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족’을 위한 변명
‘혼자족’을 위한 변명
  • 김혜영 전문위원
  • 승인 2016.10.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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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생활패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드라마’를 관찰하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컨텐츠로 미디어 수용자들의 필요와 욕구(Needs & Wants)를 충족시켜야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드라마 소재는 현대 사회의 패턴을 리드할 수 있는 한 보 빠른 소재를 사용하게 된다. 

최근에 등장해 각광을 받고 있는 드라마의 소재 중 하나는 바로 ‘혼술족’에 관한 이슈다. 이에 발맞추어 현대 사회는 ‘혼밥족’, ‘혼놀족’, ‘집콕족’이 발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요즘은 식당에서 혼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연휴나 평일에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혼자서 논다고 해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이 또한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어 ‘집콕족’이나 ‘혼놀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이 흥행을 맞고 있다. 예를 들어 취미로 할 수 있는 ‘나노블럭’이나 ‘비즈아트’, ‘아트스크래치’ 등이 매우 활기차게 판매되고 있다. 

지쳐 있는 한국인

이처럼 혼자서 다양한 취미나 생활방식을 즐기는 ‘혼자족’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단언컨대 ‘지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속 모든 세대들은 지쳐 있다. 지친 원인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결국은 ‘관계에 지쳤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사회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를 맺고 생활해야 하는 사회인들은 당연히 지쳐 있을 수 밖에 없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업’들은 잠시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은 부모의 불안심리 덕분에(?) 학원에서-반드시 해내야 하는-공부를 밤늦게까지 한다. 중학생들은 부모+자신의 불안심리 덕분에(?) 학습 진도를 앞서 달리고자 밤늦게까지 앉아있어야만 한다. 고등학생들은 부모+자신+선생님의 불안심리 덕분에(?) 사당오락(네 시간 자면 대학합격, 다섯 시간 자면 대입 실패)을 지켜내며 맘 편히 잠 한번 깊게 잘 수 없다. 대학생들은 사회의 불안심리 덕분에(?) 캠퍼스의 자유를 잃은 지 오래다. 직장인들은 더 이상 이유를 댈 필요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옥죄어 오는 의무적인 관계와 소통의 숙제를 헤쳐 나가고 있다. 실버세대는 모든 것에 자유스런 듯 하지만-주위에 남은 것 하나 없이 삶의 모든 것이 소진된 듯한-외로움에 지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생존하는 모든 인간은 지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구가 지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혼자족 증가의 궁극적 원인은 무엇보다 그 지쳐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울 재생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혼자족이 증가하는 것은 ‘재생의 시간’을 갖기 위한 몸부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서울시청광장에서의 ‘멍 때리기 대회’는 이를 반증하는 이벤트였다. 그 대회에서 1등을 했던 여자 어린이는 수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지친 자신을 위해 ‘멍때리기 대회’에 참여했다고 인터뷰했다. 그 여자 어린이의 ‘멍때리기 대회’ 참여는 자신에게 ‘재생의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혼밥족’, ‘혼놀족’, ‘집콕족’ 등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의외로 매섭다. ‘혼자족’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비사회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단정 짓거나 이기적인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전히 혼자서 밥을 먹거나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고 그런 행동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혼밥족, 혼놀족보다는 집콕족이 더욱 증가추세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중적인 환경에서 혼자서 즐기는 무엇에 대한 타인들의 시선과 편견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 결혼비율 감소, 출산율 감소 등은 지속적인 혼밥족, 혼놀족, 집콕족을 증가시키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혼자 있음으로 느끼는 자유와 편리성’

‘혼자족’의 증가 예측에 따라, 한국사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떤 시선과 준비를 해야 할까?
어느날, 필자는 근래에 혼밥과 혼술, 집콕을 즐기는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혼자 있음으로 느끼는 자유와 편리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원치 않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혼자 있음으로 느끼는 자유와 편리성’은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필자는 질문했다. “혼자서 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늘 그리고 계속적으로 혼자만 해야 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해보았다. 그들 대부분은 “지속적으로 혼자서만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 같다. 주어진 일과 중 혹은 지속적으로 해오던 업무나 사람과의 관계유지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쁨을 위해 ‘혼밥’, 혼술’, 집콕’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그들은 “혼자서 밥을 먹으면서 느끼는 자유와 혼자서 잠깐이지만 술을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것을 낯선 환경이나 사람이 많은 곳 보다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에너지도 생기고 생각도 정리가 되며 내일을 준비하려는 의지도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대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던 ‘혼자족’은 이기적이고 비사회적인 사람들의 부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을 잘 다듬고, 더 나은 관계와 소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개인의 가치와 문화를 존중해 주려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는 과거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가치가 무시되어 왔던 공동체의식과 집단문화에서 조금씩 탈피되어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문화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혼자족’들과 질의응답을 해보니 아마도 이러한 변화가 퇴보되어 다시 과거의 집단문화로 회귀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혼자족’ 증가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러한 사회문화의 변화를 수용해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그 방법은 한국에 존재하는 세대 간의 문화 간극을 좁히는 방안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세대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누어 문화차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기성세대는 한국사회의 집단문화에 익숙한 세대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와 상대적인 문화 거리감이 크다. 때문에 기성세대가 ‘혼자족’으로 즐기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반면에 젊은 세대는 ‘혼자족’으로 즐기는 것이 매우 편리하면서도 지향하는 문화이다. 세대 간 사회문화의 간극이 존재하게 된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문화 추세에서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탁월한 방법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혼자 즐기는 것’으로 융합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항상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수직적으로 명령하는 것을 좋아하며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갖는 이러한 편견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또 다른 집단문화를 따르는 모습의 반증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지향하면서 반대의 인식으로 기성세대를 판단하고 있다.

기성세대 또한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기를 원하면서도 젊은 세대는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며 항상 자신들의 충고에 따르지 않고 협동심이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으로 젊은 세대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과거의 수직적인 문화 편견을 버리고, 나이와 계급 혹은 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자 하는 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길에서 혹은 카페나 공원,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혼자 즐기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또한 언제 어디서든지 ‘혼자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혼자 즐긴다’는 것이 세상과 소통의 담을 쌓고, 이기적이고 고립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인식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하고 더 나은 삶을 의미를 찾기 위해 잠시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소중한 사유(思惟)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필요하다.

‘혼자…’ 그것은 인간 삶의 가장 소중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한국 사회 내 ‘혼자’에 대한 인식 변화는 사회의 다양한 과제와 편견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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