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하는 ‘식물공장’
플라스틱 생산하는 ‘식물공장’
  •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 승인 2016.08.3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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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년 간 21세기를 대표할 수 있는 기술의 하나로 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란 좁은 뜻에서 미생물이나 고등 동식물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분리하고 시험관 안에서 재조합해 형질이 다른 우수 품종을 생산해 냄으로써 보다 가치 있는 생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잘 알려진 ‘유전자(DNA)’는 생명의 핵심으로 자기복제와 증식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위 어떤 물건을 찍어내 듯 복제하는 금형으로도 비유된다. 즉 어떤 특수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에 옮겨 보다 효율적이며 값싸고 유익한 물질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전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코끼리만한 소나 돼지,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돼지만한 코끼리의 등장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축산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유전공학의 진가는 동물보다는 식물에서 나타난다. 
벼는 전 세계 인구의 2/3가 먹는 식량이지만 아열대성 작물로 추위에는 견디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내한성의 보리 유전자를 벼에 투입시켜 내한성을 보강하면 사철 벼의 재배가 가능한 것은 물론 광합성 능력이 높아져 수확량도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영양가 높은 쌀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해충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도 유전공학의 큰 목표 중의 하나이다. 유전공학을 이용하면 무병 씨감자를 만들거나 번식이 어려운 카네이션, 국화, 백합 등 화훼류나 마늘, 딸기 등의 과채류는 물론 버섯류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학자들이 이들을 주목하는 것은 급속도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므로 한마디로 인간의 마음에 드는 식물 생산 공장 건설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

현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물질은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하나는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라스틱이다. 많은 학자들은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지구상의 산림과 철의 매장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거나 인구가 반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들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플라스틱은 고무, 목재, 금속 등 여러 가지 물질의 대용품으로 가전제품, 생활용품, 가구, 건축자재, 전기용품 등은 물론 비닐, 합성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대인은 플라스틱의 더미에 묻혀 살고 있는 셈이다. 불과 1백 년 동안에 인류의 삶을 플라스틱처럼 바꾼 재료는 거의 없다. 바로 유기합성의 개가인 것이다.
독자들은 이미 이런 중요한 분야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다. 1902년에 제2회 노벨 화학상의 수상자로 에밀 피셔(Emil Hermann Fischer)가 당류 및 퓨린족 화합물의 연구로 선정된 이래 무려 40명 이상이 이 분야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색상이 다양하며 여간해서는 썩지 않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가장 핵심적인 장점은 가공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열만 있으면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어떤 모양이든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간단한 생산설비로 인쇄하는 것 같이 똑같은 제품을 단시간 내에 엄청나게 찍어낼 수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인간의 이기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80년대 들어 환경 문제가 강력히 대두되자 플라스틱에 대한 공격도 거세지기 시작한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고 가벼우며 값이 싸서 인류에게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주었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공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특히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필름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힐 지경이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에서는 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대지를 구성하는 돌이나 흙도 썩지 않지만 아무도 돌멩이를 환경오염물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목장에서 배출되는 축산 폐수는 잘 썩는데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오염물질이 된다. 플라스틱이 공해의 요인이라는 것은 썩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에 방치해이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라스틱의 분자가 일정 조건이 부여되면 분해되는 썩는 플라스틱을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플라스틱을 발명한 인간이 그 문제점 해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강성현 박사는 일예로 어느 날 갑자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의 범퍼가 엿가락처럼 녹아내리거나 바지의 플라스틱 단추가 녹거나 창고에 재고로 쌓아둔 콜라병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오랫동안 습기가 있는 곳에 둘 경우에만 분해되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쓰레기 매립 방식에서는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현대의 위생 매립 방법에는 침출수나 가스 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오히려 위생 매립장은 쓰레기가 빨리 분해되지 않게 공기와 습기를 차단하도록 고안된다. 이는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분해여건이 맞지 않는다면 효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콩으로 플라스틱 만든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플라스틱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수술용 실 등에는 생분해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각강을 받고 있는 것은 소위 박테리아 중합체로 불리는 PHB 또는 PHBV이다. 이들은 알칼리게네스 유트로푸스 또는 슈도모나스 뮬티보란스 등 박테리아들이 에너지 저장물질로 합성하는 생분해성 고분자들로 비타민 등 일부 약병에 사용되고 있다.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미래 화학공업에 큰 시장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의 욕심은 한정없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식물학자들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작물을 한꺼번에 생산하는데 열중했다. 한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인데 토마토와 감자가 함께 열리는 포마토, 위에는 배추, 아래는 무가 자라는 무추 등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지만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실용화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추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모든 것이 개발되었으나 실제로 재배해보니 무추가 시장에서 저조한 판매를 보였다. 한마디로 위의 배추와 아래의 무가 모두 빈약하여 유전공학으로 무추를 만들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작물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그럴듯하지만 농산물의 경우 인간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주었다. 이런 결론은 학자들에게 식물을 연구할 때 보다 많은 현실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식물의 특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안 연구에 착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유전공학을 이용한 식물 생산 공정은 작물의 생산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지만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드시켜 아예 식물 자체를 공산물로 만들어보자는 것에 이르렀다. 
다소 엉뚱한 생각으로 보이겠지만 콩과 감자의 단백질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생각이 구체화되고 있다. 식물로 공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식물인 콩과 감자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플라스틱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하다. 
플라스틱은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플라스틱의 원료는 거의 대부분 탄화수소 즉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데 화석연료인 원유는 채굴 가능 연한이 30~4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서 학자들이 눈을 돌린 것은 화석연료가 아닌 광합성하는 식물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우선 플라스틱 감자의 연구는 매우 고무적이다. 감자에 플라스틱 생산 유전자를 도입하여 감자를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의 원료로 쓰는 것이다.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폴리하이드록시 뷰틸레이드를 생산하는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분리하여 이를 감자가 생산토록 하기만 하면 된다. 
콩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도 성공했다. 미국의 캔사스 주립대학은 콩 단백질 및 옥수수와 밀의 녹말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스파게티 국수와 같이 얇고 긴 콩 단백질 플라스틱 제조에 성공했는데 탄성과 강도에 있어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콩과 감자가 공산품인지 또는 농산품인지 구분할 수 없으므로 교과서를 바꾸어야 할 지 모른다. 
식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리는 식물에 있는 탄수화물을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원리상 매년 생산이 가능하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식물을 이용하여 플라스틱은 물론 잉크, 디젤연료, 윤활유 등의 생산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학자들을 더욱 고무시키는 것은 농산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더 큰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식물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하는 환경프로젝트로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콩의 원산지는 원래 우리나라이다. 콩의 원산지는 야생콩의 자생지역이면서 야생콩, 중간콩, 재배종 등 콩이 가장 많은 곳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런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곳이 만주 남부이다. 만주 남부는 본래 맥족의 발생지이며 고조선의 옛 영토이다. 
1997년에 발견된 대동강 유역의 삼석구역 표대 유적에서는 벼와 콩이 발견되었는데 이 곡식들은 단군 조선 초기, 즉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벼와 콩이 고대 한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일찍부터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콩으로 만든 플라스틱이 세계를 석권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콩의 원산지인 한국에 감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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