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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태고의 협곡에 떠오른 달빛무드
태고의 협곡에 떠오른 달빛무드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6.10.04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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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Fine Art|목공예가 정상철
▲ 월출-금강산 일만이천봉, 128×73㎝, 마디카(JELUTONG), 2016

세상은 잠이든 듯 조용하고 떨어지는 폭포수마저 수줍어 조심스럽다. 교교한 달빛이 고요히 내려오는데 속살을 들킨 석봉(石峰)들은 괜스레 겸연쩍어 옆 봉오리 그림자로 몸을 숨기려하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만추의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며 달빛을 가려주는구나. 작가의 손길이 지나가는 곳엔 깎아 세운 듯 한 절벽이 하나 둘 새겨지고 점점 웅장하고 위엄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황혼이 드리우는 깊은 숲속엔 심금을 울리는 호장한 대금 음색이 유유히 흐르는 듯 봉오리사이 거뭇한 나무의 본래 색깔 그 자연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화룡점정(畵龍點睛)인가. 산위엔 장대하고 새롭고 열망의 기력으로 가득한 둥근 달이, 떠올랐다. 유구한 세월의 자취와 눈물, 희생, 회환의 억겁세월을 녹여낸 정화의 모습 일만이천봉이여. 산길 굽이굽이 희로애락의 발자국을 따라가노니 게송(偈頌)처럼 생은 짧고 자연은 영원하다는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숭고하고 오묘하며 절묘한 봉오리는 아슬아슬, 우람히 버티며 너그러이 미소 지어 나그네를 독려하누나. 하여 연륜과 인고의 일월을 포용한 삼라만상 지혜를 어찌 쉽사리 헤아릴 것인가! 

▲ 新-일월오봉도, 145×130㎝, 2015

나무와 사람이 다르지 않음을

작업준비를 완전하게 해놓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숭고한 제(祭)를 지내는 것처럼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 그다음 나무를 하나하나 자르는데 조심스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때 작가에게서 나무는 미완의 보물이다. 표면에 드로잉을 하고 조각하기 시작하면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재탄생 된다. 그는 진경산수화 대가인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금강전도(金剛全圖)를 볼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듯 한 봉오리들의 야성미 넘치는 기운찬 맥(脈)에 전율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한민족 자긍심의 표상으로서 그 봉오리들을 자기만의 독창적 목공예기법으로 꼭 작업해 보리라 다짐했었다고 한다.
‘월출-금강산 일만이천봉’은 산의 곡선을 깊게 표현하기 위해 세 단계과정을 거쳐 마무리했다. 처음에 봉오리를, 다시 주변풍경 스케치를 얹어 또 파내고 다시 선을 잡아 달과 절벽바위와 구름 등을 재배치해 가며 진행했다.“그런 구상이 스릴 있고 협곡으로 스며드는 빛살처럼 짜릿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좀 멍했는데 봉오리를 하나 하나 올릴 때 마다 서서히 자연의 신비와 웅장함과 아름다움의 깊이감이 진하게 느껴왔다”고 전했다.

▲ 민화-공작-잉어-극락조, 187×147㎝, 2016

작품을 완성한 후 마지막 과정인 색칠을 입히기 전, 마치 새 옷을 입을 때 정결함을 유지하듯 나무표면을 매끈하게 도구로 손질을 한다. 이때 나무는 뽀얗게 결을 드러내는데 순결한 자연의 본바탕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작업을 마무리했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고맙고 감사함이 밀려들었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감정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출렁거려 한참동안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쉰 새벽 나의‘월출-금강산 일만이천봉’작품 옆에 꼬꾸라져 행복한 잠에 빠져들었다. 뒤돌아 보니 밤낮없이 꼬박 4개월여 만에 완성되었다.”
그는 특히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미약함과 한계를 강렬하게 느꼈다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오르려 해도 그곳은 인간이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한 영역인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에게 목공예의 본질에 대해 물어보았다.“나무를 끌과 정을 통해 깎아내 형상화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무 속을 파내는 것이다. 거기엔 나무의 성장 등 생명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나무의 결이 그것을 말해주지만 작업자 입장에서 보면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비와 바람과 대지의 영양분 등이 잘 조화되어 곧게 성장한 나무를 금방 알아보는 것인데 그래서 나무와 사람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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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공예가 정상철
거름냄새가 구수하게 밀려 왔다. 수확을 마무리한 가을들녘은 넉넉한 가슴을 드러내며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아파트와 공사현장과 들녘이 공존하는 풍경 가운데 작업실이 있는 정 작가를 만났다. 늘 그랬듯 조용하고 진지한 자세였다. 나무를 사랑하며 나무와 대화하고 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어디에 나갔다가도 작업을 하려 한걸음에 달려오고 하루라도 나무를 조각하지 않으면 몸이 이상해지는 천생 목공예 작가다. 지난해 방문했을 때 휴식의 중요함을 얘기 나누다 작업실 한 켠 그의 잠자리를 보게 된 적이 있다. 오래된 소나무를 침대로 만들어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목공예가 다운 호사라고 했더니 “오랫동안 남은 조각을 모아 만들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나무와 동행할 만큼 나무와의 인연을 숙명으로 받아 들인지 오래”라고 풀이했다. 사람이 모두 저마다 개성이 있듯 나무도 그 성질이 모두 다르다. 그가 재료로 활용하는 나무 중 하나인 마디카(JELUTONG)는 물처럼 시원한, 싱그러운 풀냄새, 복숭아 향이 나는 나무다. 작가는 “작업할 나무를 사오면 제일 먼저 코에다 대고 그 향에 취해 본다. 나무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데 그것에 푹 빠져 부자 같은 기분으로 살아간다. 나무와 함께 노래하고 인생 얘기도 나누는데 그러면 정말 작품이 잘 나온다”며 활짝 웃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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