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는 미국…'왕서방' 지갑엔 달러 가득
곳간 비는 미국…'왕서방' 지갑엔 달러 가득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6.11.0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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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살림이 팍팍하다 보니 아무래도 외교전략에 조금씩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세계 석유 폭풍흡입 방치다. 2014년말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에게 세계 석유수입국 1위의 자리를 넘겨 주었다. 셰일석유의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은 에너지 자급국으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형국이다. 하한가를 헤매던 증시가 상종가를 기록하고, 덩치 큰 미국 SUV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간만에 여유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근래들어 셰일석유 개발 사업이 석유가 하락의 여파로 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으로선 내심 경기불안이 또 오는 게 아닌가 불안불안 하고 있다.

아무튼,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금껏 누릴 수 있었던 것도, 그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채권을 팔고 마음 내키는 대로 (미국 입장에선 긴축재정이기도 하겠지만) 달러를 찍어 낼 수 있었던 힘이라면 힘도, 1970년대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중동의 맹주로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달러를 석유결제통화로 채택해준 덕분으로, 지금껏 석유 결제통화로서의 위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유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 보아야 한다. 또한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석유수입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던 미국을 생각하면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세계 결제통화, 달러에서 위안화로?

똑같은 논리와 상황으로 이제 석유 시장에서 미국 달러는 점차 그 위상을 잃어 가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에너지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은 중국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에 합의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가격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략 4500억달러(약 410조원)를 넘는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특기할 점은 거래 통화를 미국 달러로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달러로도 결재하지만, 이미 유럽은 유로로 영국은 파운드로 지불하는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적 지원을 묶어 위안화로 지불하기도 하고, 이란의 경우 심지어 물물거래 방식으로도 지불수단을 다양화 하는 등 아무튼 달러 사용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거래 수입국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 노골적으로 매력적인 경제지원 및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지원까지 해 주고 있으니, 살림이 빠듯한 산유국으로선 중국은 싫든 좋든 놓쳐서 안 되는, 절대로 심기를 불편하게 해선 안 되는 VVIP 거래처가 된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명줄 틀어쥐고 있는 사람 얘기 잘 듣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 하고 기본적인 생존전략이다.  즉, 중국은 석유만 수입한 게 아니라, 중국 위안화의 세계 결제통화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닦았을 뿐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자신의 입김을 미국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어 온 것이다. 

또한, 중국의 전체 석유수입 물량 가운데 미국 달러를 결제 통화(Trade Currency)로 굳건히 지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물량은 고작 20% 수준에 미치지 않고, 그외 대부분의 석유를 러시아, 이란, 앙골라 등 덜 친미 혹은 반미국가들로부터 채워 넣고 있는 것이다. 석유가 인하로 고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중국의 위안화 결제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미국 달러의 추락은 급속한 가속도를 얻게 될 지 모른다. 즉, 미국 달러가 더 이상 지금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예기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도 석유결제대금으로 중국의 위안화로 지불하게 될 지 모른다.

미국의 적대적 전략이 초래한 중국의 대역전극

참고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4조 달러를 상회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도 상당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미래성장을 신뢰하는 전세계의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2015년말 미국정부의 총 부채는 21조7천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 중에 연방정부 부채가 18조 6천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인당 부채가 약 5만6천달러에 이르니, 1인당 국민소득 4만6천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미국민 전체가 한해 동안 뼈 빠지게 일하고 아무것도 안 먹고, 안 입고 숨만 쉬어도 나라 빚을 못 갚는 지경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선 미국은 이미 도산상태(Bankruptcy)나 다름 없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가능할까?

이미 중국은 실질적인 G1의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적어도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사실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을 강력하게 표명하게 된 데는 미국의 자극이 상당히 기여했음을 알 필요가 있다. 특히 석유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적대적인 에너지 수급 및 가격조절 전략은 중국에게 뼈 아픈 기억을 갖게 했다.

