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과 무괴아심(無愧我心)
김영란법과 무괴아심(無愧我心)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6.10.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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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이 칼럼이 본지 ‘인사이트 코리아’에 실려 나올 때쯤이면 이미 시행되기 시작한 법안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김영란법’이다. 최근에 만난 모임의 화제는 단연 이 법안이었다. 다음은 불과 한달 사이에 겪은 체험담이다.

추석 전 어느 날 저녁. 20여 년간 유지되어온 어느 이색 모임의 식사 자리. 서울 명동에 있는 오랜 전통의 전기 통닭 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소박한 모임이다. 이름 하여 ‘통닭모임’. 3년 전 은퇴한 언론인, 15년 전 기자에서 홍보맨으로 변신한 대기업 고위 임원, 20여 년 전 필자가 대기업 홍보팀장이던 시절 출입기자이던 언론사 중진 몇 명이 전체 구성원이다. 5~6명이 배 터지게 먹고 마셔봐야 전부 10만원도 안 돼 누가 계산해도 부담이 안 되는 모임이다. 그래서 오래 기간 지속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례적으로 그 날은 통닭집이 아니라 을지로에 있는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유명한 양곱창 전문 음식점에 모였다. 지난 6월 점심 모임 때 기업 임원인 선배가 다음엔 본인이 식사값을 내겠다고 하며 그날 미리 약속을 잡아 놓은 터라 참석율도 꽤 좋았다. 반갑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안주를 더 시키다 보니 그제야 굳이 선배가 9월 말 이전으로 약속을 잡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양곱창 1인분이 2만원이 넘어 얼추 그날 식사값을 머리 속으로 계산해 보니 1인당 4~5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만약 9월 말이었으면 소위 ‘란파라치’의 좋은 먹이감이 될 수도 있었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추석 연휴가 끝난 며칠 후. 언론인과 홍보인 그리고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이 참석한 점심 자리가 있었다. 광화문 인근에 근무처가 있는 고교 선후배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다. 통상 5~6명이 비싸지 않은 근처 맛집에 모여 술과 요리 없이 단품 식사만 하는 자리였다. 그러다 보니 회비를 따로 걷지 않고 돌아가면서 한 명이 식사값을 치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그 날 누군가 불쑥 한 마디 꺼낸다. 아무래도 주위 눈도 있고 하니 앞으로는 더치 페이를 하던지 아니면 회비를 걷자는 애기였다. 공무원인 그 후배는 “아무리 비싸 봐야 단품 식사값이 인당 3만원이 넘는 경우가 없으니 법에 저촉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직업이 그렇다 보니 걱정이 된다”고 덧붙인다. 한 마디로 괜한 오해 받을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 날 점심값과 식사 후 다른 후배가 지불한 커피값을 합산해 봤더니 인당 2만원 이하였다. 

올해 초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았다. 60점도 안되니 학교 같았으면 낙제점이다. 조사대상 168개국 중 체코 등과 함께 공동 3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공동 27위로 이미 바닥권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몇 년 후 꼴찌가 될 수도 있다. 실로 한심하고 참담하여 60을 바라보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 어린 미래 세대들 보기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난해 말 극장가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해 모두를 놀라게 한 영화가 있다. 바로 ‘내부자들’이다. 요즘 그 영화에 나오는 어느 언론사 논설주간 방에 걸려 있는 커다란 액자의 글씨가 새삼 화제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순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직자, 언론인 그리고 기업인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글귀대로만 행동한다면 ‘김영란법’ 아니라 그 어떤 무시무시한 법이 나와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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