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모험이다
신뢰는 모험이다
  • 최환규 전문위원 겸 코칭엔진 대표
  • 승인 2016.08.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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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에서 영종도 마을 주민들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보도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길이 있는 땅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아들이 사용료를 받기 위해 일방적으로 길을 막아 발생한 사건이었다. 땅주인의 이런 행동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은 “영종도에서 자신들도 다른 사람 땅을 공짜로 밟고 다니면서 자신들만 사용료를 받겠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고 말하면서 땅주인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를 보면서 ‘사람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다’ 혹은 ‘자신 밖에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희생’이 어려운 것은 인간의 본능과 반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지점프를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올라가더라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는 이유도 상사의 지시를 거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 두려워서이다. 마음속으로야 상사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보란 듯이 사표를 던지고 싶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상사의 지시에 묵묵히 따른다.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는 이론이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이다. 에이브러험 매슬로(Abraham Maslow) 박사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났다고 보고 욕구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주로 먹고 자는 등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다. 2단계 욕구는 추위, 질병과 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안전에 대한 욕구이다. 3단계 욕구는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로 어떤 조직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이다. 은퇴한 사람이 우울해 지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두려워해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4단계 욕구는 자기존중의 욕구로 자신감, 성취감, 지식과 독립심 같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능력을 발휘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고 하는 최고 수준의 욕구이다.
매슬로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하위 욕구와 상위 욕구의 충돌이 발생하면 하위 욕구 충족이 우선된다고 한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부하는 ‘생존의 욕구 충족’을 선택한 것이고, 직장을 그만 두는 부하는 ‘자기 존중의 욕구 충족’을 선택한 것이다. 상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아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부 야비한 상사는 부하의 이런 두려움을 이용해 부하를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상위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 필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위 욕구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심리적 보상은 물질적 보상보다 사람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돈과 같은 ‘물질적 보상’은 생존이나 안전과 같은 하위 욕구이지만 인정이나 격려 그리고 성취감과 같은 ‘심리적 보상’은 상위 욕구에 해당된다. 물질을 통한 보상은 일시적이지만 상위 욕구 충족을 통한 보상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고, 효과도 더 크다. ‘돈을 조금 받더라도 일찍 퇴근하겠다’는 사람에게 물질적 보상으로 동기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을 거부하고 퇴근하는 길에 몸이 아파 길에 쓰러진 사람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그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을 돕는 것이 자신에게 보람이라는 상위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업무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이나 에너지를 감수해야 한다. ‘도움을 주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손해’를 따져 이익이 손해보다 크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도움을 주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 자신은 ‘물질적 이익’과 ‘심리적 이익’을 얻게 된다. 상대방을 돕고 난 다음 수고비를 받으면 ‘물질적 이익’을 얻는 경우이다. 자원봉사의 경우 물질적 이익은 없지만 ‘보람’과 ‘기여’라고 하는 심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친밀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자신이 쏟는 수고에 비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도와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요청을 거부한다. 이것이 비즈니스 관계의 기본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돕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진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신뢰’의 의미는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믿으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상태를 말한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믿을 때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신뢰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자신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했을 때의 아픔은 상당하다.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친척 동생에게 문제가 생겨 주변 사람들에게 친척 동생을 도울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지인은 금융기관 등에서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았기에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몇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자를 보냈다. 그 다음 날 간곡히 부탁하면서 도와주지 못하면 못한다는 대답을 해달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그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겼는데 한 명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인이 서운해 하는 유일한 사람은 문자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인이 서운해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 기회를 없앴기 때문이다. 의사가 사람을 구하는 것도 시간제한이 있는 것처럼 도움도 마찬가지이다. 지인이 문자에 언제까지 필요하다는 말을 분명히 적어 보냈지만 대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확한 거절이 없으면 희망을 갖게 되는데, 대답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도움을 받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방의 태도 때문이다. 문자를 보내지 않은 사람은 평소 지인에게 ‘형님’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잘 따랐다는 것이다. 이런 후배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되자 “지인은 자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저렇게 행동한다”고 하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스스로 자책까지 하는 것이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어느 한쪽이 관계를 원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반응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지인의 요청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더 이상 인간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도 상대방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대방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 수도 있고, 서로의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도움은 돌고 돈다

도이치(Morton Deutsch)에 따르면 신뢰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째, 신뢰란 모험과도 같다. 상대방을 신뢰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나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앞에서 설명한 지인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에는 결과를 예상하면서 판단하게 된다. 특히 돈을 빌려줄 경우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둘째, 신뢰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신뢰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그 조직원이 회사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셋째, 신뢰는 자신의 권한이나 역할을 상대방에게 맡기는 행동이다. 스스로 상대방의 영향력 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장이 조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조직원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는 행동이다. 넷째, 상대방을 신뢰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신뢰한 결과가 실망스러운 때 후유증이 훨씬 더 크다. 회사는 신뢰하는 조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권한이 큰 사람은 회사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뢰한 사람이 회사를 등지면 회사는 물질적인 손해뿐 아니라 조직원의 배신에 따른 조직원 모두의 정신적 충격까지 감수해야 해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할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렵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한다면 그 충격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신뢰’는 의도적으로 계산된 모험을 내포한다. ‘불신’은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며,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을 불신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방어용 진지’를 구축하고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으려고 ‘방어막’ 뒤에 숨어 스스로를 감추는 행동을 한다. 즉, 불신이란 결국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신뢰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포기하고,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도 버려야 한다. 심지어 자신도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용기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과 갈등이 있는 상사가 부하 직원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사라는 권력과 무기를 버려야 하고, 자신의 요청을 부하가 거부할 때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인 관계에서의 신뢰는 강한 자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지고,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걱정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상대방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경험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공개적이고 솔직해지기가 쉽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다. 도움은 돌고 돌아 도움을 주면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삶이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설사 도움주기가 어렵다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고,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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