2000년도 이후 매년 10% 이상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대국화를 우려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은 멈추지 못하겠지만 늦출 수는 있어야 한다며, 경제성장에 필수인 에너지 비용, 특히 석유가격 조절에 들어갔다. 산유국의 이해와도 맞아 떨어진 석유가격 상승은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석유공급 확대가 필수불가결했던 중국으로선 GNP 1달러당 가장 높은 에너지 비용부담국으로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중국은 2003년 GNP 1달러당 32센트까지 에너지 비용부담률을 기록, 이는 미국의 GNP 1달러당 18센트의 에너지 비용 부담률에 비하면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석유가 정책은 뜻밖의 적을 키웠으니, 그게 바로 러시아이다. 별다른 제조산업도 없던 러시아가 푸틴의 강력한 국유화 정책으로 대부분의 유전이 국유화 되고 때 마침 불어온 유가 상승이란 순풍을 타고 불과 십여 년 만에 러시아의 경제를 파탄지경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급격히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자신만만해진 푸틴이 크림반도 복속 사태를 일으키게 되었고, 푸틴의 러시아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석유가 하락 정책으로 급선회한 미국의 유가조절 정책은, 러시아의 루블화를 침몰시켜 러시아를 경제적 파탄지경에 빠뜨리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값이 싸진 세계의 석유를 빨아들였고, 동시에 석유가 인하에 따른 재정악화로 고심하던 중동과 중남미의 산유국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수백억 달러의 급전을 선심 쓰듯 뿌려대며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 나간다.   

유럽과도 서먹해진 미국…“AIIB에 가입할 것” 관측도

이전에 미국이나 유럽 등은 다른 나라에 경제지원을 해 줄 때마다, 예외 없이 언제나 반대급부의 조건, 즉, 경제, 외교, 내정 간섭 등 탐탁치 않은, 심지어 굴욕적 종속관계를 요구한 반면, 중국은 표면적이고 일시적일지는 몰라도 시 아저씨(시진핑 주석)의 푸근한 미소처럼 별 조건 없는 지원에 열광한다. 특히 아프리카, 남미, 중동 지역은 이미 중국의 돈에 중독되었으며, 미국과의 관계는 점차 약화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역사적 동맹관계인 유럽마저 미국과 소원해 지고 있는 상황인데 뭘 더 얘기하랴.

즉, 중국은 미국의 텃밭을 돈 뭉치를 뿌려 갈아 엎은 것이다. 그리고 세계경제에서의 중국의 위상과 자신감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 바로, 중국이 5백억달러의 종자돈을 들여 만든 AIIB, 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이다. 중국은 AIIB로 세계경제기구에서의 미국의 헤게모니를 뒤흔들고 있으며, 최근 영국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G7 국가들까지 속속 참여의사를 밝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IB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경제기구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TTP가 시동소리만 요란한 체 별 진전이 없는 상황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기실 의외의 상황도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IMF, IBRD, AIB가 경제지원을 줄 때마다 긴축재정을 실시하라, 부채를 줄여라, 구조조정을 하라, 문제점과 성과를 낱낱이 보고하고 추가 지시사항을 준수하라면서 거의 내정간섭에 가까운 종속적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의 수모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21조 7천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부채(연금, 의료보험 등의 드러나지 않는 부채까지 포함하면 100조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다)를 기록하면서도, 경제 위기 때마다 미국이 보여준 위기극복 방법은 ‘달러 발행’ 아니 ‘무제한 달러 인쇄’였다. 정부가 통화를 발행한다고 하지만 미국정부는 마음 내키는 대로 ‘찍어내고’ 있다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들려 올 지경이다.

  
문제는 더 이상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이 예전처럼 절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IB에 전세계가 앞 다투어 참여하는 반면 TTP는 파리 날리는 상황이 바로 그 방증이다.  

계주가 확실해야 쌈짓돈 들고 계 꾼들이 모이듯, 전주(錢主)가 누구인가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세계는 지금 중국을 새로운 전주로, 계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좀 있으면 미국도 AIIB에 가입할 것이란 전망이 전혀 턱도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결국은 AIIB는 IMF, IBRD, TPP를 넘어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라리 미국과 일본이 나란히 손잡고 AIIB에 가입하는 모습 연출도 미국으로선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이왕 가입할 바에야 한 자리 차지하는 게 실속 있지 않은가? 미국으로서는 괜히 튕겨봤자 실속이 없다. 늦지 않게 얼른 AIIB에 들어와야 그나마 챙길 게 좀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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