결해 손수 스피커를 제작하고 스피커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기 위해 목재를 구입해 스피커 케이스를 손수 제작하기까지 한다. 그의 스피커 사랑은 상식을 벗어나면서도 공감이 되고 스피커 제작에 동참하고 싶도록 유혹까지 한다.
  
이렇게, 어떤 특정한 물건이나 영화, 스포츠에 매료되어 삶의 대부분을 그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SBS방송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이러한 매니아들 외에도 기상천외한 수집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 학계에서나 일간에서는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 일명 ‘쇼퍼홀릭(shopaholic)’이라고 하여 특정한 제품이나 취미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물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이르는 긍정적인 뜻으로 많이 사용한다.

반면, 부정적인 뜻의 단어로는 ‘오타쿠’라고도 하는데, 오타쿠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 등의 동호회 회원들이 서로를 존칭해주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오타쿠’라고 지칭할 때는 통상적으로 특정한 취미에 빠져 있거나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 중 사회성이 부족해 일상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지 않고 삶에 균형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쓰는 단어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정신질환 증세로 보고 ‘저장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이라고 한다. 뜻은 쓸데없이 물건을 쌓아두는 강박장애를 뜻한다.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보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병적인 사람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특정한 취미를 가질 권리가 있다. 단지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이 좋지 못해 그러한 취미를 누릴 수 없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정 취미를 누리는 사람들을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고, 사회생활의 부적응 자(者)’로 치부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이기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만의 가치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타인의 가치를 존중해야할 의무가 있다. 

저마다 추구하는 대상이 다를 뿐…

과연, 이런 특정한 취미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할 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정직과 순수를 찾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특정한 물건을 수집하거나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 대상에 따라 몰입하게 된다. 그들은 피규어, 스피커, 동물보호 혹은 영화나 스포츠 안에서 자기만이 발견한 정직과 순수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나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그러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비판과 판단을 수시로 한다. 그런데 그렇게 비판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사람들 또한 다른 측면에서 그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왜 그럴까? 인성이 문제여서 그런 것 일까? 아니면 워낙 성품이 올곧지 못해서 험담이나 하는 사람인 것일까? 

결론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정직과 순수를 찾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공교육을 통해 초등학문부터 고등학문까지 의무적으로 동일한 도덕과 윤리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동일한 도덕적인 삶과 윤리적인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남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악한 사람으로 치부해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자세히 타인을 들여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관찰해 보면, 사람들이 남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마다 정직과 순수를 찾는 대상이 다르고, 정직과 순수의 개념도 다르며 정직과 순수의 기준도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통해 혹은 지인을 통해 수시로 접할 수 있는 중년의 형제간의 싸움을 들어보자. 형제가족 간의 충돌과 갈등은 재산싸움으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마다의 부모를 대하고 형제의 행동을 대하는 정직과 순수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들조차 정직과 순수의 개념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니 어떻게 사회생활에서 관계 맺고 있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타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보통의 동호회 사람들이 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근본 원인은 그 특정 동호회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정직과 순수의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 부합된 정직과 순수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 동호회원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난제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갖는 정직과 순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이다. 이성과 감성이 분리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시작과 끝! 모든 삶의 유동은 감성으로 시작해 감성으로 지배된다.

비록 이성이 한 꼭지를 차지할 수는 있으나 감성의 전반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부분 존재할 뿐이다. 인간 개인의 감성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며 성숙시키는 원료는 자신만이 가진 경험과 역사이다. 그러한 자신만이 가진 경험과 역사를 토대로 감성은 발전, 성장, 성숙하고 그 감성이 삶 속에서 자기만의 정직과 순수를 발현시킨다. 

보편적인 삶,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어느 것 하나 벽돌 찍어낸 듯이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에 살 수는 있으나 그 아파트 안을 꾸민 집안의 모든 것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 같은 사람이 다른 두 장소를 사용해도 그 두 장소의 모든 소품이 같을 수 없다. 모든 시간을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사고하면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사람의 수 만큼 세상의 모든 정직과 순수의 기준은 다르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은 타인의 정직과 순수를 따르는 방법이 자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이다. 당신에게 참으로 중요한 정직과 순수의 그 대상이 타인에게는 제일 기피하고 싶은 대상일 수 있다. 이제부터 타인이 추구하는 정직과 순수의 대상이 무엇인지 관찰해 보자.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모두가 같지 않다는 것에 놀라울 것이다. 당신은 무엇에서 정직과 순수를 찾고 있는가?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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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2016-12-20 17:01:14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그런데 대면 대면과 데면 데면이 같은 뜻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